카네기멜론, 조지아텍, 리즈디, SVA, 파슨스, 나 어느 대학원 가지?
안녕하세요, 뉴욕 링크드인 UX 디자이너 안토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나와 적합한 UX 디자인 학교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이번에 새로운 <실리콘밸리 디자이너의 입사 썰 說> 시리즈를 시작한 만큼, 독자분들께 필요한 정보와 제가 취업하기까지 겪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어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열심히 보완하겠습니다! (:
인생 목표를 실리콘밸리 입성으로 정한 나는 실리콘밸리 입성에 유리한 대학교를 자주 찾아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나오는 구글 검색 결과는 익숙한 이름들: MIT, 스탠포드, UC 버클리, 그리고 사이에 눈에 띈 생소한 이름 카네기멜론. 도대체 이 카네기멜론은 뭐지? 내 수학선생님이 카네기멜론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땐 멜론대학교 나오셨다고 철없이 선생님을 놀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거길 나올 줄이야...)
알고 보니 카네기멜론은 미국 대학 랭킹에서 적당히 높은 26위 (나는 내신성적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그리고 미국 최고 수준의 컴퓨터공학, 정보시스템공학, 디자인, 그리고 인간컴퓨터상호작용 (Human-Computer Interaction, 이하 HCI)과를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대학교들은 아예 정보시스템 과거나 아예 순수 디자인과 밖에 없고, 그 둘을 절묘하게 섞은 HCI과를 보유한 대학교는 카네기멜론 외엔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디자이너로써 실리콘밸리를 가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한 대학교 같았다.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카네기멜론대학 갈래!"
엄마: "멜론? 뭐 그런데가 다 있어?"
하... 이거 설득 어떻게 하지..?
마침 학교에서도 원하는 대학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고, 카네기멜론을 1지망으로 작성한 뒤 대충 코딩을 빡세게 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시스템으로 유명한 대학교들로 리스트를 마저 채웠다.
이 순간부터 내 인생은 온통 카네기멜론 입학 위주로 돌아갔다.
카네기멜론엔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캠프가 있었다. 미국수능시험인 SAT 시험을 조금 일찍 치면 지원자격이 주어지는데, 실제 대학생들과 함께 대학 수업 2개를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영재캠프였다. 무엇보다 그 여름캠프를 가면 카네기멜론 입학 시 가산점이 될 수 있는 인터뷰 기회 (미국 대학입시는 원래 공식적인 인터뷰 절차는 없다), 그리고 교수님들께 잘 보여서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까지 생긴다.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고, 결국 SAT 점수를 만들어서 2013년 여름 피츠버그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카네기멜론대학교로 향했다. (이땐 몰랐다.. 내가 피츠버그에 2020년까지 있을 줄)
나의 두 가지 수업의 초이스는 컴퓨터공학 수업과 시각디자인 수업이었다. 아직까지 컴퓨터공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사실 순수 대입전략으로만 보면 HCI과가 있는 대학은 카네기멜론 한 곳이었고, 컴퓨터공학을 가진 대학교는 많았기 때문에 어려워도 다시 한번 시도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 컴퓨터공학 수업에서 D학점을 받았고, 시각디자인 수업은 A를 받았다. 이쯤 되면 진로 확정 아닌가? 컴퓨터공학 수업은 일반 학부생 사이에서도 어렵기로 유명한 수업이었고, 난 예상대로 잘 해내지 못했다.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가르치는 수업이었는데, 처음 몇 주는 기본적인 int, boolean, array, queue, stack 같은 것들을 가르쳐서 할만하다 느꼈는데, 한 달이 지나고 갑자기 테트리스를 만들어오라고 하기 시작했고 (네..?) 마지막엔 backtracking을 이용한 미로 탈출 프로그램 만들기 등 내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들로 넘쳐났다. 이 수업을 듣고 정말 컴공은 내 분야가 아닌가 보다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각디자인 수업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UX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는데, 평소 디자인을 좋아하던 나한테는 너무 딱 맞고 재밌는 분야였다. 처음 몇 주는 그냥 기본적은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 Gestalt 등 디자인의 기본을 배웠지만 마지막 몇 주는 피츠버그시 거리마다 설치되어있는 길거리 주차정산기를 리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내 30대 중반 (미국은 아저씨들도 대학 수업을 재미로 듣더라고요..?) 팀메이트분께선 산업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분이셔서 내가 UX를 도맡아서 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자 인터뷰부터 시작해서 인터페이스와 플로우를 짜 본 경험이었고, 이때 UX가 내 길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난 빠른 판단 후 디자인 수업에 모든 신경을 쏟기로 결정을 하고, 반에거 가장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온갖 UI 디자인의 최신 트렌드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결국 반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나랑 같은 팀이었던 30대 아저씨도 어린애가 신기하다는듯 쳐다보았다.
그리고 발표에 이어 교수님에게 난 카네기멜론에 꼭 입학을 하고싶다며 추천처를 요쳥드렸고, 교수님은 흔쾌히 추천서를 써주시겠다며 결국 난 카네기멜론 입시도 하기전에 카네기멜론 디자인과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얻어내었다.
마지막으로 영재캠프 학생들은 점수를 딱 하나 지울 수 있는 특권이 있었고, 결국 컴퓨터공학 수업의 점수를 학부처에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 컴공 수업을 입학 후에도 몇 번이나 재수강했다고 한다...) 이렇게 난 카네기멜론에 유리한 입학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여름캠프가 끝나고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1년 후 대학입시철이 찾아왔다. 내 대학 상담 선생님은 나의 학점을 운운하며 카네기멜론은 턱도 없다면서 지원하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ED 지원을 했고 (Early Decision - 딱 한 곳을 미리 지원할 수 있으며 합격이 되면 무조건 입학을 해야 하는 한국 수시와 비슷한 제도), 여름캠프에서 받아낸 교수 추천서와 A학점 때문인지 우리 학년에서 제일 먼저 대학입시에 성공하였다. (그날 나보고 지원하지 말라던 대학상담쌤을 찾아가 엄청 약을 올린 기억이 남아있다.)
이렇게 2014년 8월, 이번엔 1학년 학부생으로서 나는 다시 피츠버그행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다.
1. 종합대학에 속해있는 HCI/디자인 계열 프로그램. 예) 카네기멜론대학교, 워싱턴대학교, 조지아텍
2. 미대에 속해있는 HCI계열 프로그램. 예) SVA, 파슨스
전통적으로는 종합대학이 랭킹이 더 높고, 한국에서는 아직 미대보다는 종합대학을 좀 더 쳐주는 경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종합대학은 GRE, TOEFL 등 필요 점수가 좀 더 높은 편이고, 미대는 기준점수가 좀 더 낮은 편이며 GRE가 필요 없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UX 디자인 유학생분들은 취업목적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에는 종합대학을 선택하던 미대를 선택하던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채용 시 학교 이름을 보긴 하지만, 미대를 종합대학과 거의 동등한 평가선에 놓기 때문이죠.
과정 내용 또한 대학마다 거의 비슷합니다. 종합대학에선 조금 더 이론 위주로, 미대에선 조금 더 실력 위주로 가르 칠순 있지만 대부분 UX 과정들이 카네기멜론의 과정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요새 추세를 보면 미대생들이 UI 디자인 마감의 퀄리티가 더 뛰어나다 하여 미대에 특별 방문하여 특별전형으로 채용해 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네기멜론에 방문 채용하는 대기업의 수가 매해 줄고 있구요. 차라리 방문 채용하는 회사가 빵빵한 대학원 위주로 찾아보는 것도 취업확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각 학교 웹사이트에 졸업생들의 취업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데이터들을 잘 살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종합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공학, 엔지니어링 같이 다른 분야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좋은 퀄리티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추후에 다루겠지만, 내가 카네기멜론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 것은 무려 미항공우주국 NASA의 후원을 받은 카네기멜론 로봇연구소의 달 탐사로봇 프로젝트에 UX 디자이너로 참여한 것입니다. (천조국 공대답죠 ㅋㅋ). 디자인과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되는 로봇공학연구소지만 로봇을 원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복잡해서 디자인이 참 중요했고, 디자인과의 힘이 센 종합대였기 때문에 이분들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날 뽑아준 것이었습니다. 통상적인 미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달 탐사로봇은 2021년 8월에 실제로 달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 사기업 로버의 착륙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반대로 미대 출신 UX 디자이너분들은 전반적으로 UI 디자인의 마무리가 훌륭한 편입니다. 이것이 종합대학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종합대는 너무 UX 프로세스 (리서치, 분석, 기획, 테스팅)에 치우쳐 UI 디자인의 완성도를 거의 봐주지 않습니다. 교수님들도 현업에서 빠지신 지 오래된 분들이셔서 UI 디자인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반면 미대 과정은 UX 프로세스를 좀 더 간략하게 가르치는 반면 UI 디자인의 퀄리티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이는 bestfolios.com 같은 영어권 포트폴리오 모음 사이트에 가 보면 쉽게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UI 디자인은 자신 있다면 프로세스를 힘들게 가르쳐줄 종합대학을, UI 디자인에 자신이 없다면 확실하게 잡아줄 미대를 지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둘 다 STEM OPT가 나온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자, 이제 종합대학이나 미대나 거의 동등하다는 가정하에, 유학생들이 대학원 선택 시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OPT입니다. OPT라는 제도는 미국대학교 졸업 후 일정기간 동안 미국에서 일할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입니다. 근데 중요한 건 OPT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1년짜리와 3년짜리. 무조건 3년짜리 OPT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입학을 해야 합니다. 3년짜리 OPT를 받으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습니다:
- H-1B 취업비자 지원 기회가 최대 4번이 생긴다. 1년짜리 OPT는 최대 2번밖에 기회가 없다.
- 3년 안에 영주권을 충분히 딸 수 있다. 대기업에 한 번에 입사 성공하면 H-1B 없이도 바로 영주권 신청에 들어가 H-1B를 스킵할 수 있다
- 많은 대기업들이 STEM OPT가 없으면 면접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다
저는 STEM OPT 같은 건 모르고 입시를 준비했고, 운 좋게 STEM OPT가 나오는 과로 입학했지만, 여러분들은 꼭! 이것만큼은 확인하고 입시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화 예고: 실리콘밸리의 UX 취업박람회의 중요성 — 나는야 굿즈 헌터
애플 직원분은 회색 무지 티셔츠에 애플 로고가 박혀있는 옷을 입고 있었고, 애플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냥 너무 멋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악수를 하고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는 것만 기억나지 너무 떨려서 그 뒤로 나는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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