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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토 Oct 29. 2020

2. 실리콘밸리의 UX 취업박람회의 중요성

페북, 애플, 아마존, 마소, 구글.. 날 데리러온건가? *심히 착각중*

안녕하세요, 뉴욕 링크드인 UX 디자이너 안토입니다! 오늘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취업박람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실리콘밸리 디자이너의 입사 썰 說> 시리즈를 시작한 만큼, 독자분들께 필요한 정보와 제가 취업하기까지 겪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어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열심히 보완하겠습니다! (:


이전 이야기:


두번째 썰: 인생 첫 취업박람회 — 나는야 굿즈 헌터


실리콘밸리 입성이 목표인 나로서 카네기멜론에 입학하자마자 눈에 띄었던 것은 취업박람회이다. 카네기멜론에선 매년 크고 작은 취업박람회가 열렸는데, 내가 어릴 때부터 자주 사용하고 선망하던 제품들을 만든 회사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회사 명단을 보니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대기업은 물론, 스냅챗, 우버, 에어비앤비 등 유명한 유니콘 기업들도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학교 선배에게 취업박람회에 대해 물어봤지만, 학부 1학년이 무슨 취업박람회를 벌써 가냐며 별 생각 말고 2학년부터 가도 된다고 딱 잘라 말하셨다.


하지만 나로선 꿈의회사들이 기꺼이 피츠버그까지 찾아왔는데 그들을 만날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우선 여기에 가서 이 회사분들을 만나봐야 실리콘밸리 입성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겠다는 생각에, 1학년 학생으로서 내가 이 회사들에 어떻게 입사를 도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없었지만, 신입생, HCI 복수전공도 신청하기 전, 포트폴리오도 없이,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상태로, 고등학교 이력으로 가득 찬 형편없는 이력서를 만들어서 무작정 취업박람회를 찾아갔다.


University Center에 위치한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 키보다 큰 세로 현수막에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 "애플"같은 기업들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었고, 각 부스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속으로 "와 진짜 애플 직원들인가?"라고 수없이 생각했다. TV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분들이 피츠버그 시골 동네에 와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각 부스 테이블엔 각종 물병, 공책, 티셔츠, 인형, 스티커 같은 회사 홍보용 굿즈 (미국에선 swag라고 부른다)가 널렸다. 실제로 이 굿즈들만 모으러 오는 학생들도 많았다.

스티커, 물병, 티셔츠, 보조배터리 등등 종류가 수도 없이 많다.. https://medium.com/@CynWasonga


다른 고학년 학생들은 전략적으로 작은 기업부터 찾아가 연습을 한 뒤 대기업 부스로 갔지만, 아직 가진 게 없는 신입생인 나는 곧바로 내 꿈의 직장인 애플의 부스로 달려가 줄을 섰다. 너무나도 가슴이 뛰는 순간이었다. 1학년으로써 당연 실질적인 면접으로 이어질 리 없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나의 꿈의 직장이었고, 그래도 혹시 몰라, 1학년의 패기에 놀라 면접 기회를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더욱 떨렸던 것 같다. 몇십 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나의 차례가 왔다.


애플 직원분은 회색 무지 티셔츠에 애플 로고가 박혀있는 옷을 입고 있었고, 애플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냥 너무 멋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악수를 하고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는 것만 기억나지 너무 떨려서 그 뒤로 나는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취업박람회에서 애플 면접을 따내면 이 면접 카드를 준다. 다들 결국 이거 받으려고 가는 거다.


간략한 자기소개 뒤 이력서를 봐도 되겠냐는 말에 이력서를 건넸다. "So you're a freshman?" 일학년이냐는 물음에 "네 이번 학기에 입학한 1학년입니다".라고 답했다. "Wow, is there a portfolio that I can see?" 순간 나는 흠칫했다. "포트폴리오? 취업박람회 웹사이트에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주변을 둘러봤을 때 다들 아이패드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걸 본 것 같긴 한데, 난 그게 회사 명단을 크게 보려고 들고 다니는 줄만 알았지 그 아이패드가 포트폴리오 발표용 일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No... I just recently came to CMU so I don't have a portfolio yet."


애플 직원은 나의 이력서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활동한걸 보니 내년에 다시 돌아오면 충분히 면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1년간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보자고 말했다.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고맙다고 빠르게 악수를 한 뒤 줄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아... UX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가져와야 하는구나..."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쯤 되니 다른 회사 부스는 돌아봤자 결과는 불 보듯 뻔했지만, 이왕 온 거 내가 좋아하는 회사 굿즈라도 가져가자는 마음가짐으로 다음 몇 시간 동안 다른 회사 부스들에 열심히 줄을 서서 굿즈를 모았다. 줄 서서 직원과 얘기를 했던 학생들만 굿즈를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굿즈는 Lyft의 핑크색 수염 인형, Lyft의 트레이드마크인 핑크 수염을 너무나도 잘 사용한 굿즈였고 내가 가장 아끼는 굿즈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회사에는 이 많은 굿즈들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에코백을 나눠주기도 해서 나도 에코백을 받아서 굿즈 헌팅에 나섰다.


너무 귀여운 우버 경쟁자 Lyft의 핑크수염 굿즈


한참을 돌다가 잡지 어플을 만드는 플립보드 (Flipboard) 부스를 발견했다. 고등학생 때 아이패드를 처음 사서 뉴스를 읽으려 잠시 사용했던 어플이었는데, 줄이 텅 비어있었다. 난 이곳 역시 그냥 스티커를 받으려는 생각에 가서 플립보드 직원과 인사를 나눴다. 근데 내 이력서를 읽더니 분위기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너 전공이 정보시스템과 인데, 혹시 HTML/CSS도 다룰 줄 아니?"

"네, 대학교 오기 전에 잠시 HTML/CSS 학원에서 배워서 기본적인 건 할 줄 압니다."

"UX 디자인도 해본 경험이 있니?"

"네 중국 애플 베이징 지사에서 가볍게 UX 디자인을 해본 적도 있고, 고등학생 때 여기 카네기멜론 여름캠프 수업에서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번 해봤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 서비스 출시를 위해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한 적도 있구요!"


"흠... 너 다음 주에 면접 볼래?"


포트폴리오도 없는 나한테 관심을 가져준 첫 번째 회사였다. 알고 보니 그분은 플립보드의 엔지니어링 부서의 굉장히 높은 직책인 "Chief Architect"였다. 내가 앞서 생각했던 1학년의 패기가 처음으로 먹혀 들어간 순간이었다.

"네! 좋습니다!" "며칠 뒤에 우리 쪽 직원이 너한테 이메일로 면접정보를 보낼 거야. 그럼 좋은 결과 있길 바라!"

아, 방금 포트폴리오 없는 신입생한테 면접을 준 건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각종 굿즈를 보따리만큼 들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Tip: 미국 대학의 취업박람회란?

미국 대학으로 학부생이던 석사생으로 오시면 취업박람회는 필수로 방문하셔야 하는 행사 중 하나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입사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턴십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쉬운 방법이 취업박람회에서 정규직 면접을 바로 보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다음은 실리콘밸리 취업 방법을 성공률 순으로 정리한 리스트입니다:

1. 취업박람회에서 인턴십을 구한 후, 정규직 전환하기

2. 직원 추천 (referral)을 받아 인턴십을 구한 후, 정규직 전환하기

3. 취업박람회에서 정규직 면접을 본 뒤 바로 입사하기

4. 직원 추천 (referral)을 받아 정규직 입사하기

5. 온라인 인턴십 지원하기

6. 온라인 정규직 지원하기


이쯤되면 대학교 취업박람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카네기멜론 CAOC 취업박람회, 2020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각 회사들의 부스가 길게 늘어져있고, 학생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해당 기업의 인사팀/디자이너와 약 5분간 수다를 떠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보통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이 두 가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1. 이력서 검토 (1분)

처음 직원을 만나면 간단한 인사 및 자기소개를 하고, 이력서부터 보여주게 됩니다. 여기선 이 학생이 과거 인턴경험이 있는지, UX 디자인과 유사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수업만 들은 초보 학생인지를 판별합니다. 사실 이력서만 봐도 이 학생의 포트폴리오 퀄리티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어디에서 어떤 인턴을 했고, 또 이력서 디자인 자체를 보면 말이죠. 이때 직원은 주로 이력서에 나와있는 경력을 직접 설명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럼 최신 경력 순이든, 예전 경력부터 말하든 상관없이 짧게 "어디서 무얼 했다"라고 설명하면 됩니다.


2. 포트폴리오 리뷰 (4분)

이력서 검토를 마쳤다면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차례입니다. 미국에선 보통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든 뒤,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들고 가 직접 보여주는 형식입니다. 약 5분밖에 없기에 본인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강한 프로젝트 한 개를 보여주게 됩니다. 아이패드를 스크롤하면서:

프로젝트 배경 및 사용자 문제 설명 (Project background, Problem space)

리서치 과정, 결과, 그리고 인사이트 설명 (Research and insights)

아이디어 도출 및 기능 설명 (Ideation and Product features)

-UI 및 인터렉티브 프로토타이프 설명 (Hi-fi wireframes and Interactive prototypes)


이와 같은 통상적인 UX 디자인 프로세스를 짧은 시간에 설명하게 됩니다. 이때 직원분들께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특정 부분은 보충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 질문을 예상하여 다양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3. 2차면접 예약

만약 직원분께서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직접 2차면접시간을 예약하게 됩니다. 보통 이런 기업들은 바로 다음날이나 그 주말에 2차면접을 학교 캠퍼스 현장에서 진행하기 위해 호텔을 잡고 마음먹고 오십니다. 그래서 보통 2차면접은 취업박람회 다음날부터 그 주 주말까지 곧바로 이어지게 됩니다.


1차면접까지 받는데 몇주, 몇달씩 걸리는 통상적인 온라인 지원이랑은 차원이 다른 혜택임은 분명하죠?


중요: 대학교마다 참석하는 기업 명단이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학교에 애플 구글이 참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기업들은 채용 시 학력을 많이 따지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굳이 차별을 한다면, 최상급 종합대 카네기멜론, 조지아텍, 혹은 최상급 미대 SVA, RISD 등만 직접 방문합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학교를 다닐수록 취업박람회에서 이 기업들을 직접 만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이지요.


미대들의 반란: 미대들이 UX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요새는 미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카네기멜론 같은 전통적인 HCI 프로그램이 UX 디자인 분야를 점령했었지만, UI 디자이너라는 직군이 사라지고, UX 디자이너들이 UI의 완성도까지 신경 쓰게 됨에 따라 카네기멜론 같은 종합대 학생들의 UI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약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면 RISD, SVA, Parsons와 같은 명문 미대생들은 이미 미적 감각이 뛰어나 UI 디자인 완성도에 강한면을 많이 보여주었고, UX 디자인 프로세스를 조금만 배우면 거의 완성형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이 요새는 종합대보다 미대를 더 많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스타그램: 카네기멜론엔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지만 SVA는 몇 년째 가서 채용해간다고 하네요!


자 그럼 제가 또 취업박람회에 대한 썰을 준비 해왔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다음 편 예고: 신입생, 실리콘밸리 면접에 쫄아서 도망간다

첫번째 라운드를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 "아 근데 우리 스타트업이라 UX 디자이너도 프론트엔드 코딩을 조금 해야 해서 다음 주에는 코딩 면접을 한번 보면 좋겠네요". "아, 큰일 났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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