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원카드 스토리텔링 팁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첫 문장이다. 단 두 문장에 모든 게 담겨 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 지금 그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84일. 고기를 못 잡은 날이다. 어부에게 이건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수입이 끊겼다는 얘기고,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는 뜻이다.
"처음 마흔 날 동안은 소년이 함께 있었다."
세 번째 문장이다. 누군가 곁에 있었다. 하지만 과거형이다. 지금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마흔 날이 지나도록 고기를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가 노인은 이제 완전히 살라오, 즉 최악의 불운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문장. 주변이 그를 포기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떠났다.
"소년은 부모의 명령에 따라 다른 배로 옮겼고, 그 배는 첫 주에 큰 고기 세 마리를 잡았다."
다섯 번째 문장, 이게 결정타다. 노인이 틀렸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다른 배는 성공했는데 노인은 실패했다.
헤밍웨이는 다섯 문장으로 노인의 외면적 장애와 내면적 장애를 모두 세팅했다. 외면적 장애는 명확하다. 84일간 고기를 못 잡았다. 가난하다. 혼자다. 하지만 진짜 장애는 내면에 있다. "살라오." 완전한 불운. 주변이 그렇게 낙인찍었다.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선언이다.
그런데 이 다섯 문장은 동시에 초목표도 제시한다. 외면적 초목표는 단순하다. 큰 고기를 잡는 것. 하지만 내면적 초목표는 더 깊다. 자신이 쓸모없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것.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존엄성을 되찾는 것.
좋은 오프닝은 이렇게 작동한다.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되, 그 안에 변화의 씨앗을 심는다. 노인은 84일 동안 실패했다. 하지만 85일째 날,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게 그의 선택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택. 그 선택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든다.
당신의 이야기 첫 장면에 주인공의 장애가 보이는가? 외면적 장애만이 아니라 내면적 장애도 드러나는가? 그리고 그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가? 노인과 바다의 첫 다섯 문장처럼, 당신의 첫 페이지에 모든 걸 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