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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중얼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안 변하요"

by 꼬불이

AI 시대,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요즘 누구나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웹툰을 그리고, 그림책을 펴낸다. 실사 영화야 아직 멀었지만, 그림으로 된 콘텐츠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된다. 속도도 빠르고, 비용도 거의 안 든다. 다들 신나 있다. 나도 신기하긴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강풀 작가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가 강풀 작가의 웹툰을 사랑한 건 그림체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꼬마 니콜라'도 누군가에겐 그냥 날림 스케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림이 화려해서, 정교해서 명작이 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우리를 울리고 웃긴 건 '스토리'였다.


ChatGPT나 Claude로 각본과 스토리보드를 뚝딱 만들 수 있다는 포스팅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안타깝다. AI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여러 버전의 스토리를 쏟아낸다. 하지만 오랫동안 스토리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안다. 그걸 그대로 쓸 수 없다는 걸. '시작'과 '감독'과 '수정 지시'와 '최종 마무리'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만든 스토리는 중상 레벨까진 갈 수 있어도, 탑 티어엔 닿지 못한다.


아무나 어느 정도 수준의 그림책, 웹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 진짜 싸움은 '스토리'가 된다. 그림은 AI가 그려줘도,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 쓴 이야기다.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앞이 안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실망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극장이냐, OTT냐, 지상파냐, 유튜브냐, 숏폼이냐. 그건 스토리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차이일 뿐이다. 스토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공테이프에 녹음해 가며 들었다. 그다음엔 CD가 나왔고, MD, MP3가 나왔다. 지금은 오로지 스트리밍으로만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듣는 장치와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이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그건 여전히 '좋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우리 모두 스토리텔링 공부에 고삐를 늦추지 말자. AI가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일수록, 진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의 가치는 더 높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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