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재식당 by 안주인 Jan 20. 2022

24절기 - 대한 | 단단한 뿌리채소를 챙겨먹을 때

한 해의 마지막 절기, '대한(大寒)'

'철이 들었다'는 말이 있다. '제철'이란 말도 잘 쓴다. '제철 음식'이라는 고유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철'이라는 말은 곧 '적절한 때'를 의미한다. 산다는 것은 곧 시간을 지나는 일이다. 적절한 때를 알고 누려야 시간속에 온전히 들어가 누릴 수 있다.   


'대한(大寒)'은 24절기 순환의 마지막이다. '큰 추위'라는 의미지만 겨울의 끝물에 닿았다고 할 수 있다. 끝은 항상 시작과 맞닿아 있으니까. 이 철이 지나면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을 잘 누리자. 매순간이 마찬가지지만 이 계절이 곧 지날테니까.


마지막 절기에는 뿌리 채소가 잘 어울린다. '끝'까지 취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온 계절의 양분을 머금고 여물어 채취된 뿌리는 겨울이 제철이다. 군고구마 향기가 달큰하게 풍기고, 따뜻한 국물 요리에 무가 감칠맛을 더하고, 따뜻한 생강차가 몸을 덮혀주는 계절.





제철 맞은 식재료는 맛도 맛이지만 작물이 풍성하기 때문에 싸기도 싸다. 싸고 맛있다니, 일거양득. 시장을 지나다 '제주 월동무' 가격 보고 깜짝 놀랐다. 커다란 무우를 사다가 며칠을 먹겠고만 500원이라니! 요즘 붕어빵 한 마리랑 같은 가격이다.




맛있는 무 한통을 금새 헤치울 수 있는 간단한 요리 하나를 소개한다. 이름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라면처럼 쉽고 맛있는 뉘앙스가 다 전달 될, '참치무조림'!

1. 냉장고에 있는 파 송송, 고추 송송, 다진 마늘, 참치 한 캔 준비한다.

2. 집에 있는 다시용 재료 (다시마, 통후추 등)넣고 무를 국물 낸다고 생각하고 끓인다.

3. 무우가 반투명해지면, 다시용 재료 건져내고 1에 준비한 재료 투하.

4. 고추가루, 연두(혹은 다시다), 간장으로 간하고 국물이 자작해질때까지 조리고 또 조린다.





밀양 안재본가에 갔을 때 맛 본, 어머니의 창작요리 우엉밥과 부추 페스트. 소고기 다진 것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채썬 우엉을 넣고 지은 뜨끈한 밥에 부추에 들기름을 넣고 갈아 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비벼 먹는 것인데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이 계절에 뿌리 채소를 넣고 지은 솥밥은 사실 실패 없는 도전이다. 양념장을 따로 준비하면 간을 못 맞출 일도 없다. 단단한 채소를 다듬는 과정에서 모양내기도 좋다. 당근과 우엉을 채썰고, 연근을 올려 냈던 어떤 날의 솥밥은 이렇게 자태가 고왔다.  


겨울은 따뜻한 차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포닌 성분이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는 우엉차, 칼칼한 목을 풀어주는 생강차 한 잔 손에 쥐고 이 시기를 누리자. 호호 불어 보낸 시간 뒤에는 곧 봄이 기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4절기 - 소한 | 안재식당 최애 계절메뉴, 굴솥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