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春分)
양력 3월 21일 전후, 음력 2월 무렵 춘분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으므로 춘분이라 한단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양력 3월 21일은 12개 별자리의 선두주자인 양자리에 해가 들어온 날로 ‘우주의 새해’, ‘점성술의 첫 날’로 불리우기도 하다. 그리고 춘분이 지나면 확실히 낮이 길어진다. 일상의 조도가 환해지니 봄이 왔다는 실감이 난다. 여러모로 ‘시작’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봄 기운을 한 냄비 가득 담고 사진이 도착했다. 어머니가 쑥국을 끓이신단다. 쑥에는 치네올이라는 성분이 있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데, 5월 이후에는 그 맛이 강해져, 국으로 해먹지 않고 떡의 부재료로 사용된단다.
물론 어린 쑥으로 해먹는 떡도 있다. 쑥범벅, 쑥설기라고도 부르는 쑥버무리이다. 이른 봄의 어린 쑥을 뜯어서 날것 그대로 멥쌀가루와 섞어 쪄서 낸다. 쑥의 향을 그대로 느끼기에 그만이다.
결혼 후, 나는 쑥버무리보다 더 한 쑥향이 담긴 찰떡을 봄마다 먹는다. 밀양에 계신 어머니가 손수 쑥을 캐다가 방앗간에 맡겨서 말랑한 쑥찰떡을 보내주신다. 쑥의 비율이 어마어마해서 이 떡을 먹고나면 시중에 파는 여느 쑥떡은 싱거워 먹지 못한다. 이 떡이 하도 맛있어서 주위 사람들 여럿 먹이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함께 건넜다.
우주 최강 쑥떡의 출처는 여기다. 단, 방앗간에 쑥을 잔뜩 캐다가 맡겨야 한다. 적당히 캐가서는 떡을 만들어주지를 않으신단다. (도시인에게 참 공허한 말이지만) 봄을 캐러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