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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Jul 17. 2022

24절기 - 망종 | 초여름의 맛, 산딸기와 오디

여름 과실을 거두어 작은 가을이라고 하는, 망종 (芒種)

벼, 보리와 같은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라는 절기.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뒤적거리다 까끄라기 '망(芒)'이라는 글자를 처음 알았다. 살구, 앵두, 자두와 같은 여름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라 '작은 가을'이라고도 부른단다.


동그랗고 알록달록한 과실의 생기가 차오른 시장은 발걸음을 멈춰 웃음짓게 한다.


여름 과일이 바구니에 담겨져 있는 시장 풍경




딱 이 맘 때, 까끄라기라 할 만한 잔수염을 달고 있는 제철 과일들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다. 산딸기와 오디다. 나무에서 수확하는 열매이니 아마도 계절을 거스르는 하우스 재배가 불가능 할테고, 빨리 무르는 과일이라 보관 기간이 길지 않으니 접하는 기간이 정말 짧다.


이 조그마한 여름의 맛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곰돌이 푸우처럼 꿀통을 부여잡고 숟가락으로 퍼먹었을 만큼 꿀 사랑 또한 유별난데, 오디와 산딸기를 꿀에 절여 두고 꺼내 먹는 며칠간은 보장된 행복을 냉장고에 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누리는 이 초여름의 행복 또한 밀양의 어머니에게서 온다. 호들갑을 떨며 유난히 좋아하는 작은 며느리를 만난 후로 오디와 산딸기를 따느라 초여름을 헤집는 것은 어머니의 일이 되었다. 벌써 결혼 7년차에 접어들고 안재식당을 열고 난 뒤 이미 어머니의 품이 너무나도 많이 드는데, 가만히 받아 먹는 호사로움이 이제 점점 송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올해는 남해 친정 동네에서 농원을 크게하는 친구네 작물이라며, 포도알처럼 실한 블루베리를 비슷한 시기에 보내오셨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스베리까지 갖춘 나는 '베리' 부자였다. 베리 류에는 공통적으로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성분이 많아 항산화 작용에 도움이 되고, 이는 곧 노화 방지에 이로운 미용 식품이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젊은이는 양가 어머니의 덕분에 젊음을 방어하는 여름을 시작한다.




여름 과일 중에서 또 특별히 이야기가 깃든 것은 자두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연애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기록을 뒤져보니 08년도  나이 스물 넷이던 시절이다. 도서관에서 자리 잡고 공부할 , 끼부리는 쪽지 하나를 얹어 자두를 건네던 남자 친구가 지금의 남편이 되었다.

(좌) 08년도 자두남의 고백 / (우) 밀양 앞 마당에서 맺은 결실


하트 모양의 자두는 그 때도 지금도 어김없이 어머니로부터 왔다. 밀양에서 올라온 자두는 앞마당의 나무에서 열렸다는데, 호수 앞 땅이 비옥해 이렇게 실하단다. 한 입 베어 물면 향긋한 과즙이 뚝뚝 떨어진다. 손 안에 품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하고 향긋한 '사랑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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