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서평 | 강소연 글 |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 풀빛
2015년 06월 17일 | 김경연 역 | 원서 : You Are (Not) Small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나와 비슷하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나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무척 당황하지요. 정말 낯설어 보이거든요.
『넌 (안) 작아』에 나오는 털북숭이 친구들도 자신과 모습이 다른 친구들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 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 진짜 작다.” “나 안 작아, 네가 큰 거지.” 한 친구는 작고 한 친구는 큽니다. 자기와 비슷한 친구들을 불러 모으자 작은 친구는 자기 친구들에 비해 작지 않고, 큰 친구는 자기 친구들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삿대질을 하며 말싸움을 하지요. 이 말싸움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갑자기 ‘쿵’ 하고 어마어마하게 큰 녀석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작은 녀석도 나타나지요. 두 친구는 다양한 친구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나서야 ‘크다, 작다’만이 정답이 아니라 ‘크면서 작다, 작으면서 크다’라는 폭넓은 답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유치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나와는 다른 생김새와 성격을 가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에 대해서 인지하게 됩니다. 가끔은 털북숭이 친구들처럼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조금씩 나와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크기도 점점 커갑니다.
서로 작다며 크다며 다투던 두 친구는 결국 ‘배고프다’며 사이좋게 자리를 떠납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지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정말 예뻐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자, 두 친구가 떠났으니 이제는 조용해졌을까요? 자리에 남아 있는 아주 큰 녀석과 아주 작은 녀석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합니다. “너, 털 진짜 많다.”
사랑스러운 우리 유치원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서로 투닥거리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오늘 처음 본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한 편견이나 열등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오히려 어린이가 어른보다 뛰어나지요. 이 그림책은 그런 어린이의 천진난만함과 솔직함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림도 사랑스럽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배경의 풀밭에 있는 털북숭이 친구들은 곰인형을 닮아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단순한 그림 덕분에 독자는 오히려 상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화는 단순하고 짤막하지만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단순하지만은 않지요.
게다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함께 읽는 어른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털북숭이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남과 비교하며 열등한 모습을 감추고자 급급했던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거든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매우 단순하고 간단한 진리입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어린이라면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넌 (안) 작아』 그림책 서평은 2015년 9월 '아침독서운동 - 월간 그림책' 에 직접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