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서평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한 입씩 나눠 먹다 보면 결국 그릇을 싹싹 비우게 됩니다. 그런데 왜 ‘말’은 한 입씩 보태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일까요?
화창한 아침, 잠에선 깬 오필리아는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조페의 신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배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오필리아는 조페를 돕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섭니다. 미어캣이 어디 가느냐고 묻자 오필리아는 “조페가 배가 많이 아픈가봐. 아주 괴로운 목소리였어”라는 말을 남기고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한참 후 오필리아가 돌아오니, 정글 친구들이 모두 둑에 앉아 슬퍼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필리아는 단지 ‘조페의 배가 아픈가보다’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 말은 들은 미어캣은 개구리에게 ‘조페가 배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고 전합니다. 개구리는 호저에게 ‘조페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전하고, 다시 호저는 코뿔소에게 ‘조페 다리가 부러졌다’고 전하고, 코뿔소는 큰부리새에게 ‘조페가 사고를 당해서 뼈가 모두 부려졌다’고 전합니다. 그러다 큰부리새가 거북이에게 ‘조페가 죽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지금껏 조페의 이야기를 전했던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동물 친구들이 조페의 죽음 소식에 슬퍼하고 있는 순간, 이들 앞에 죽었다던 조페가 오필리아와 함께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도대체 조페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누가 잘못 옮기기 시작한 거지?’ 라는 생각을 하려는데 큰부리새의 말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접었습니다. “우리 모두 조페처럼 긴장했나 봐. 긴장하는 것도 옮는 모양이네!” 조페가 죽었다고 말을 전했던 큰부리새가 쿨하게 ‘긴장’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넘기는 모습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 당당함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말 전하기’ 놀이를 하다 보면, 종종 말이 잘못 전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부리새의 말처럼 누가 잘못 옮겼는지를 찾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조금씩 잘못 전한 말이 결국 처음과 완전히 다른 말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유아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배워갑니다. 그래서 특히 독서교육은 유아들에게 있어 간접체험을 통한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책은 이야기의 반복 점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유아들이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접하기에 좋습니다. “조페가 아프대”에서 시작해 “조페가 죽었대”로 끝나는 마지막까지 조페의 상태에 대해 반복적이면서도 점층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법은 유아들의 이야기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더불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인 미어캣이나 호저, 큰부리새 등이 등장함으로써 흥미 유발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유아와 책을 읽을 때 마지막이 되어서야 등장하는 조페의 정체를 함께 상상하며 읽어나간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필리아』 그림책 서평은 '아침독서운동 - 월간 그림책' 에 직접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