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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바다 Dec 19. 2019

『육아 이야기』  1. 출발

유치원 선생님 아빠와 다섯 살 아이의 성장 이야기


오늘 육아종합지원센터 이용사례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아이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입상을 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한지 이제 9개월 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2개월 반!


지금 생각해보면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아직 복직까지 70일의 시간이 남아서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2019년 3월부터  지금까지 육아휴직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10년 차 유치원 교사로서 그리고 원감으로서 유아교육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결국엔 초보 아빠로서 아들과 함께 좌충우돌하며 아빠로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래는 육아종합지원센터 이용사례 공모전 '입상' 글입니다. 저는 초보 아빠로서 육아를 하며 책보다는 여러 육아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살고 계시는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이용해 보세요.  많은 육아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 이용사례 공모전 입상작 -


<아빠랑 가는 용산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아이는 익숙하게 헬멧을 쓰고, 자기 자리에 앉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슝슝 가르며 용산구 육아종합센터로 달려갑니다.


“아빠랑 와서 좋겠네!”


센터에 오면 친절한 선생님들이 아이를 보고 인사해줍니다. 수시로 센터에서 운영하는 꿈나무 놀이터에 놀러 오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체육 프로그램도 일 년이 넘도록 꾸준히 수강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용산구 육아종합센터는 이미 제 집처럼 익숙하고 편한 공간입니다.


아이와 함께 오기도 하지만 아이를 등원시킨 후 부모교육을 받으러 종종 오기 때문에 어쩌면 아이보다 제게 더 익숙한 공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스스럼없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아빠들처럼 주말에 잠깐 들러 꿈나무 놀이터에 들르는 정도가 다였고 이 곳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교육이나 행사에 대해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시간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바쁜 아빠로만 있으면 유아교육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아이의 빛나는 시기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봄부터 육아하는 아빠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좋은 아빠 되기>

유치원 교사이자 원감으로서 유아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지만, 교사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은 엄연히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을 준비하듯 종이접기, 미술활동, 음률활동 등 아이와의 활동을 준비했으나 같이 생활해보니 유치원에서 수업을 하는 것처럼 일일 계획안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사 경력은 10년이 넘었지만 아빠 경력은 처음이니까요.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내가 슬쩍 “교육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요?” 하고 물어왔습니다. 내 직업이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인데 교육을 들으라고 하다니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초보 아빠라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했습니다.


<클로버 부모교육-부모∙자녀 체험 프로그램 : 존중 파티>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부모교육, 부모 자녀 체험 프로그램 등 종류도 내용도 다양하지만 최근에 아이와 함께 했던 부모 자녀 체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존중 파티>라는 제목으로 존중의 의미를 알아보고 함께 존중의 마음을 담은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존중’이라는 개념은 인성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유아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존중의 개념을 전달하니 유아들이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아이에게 존중이 뭐냐고 물어보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가 양손을 받쳐 들고 위로 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이가 했던 말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아빠가 그동안 나를 존중해줬으니 이제 내가 존중해줄게요.”


교육을 받고 난 다음 날, 어린이집에 갈 때 항상 엘리베이터 버튼을 먼저 누르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버튼을 먼저 누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빠 먼저 타세요.”라고 말하며 제 차례를 기다립니다.


아이에게 ‘존중’이란 어려운 가치가 아닙니다. 아빠와 함께 케이크를 만든 존중 파티에서 배운 소중하고 재미있는 일이니까요.      


<존중은 먼저 가야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강사님이 강의를 마치고 해 주신 말입니다.


그동안 교육자로서는 유아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유아들에게 많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다가갔지만 부모로서는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고,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자로서는 유아들을 존중했지만 정작 부모로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다섯 살인 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아이의 멋진 미래를 위해 존중을 해주면 그 존중이 아이를 통해서 결국 나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에게도 전해지길 희망합니다.


곧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 유치원에서 다른 학부모님들을 만나고 부모교육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때도 내가 지금 받은 ‘존중’의 마음을 널리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아이는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육아종합지원센터에 갑니다.


“아빠, 안전하게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존중받는 아빠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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