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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바다 May 17. 2023

남산 여행

육아 일기

“블루이” 애니메이션

개를 의인화 한 내용인데, 거기에 나오는 아빠는 상상놀이 전문가다.

아빠는 아이와 놀이하며, 항상 쉬고 싶어 하지만, 아이가 갑자기 의사 선생님 놀이를 하면,

:소파에 누워서 ”선생님 배가 아파요 “ 소리친다.

그럼 블루이와 동생은 함께 의사 선생님 역할과 간호사 역할을 정하고 아빠를 면밀히 살핀다.

X 레이를 찍는 행동을 하고는 아빠 배속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는 장면을 표현하고, 수술놀이를 하며 아빠 배속에 있는 고양이를 빼내는 놀이를 실제 인형으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놀이 역할에 빠져서 그 상황에 대한 의미부여를 한다는 거다.


“나도 유치원 교사 시절에 아이들과 그렇게 놀았다.”


아이들이 좋았다기보다. 내가 만드는 다양한 놀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즐거웠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거웠고, 아이들과 놀이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집에 오면 그 놀이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놀이에 특화되다 보니,

내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가 낯설었다.

그때 아이가 힌트를 줬다.

나는 로봇 조종사 아빠는 내가 조종하는 로봇.

처음에는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AI로봇이 되어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역할극을 통해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그 이야기를 쓰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놀이에 집중하다 보니 사진은 얼마 없지만, 나도 블루이 가족의 아빠처럼 그렇게 놀았다.

어제 아침 오랜만에 디즈니플러스에서 블루이 영상을 아이와 함께 보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가 “나는 아빠와 로봇 놀이를 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그때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말하는데,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작년과 올해 나는 집안일을 하는 주부로서 아이를 돌보고 학교일과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정작 아이와 놀이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있었다.

분명 무엇인가 하며 많이 놀았지만, 영양가가 없는 놀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많이 함께 했는데, 그 시절이 많이 그립다니… 그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마침 화요일은 방과후수업도 없고, 피아노 학원에도 가지 않는다. 수요일에 필요한 것도 이미 월요일에 모두 해놨다.

나는 그날 아침 그 말을 듣고, 창고에서 다시 로봇 장치를 꺼내왔다.

“시율아 우리 다시 함께 놀아보자.”

화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로봇 놀이는, 아이의 하교 시간 이후로 크게 발전되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남산에 가고 싶다는 아이.

하지만, 아직 남산타워까지 가기에는 나의 체력이 문제였다.

우리는 함께 대화하며,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

“아빠가 아직, 에너지가 부족해서, 남산타워까지는 못 갈 거 같아.”

“앞으로 시율이가 에너지를 많이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빠는 6월이 되면 남산타워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아.”

그래서 찾은 타협점은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백범광장’

자 이제 출발이다.

나는 그동안 아이를 잘 돌봐왔다고 자부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돌봄이었다.

뭔가 특별한 건 없었다. 그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진행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해야겠다.

체력도 많이 기르고, 아이가 아빠보다 친구를 더 필요로 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 정말 열심히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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