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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드세운 Jan 01. 2020

직접 만든 내 아이의 첫 자전거  

내 아이의 첫 자전거, First Bike #03. 워크숍 현장 스케치

지난 10월 26일 세운상가에서  윤현상재 보물창고 <을지공존>이라는 이름으로 서울도시장을 열었다. 그 곡에서 First Bike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워크숍 진행됐다. 덕분에 First Bike를 기획했던 당초의 목적 중 '만드는 기쁨을 나누는 것'은 작가의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펼쳐진 워크숍 현장을 스케치한다.


세심한 손길 가득, 워크숍 준비과정

워크숍에 사용할 부품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정원석 작가

아침부터 정원석 작가는 분주했다. First Bike를 처음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빠진 부품은 없는지 더 챙겨야 할 준비물은 없는지 확인하며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흡사 처음으로 아이를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작가가 준비한 것은 총 8명의 워크숍 참여자들이 넉넉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First Bike의 부품뿐이 아니었다.


사실 작품을 처음 보여줄 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퍼포밍 방식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원석 작가가 준비한 워크샵의 디테일 (앞치마, 지도, 부품드로잉)

First Bike를 귀여운 로고로 만들어 가슴에 넣은 앞치마, 을지로에서의 메이킹 여정을 담은 지도, 부품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마련된 드로잉까지 정원석 작가의 세심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10월 18일에는 정원석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스텝들을 위한 조립 교육까지 했을 정도.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전날까지 오던 비는 말끔히 그치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직접 자전거 조립을 시연하는 정원석 작가

온 가족이 함께, 오전 워크숍 


오전 11시에 시작된 오전 워크숍에는 온 가족이 함께 온 경우가 많았다. 삼 남매를 모두 대동한 가족부터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젊은 부부까지, 온 가족이 특별한 주말을 위해 First Bike 워크숍을 찾은 것이다. 또 자전거를 직접 만들어 타게 하면 아이들이 더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는 것이 현장을 찾은 부모님들의 공통적 설명이다.

오전워크샵을 찾은 가족들


주말이면 애들이랑 뭐하고 놀아야 할지 항상 고민이 많거든요.
이런 자리가 있으면 너무 고맙죠.
특히 나무 자전거 만들기라니 새롭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난이도가 높았던지 금방 집중력을 잃었다. 그 덕에 자전거 만들기는 스태프들과 부모님 손에 거의 맡겨졌다. 행여 아이가 손이라도 다칠까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모서리를 사포로 다듬으셨다. 아이들이 다시 자전거 만들기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바로 육각렌치로 볼트를 조이는 과정에서다. 렌치를 돌리는 것이 즐거웠는지 연신 "내가 해볼래!"를 외치며 자전거 만들기에 다시 동참하기 시작했다. 볼트를 조이고 손잡이까지 원하는 위치에 끼우니 자전거가 완성됐다.


오전워크샵에서 자전거 만들기에 참여하는 아이들


특히 완성된 자전거는 모든 아이들이 퍽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아이들은 여럿인데 자전거가 한 대라 혹시 싸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실제로 오전 워크숍에 참여했던 가족들은 2시에 시작된 오후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도 자전거를 타며 신나게 놀았다는 후문. 직접 만든 자전거를 타고 하루 종일 놀았으니, 부모님들 원대로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주말이 됐을 것이리라.


스태프들은 오전 워크숍을 마친 후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오후 워크숍을 준비했다. 오전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는 몫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오후에는 더 많은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함께 하는 이가 많아 더욱 즐거웠던 오후 워크숍 현장을 지금 이어서 소개한다.



엄마 손 꼭 잡고, 오후 워크숍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오후 워크숍에는 엄마와 단 둘이 찾은 아이들이 많았다. 또 손자에게 선물하시고자 방문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계셔 마음이 훈훈해졌다. 오전보다 더 많이 투입된 스태프들 덕에 보다 원활하게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모 삼촌 스태프들의 칭찬에 신이 난 아이들은 사포질에 잠시 동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워크샵에 참여한 가족들

변수는 바람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사포질 한 가루가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루가 눈에 조금 들어가 우는 아이부터 추워서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까지 한 껏 끌어올린 집중력이 바람으로 인해 많이 흐트러졌다.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몇몇 아이들은 잠시 피신해 있고 그동안 자전거 만드는 데 스태프들이 박차를 가했다. 스텝들이 집중해서 부품들을 다듬기 시작하자 금세 조립 가능한 부품이 쌓였다.  


어젯밤부터 자전거 만들러 간다고 신나 있었는데
날도 춥고, 예상과는 다른 가봐요. 하하
살짝 아쉽지만 완성되면 재밌게 타겠죠?

잠시 피했다 돌아온 어머님은 어젯밤부터 기대했는데 만들기에 많이 참여를 못해 아쉬운 듯 말씀하셨다. 다행히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사포질이 끝나고 망치로 베어링 넣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의 집중력은 되살아났다. "아이 잘하네!" 한 마디에 신이 나서 망치로 베어링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함께 워크숍에 참석한 부모들은 물론 스텝들까지도 모두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이후 볼트를 조이는 과정은 오후 워크숍에서도 역시 인기 코스였다.

오후 워크샵 자전거를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

마감이 조금 서툰 부분은 작가님과 스태프들의 손길이 몇 번 닿으면 금세 예뻐졌다. 스태프들이 힘껏 볼트를 조이고, 작가님이 전문 장비로 조금 다듬어 주면 자전거의 완성도는 한껏 올라갔다. 특히 멋진 장비를 동원한 작가님이 등장하면, 아이들은 신기한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 덕에 스태프들도 작가님도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워크숍에 참여했다고.


오후 워크샵에서 자전거 마감을 돕는 스탭들

날씨도 추웠던 데다 칭찬에 신나 열심히 자전거를 만들어서 인지 오후 워크숍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모두 곧바로 꿈나라고 갔다고 한다. 완성된 자전거를 작은 두 손에 소중히 쥐고 떠나던 아이들의 뒷모습은, 아마도 꿈나라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했다. 내가 엄마와 함께 만든 자전거라는 소중한 추억을 싣고 말이다.


이렇게 만드세운의 첫 프로젝트 First Bike는 끝이 났다. 하지만 세운상가를 둘러싼 소규모 제조업 지역의 창의적 생산동력을 이용한 창의적인 메이킹 프로젝트를은 만드세운을 통해 계속해서 소개될 예정이다. 이 이야기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면 당신도 이 곳에서 만들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더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이 지역을 이용해 자신 안의 호모파베르를 깨워간다면, 세운 일대는 단지 정지한 과거의 동네가 아닌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지금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드세운 작가, 박해란

도시와 문화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두 발로 돌아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짬짬히 글을 쓰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un_egg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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