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간인 박씨 Nov 06. 2024

파랑새는 없지만, 우물 밖에서 보기

'도망친 곳에 파랑새는 없다'

실제로 4년 거의 꽉 채워 시골에 살아본 바,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사는 삶은 아름다운 파랑새는 아니다.

인간이 사는 것이란 어디나 희로애락이 있어 매일이 마냥 행복한 일만 있는 것도 딱히 아니다.

물론 주말에는 마당에서 꿀 같은 휴식 

파랑새를 대신해  찾은 것은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형화된 삶과 틀을 간신히 벗어났다는

해방감.

또 한숨 돌리고 나서야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한국사회에 기형적인 틀  


한편, 시골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는 

턱끝까지 차오른 상태다.

걷다 보면 인파에 치여,

숨이 가빠오는 도시의 거리들에서는 

전혀 와닫지 않는 말뿐이겠지만 말이다.


서울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남한 인구가 5천만 명이 살고, 

서울에만 1천만여 명이 산다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져 대체 이렇게 까지 바글바글 몰려사는 이유가 뭐냐는 생각을 했었더란다.


아니다. 바글바글한 건 수도권뿐이더라

서울에 1천만 명, 수도권에 1천만 명, 

거점광역시 대략 1천만 명

나머지 2천만 인구는 서울/수도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를 '제외'한 땅 위에 붙어살고 있다.


서울수도권광역시가 넘쳐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건물을 올릴 때,

나머지 사람들은 땅을 밟고, 흙 위에 수평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평으로 살면서도 전혀 땅이 부족하지 않단 말이지.

넓은 논밭에 드문드문 있는 작은 마을들. 

땅값은 둘째 치고, 한국의 땅이 작고 부족하다는 말은 보편타당한 말은 아닌 듯싶다.



트랙 대신 달리는 시골의 달리는 운동 코스 :)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위험지역은 89곳으로, 

각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고 지역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말이지. 시골은 시골다워야 시골 아닌가? 

지자체들 모두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프라 좋은 '도시'를 목표로 하는 상황,

만약 그렇게 해서 그 목표가 달성된다고 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곳은 '수도권'화 되는 것인가?


시골美를 잃는다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오는 유입인구를 

오히려 놓치게 되지 않을까.


흔히 시골에서 인구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유출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청년과 중장년을 포함해 시골이 좋아 찾아 들어오는 인구 유입은 적지 않다.


우리 지역의 경우 전출 인구 수와 전입 인구수가

비슷한 수준인데  그렇다면 +,- 0으로 수렴해야 하는

수치가 계속 감소하는가. 


답은, 어르신 사망자가 많아서다.  

지방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 여건이 좋은 광역시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남편의 본가는 광역시인데, 체감하는 결혼+출산율이 서울에 비해 훨씬 높게 느껴진다.


아기는 태어나지 않고, 어르신들을 돌아가시는 이 상황은 어디서부터 타개할 수 있는 걸까.

전세계적인 흐름을, '지방'이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우연히 지역의 인구관련 된 업무를 하다 보니 생겨나는 일종의 무력감을

배설하기 위해서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 수도권에 정착해 회사를 다니면서

맞벌이 부부가 되어 아파트 대출을 갚고, 아이를 낳아 교육에 열심히인 삶.

그럴듯한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버티는 이 생활을 그럭저럭 '스탠다드'로 보는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스템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스탠다드에서 밀려날 생각은 없다.


또 중앙에서 역시, 수도권화를 포기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보인다.

일종의 우등시민 구역 같은 거랄까. 중앙 역시 결국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거대한 조직인지라 

수도권 공화국에 대한 공통의 신앙이 널리 자리 잡고 있을 터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당연히 남도 하기 싫은 것이 이치인지라

이상적으로야 지역분권이 해결과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가 대책인걸 알겠지만,

그 대책을 내놓는 사람들조차도 '그럼 당신이 시골로 가서 한번 살아보겠소?' 하면, 

극렬한 저항이 뒤따라올 것이다.


도시는 일등시민-지방은 이등시민이라는 무의식과 일종의 선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나조차도 변전소나 쓰레기 소각장, 흔히 말하는 혐오시설에 대한 설치를 

깊은 고민 없이 편익에 따라 사람이 많지 않은 '지방'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더란다.


'뉴스'자체에 매몰되다 보니 이슈에 가려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는  차마 보지 못했던 과거.

이제는 지방 그것도 시골에 터를 잡은 내가 일등시민-이등시민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형태가 우물밖에 나와서야 바로 보이는 것에 대한 자조다.


도시의 식수원 보호를 위해, 발원지와 상류댐 일원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발전이 막혀있었고

오랫동안 정쟁과 일종의 파워게임에서 뒤처지며, 필요한 인프라나 SOC 확충에서도 밀려났을 것이다.


본가의 집 앞은 눈 뜨고 나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며 도로가 확장되고, 지하철 역이 연장되고 있는데

시골의 숙원 사업(기껏 해봐야 안전을 위해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해 달라는 것 정도)은 

수십 년 간 우선순위에서 기약 없이 뒤로 밀려나며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그 이익이 흘러들어 가는 각종 혐오 시설들은 대체 어디에 는가.

안전하고, 무해하며 온통 좋은 것뿐이라면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겠지. 

이곳에서는 전시회를 보러 1박2일을 잡고, 귀경해야 하는 예술의 전당처럼 말이다.


수도권은 자급자족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지방에서 수혈을 받아  그 형태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닐까.

청년도, 인구도, 식량도, 혐오시설도.

혹자는 도시에서 걷는 많은 세금이 지방으로 가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시골의 행정력조차 세금으로 유지하기 아깝다는 말.

시골을 찾아다니는 휴가, 올 여름은 남쪽바다로

글쎄,

도심의 차가 8차선을 달릴 때 왕복 2차선의 차선을 트랙터와 함께 달리며 출근하고 있는 나는

생각보다 시골에 행정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무성의한 말 대신

이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삶의 질이

왜 '도시'사람들의 편익분석으로 계산되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제고해 보자고 설득해야겠다.


일단 시골에 한번 와서 같이 살아보자고

그래야 시골도 시골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지 않겠냐고.

우물 밖에서 좀 봐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 피고, 시골살이는 더 좋아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