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이다. '일'을 한다. 그리고 대도시의 경우 일이 많기도 하다.
시험에 붙기만 하면 되는 안정된 직장, 정시퇴근 및 정시출근, 등본 몇 장 발급하고 인터넷 쇼핑하다가 퇴근하는 소위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한 인식은 대체 과연 어디서 만들어진 걸까?
범국가적인 취업난에 많은 대학생들 혹은 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들도 이 시험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대학 입학 후 취업난에 대한 공포가 형성되고, 스펙이 없어도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도 공정하게 문제 풀이에서 승자가 탄생하는 공무원을 너도나도 준비한다. 마치 제3의 물결처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공시의 물결'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도 그 물결에 훌쩍 올라탔었다.
하지만 길게는 3~4년 동안 수험생활을 하고 일단 합격을 하게 되면, 다른 길을 찾기에는 쉽지 않게 된다.
내가 사직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였다.
1) 네가 '공무원' 조차도 힘들어서 못하면 어딜 가서 뭘 해서 벌어먹고 살 수 있겠나
2)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대체 왜 그만두나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 주위(공무원 외)에서의 반응은 대체로 이와 같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서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공직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들어오기도 힘들고, 이렇게 나가기도 쉽지 않은 직업에 대하여 수험 생활을 결정하고, 공부할 당시는 한치의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가까운 직원들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열에 아홉은 반응이 '부럽다. 다시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여서'였다. 절대다수의 직장인들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품에 고이 넣어놓은 사직서를 던지지 못한 것처럼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일이 당장 편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당장 먹여 살릴 가족들과 대출금 때문에 혹은 다른 직업을 생각하기엔 나이가 있어서와 같은 이유로 퇴직하지 못한다.
나의 경우 연고지였던 지방직 공무원으로 근무했었는데, 내가 느꼈던 지방직의 특성은 이러하다.
- 엄연히 업무가 있다. 잡다한 일도 많다. 단연컨대 우아하고 점잖은 직업은 아니다.
* 어떤 직장이든 마찬가지지만 일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
-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에 몰려있는 지역행사 지원, 자연재해에 대비한 비상 응소, 선거 때는 한 달 가까이 새벽 출근 새벽 퇴근도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가끔은 이상한 상사와 산에도 가야 하고 단체원들과 워크숍도 가야 한다.
- 월급이 생각보다 적다. 작고 귀엽다. 이것저것 공제 뒤 수령하는 금액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 민주적인 집행과 절차의 보장으로 대도시일수록 행정 수요가 많다.
- 어떤 이는 일이 많아서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해도 금전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확보하는 행정의 수요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 일단 인사 발령이 나면 담당자는 나고, 행정적인 책임도 법적인 책임도 내가 진다.
* 상세한 사전교육이나, 인수인계서는 없다. 대략 하루 이틀, 짧으면 반나절의 인수인계로 당장 일을 추진해야 한다.
- 업무의 변동 폭이 크다. 오늘은 회계 담당이었는데, 갑자기 내일부터는 다른 과의 사업담당으로 발령이 난다.
- 생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임용 전 수험생일 때는 정말 알아볼 생각도 없었고, 알 수도 없었다.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문과생인 데다 준비한 자격증도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주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그냥 취업은 힘들어 보이고, 기업에는 들어가기 싫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진로에 대해 깊게 조사해보지 않고 무작정 시험을 준비했었다.
물론 공무원은 분명 모두가 아는 것처럼 장점도 많은 직업이다. 다만 사기업 준비할 때 잡플래닛에 검색도 한번 해 보고 현직 선배들 후기도 들어보고 취업 카페에 근무환경에 대해 질의하는 것처럼 평생직장이 될 수 있으니 한번 더 신중하게 업무 환경, 그 직렬 혹은 지차제, 국가직이라면 부서의 특성에 대해서도 잘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사기업처럼 개인의 능력에 따라 스카우트나 이직의 기회가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사기업을 경험해 보지 않은 초년생들이라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규자들의 의원면직의 비율이 증가하는 걸로 봐서도 취업난이라서 혹은 주변에서 준비하니까 나도 해볼까? 하고 자신의 성향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건 정말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직장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두통거리 - 사람, 불합리한 조직 문화- 등의 문제는 똑같이 공무원 조직에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