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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간인 박씨 Dec 17. 2019

거기서 뭐해 먹고 살거니

시골로 간다고 하면 대게 대체 거기서 뭐해먹고 살 거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농사를 지을 거니? 와 함께.


일말의 양심으로 주제 파악은 하고 있어 농사의 ㄴ도 모르는 사람이(심지어 게으른), 농사에 손을 벌렸다가는 답도 없이 망하기 딱 좋을 것 같아 하는 시골살이를 꿈꾸고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한적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살고 한다.


먼저 시골살이를 시작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드시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가깝다. 아무리 작은 사회더라도 그 규모에 맞는 시장 경제는 작동하고 있고 그에 따라 관공서, 학원, 시장, 식당, 은행 시민사회 등 필요한 필수요소는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무직 수행이 가능한 젊은 인구가 압도적으로 사무직 일자리에 비해 적은 인구 구조 상 사무직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도시에서는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일 공공 일자리, 공공기관 인턴이 모집이 안 되어 재공고가 뜨는 걸 보면, 수도권의 과밀화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직 시골살이를 하며 어떤 분야에서 일할 지는 명쾌하게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적게나마 모아놓은 돈으로  내려가서 좀 더 고민하고 결정하려고 한다. 그 선택지에는 공무원 재시험도 자리 잡고 있다.



돈에 욕심 없다는 사람이 제일 무서우니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지만 나는 정말 그렇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적게 일하고 싶다.


애초에 돈을 많이 가진 적이 없어서 그런지, 물욕이 별로 없다. 그냥 먹고살기 위해 벌 뿐이고, 집, 차 같이 재산도 단지 의식주를 해결할 도구로서 생각하게 된다. 4년 가까이 공직에서 저축도 했고, 예금도 있지만 도시에서 아파트 한채 사기엔 턱도 없고 대출을 끼고 차를 사자니 답도 없는 교통 정체에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복지포인트로 소위 명품백도 사봤지만 즐거움은 일주일을 못 갔다. 로고가 없다면 평범한 가죽 가방이 되는 백들이 나에게 근본적으로 줄 수 있는 행복감이 대체 뭐란 말인가? 과시욕? 좋은 가방을 들고 있다는 만족감? 사람에 값어치를 둘 수도 없지만, 고작 가죽 가방으로 값어치가 매겨진다는 것은 인간에의 다른 가치들이 매몰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이물감을 느꼈다. 때 묻은 천가방을 어깨에 휙휙 두르고 다니는 게 낫겠다.


선천적으로 소비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타입인지, 물질로 이뤄지는 타인과의 비교에도 무뎌 남들이 값 비싼 소비를 한다고 부럽거나 샘이 나지도 않는다. 

물론 돈 많은 백수가 부럽지 않냐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돈 많은'이 아니라 '백수'가 부러운 거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만 유지할 수 있다면 돈이 많을 필요으리라 생각한다.

* 물론 내가 아직 미혼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대부분의 월급은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적금을 했고, 적금의 만기가 오면 여행을 다니곤 했다. 다만, 여행은 행복하지만 일상이 될 순 고 일종의 도피처 역할 그쳤다. 도피처에서 돌아오고 나면 일상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이 더 다.

물질에 대한 욕망-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이 삶의 동력이 되고,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데 도시는 최적화되어있는 듯하다. 더 좋은 집, 더 큰 차, 남보다 좋은 학벌, 주말마다 미디어에 유행하는 곳은 한번쯤 가봐야 하는 트렌디함.

그래서 삶에 대한 커다란 욕망과 욕구를 찾는 게 어려웠던걸까?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내 내면에는 정작 부재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어불성설처럼 느껴졌었다.


생활의 수단과 목적이 전복되는 순간에서 일종의 두려움을 느낀다. 공무원 면직 후 이직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이유는 귀촌 후 정착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함 더하기 도시에서의 삶에 끝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끝장을 봐야 뒤돌아 보지 않을 테니까. 정말 서울은 도시 중에 도시, 끝판왕이라고 생각된다. 2호선을 환승해 출근하다 보면 인류애는 사라지고 살심만 남는다. 공직에서 면직하고 다니던 서울의 회사는 솔직히 공무원 때보다 훨씬 많은 급여에, 분위기도 수평적이고 자유로웠다. 그런데 하루에 13시간을 온전히 회사를 위해 집 밖에서 보내는 이 삶이 정상적인 건가? 행복하려고 돈도 벌고 일도 하는데 행복과 돈의 순서가 전복된 상황.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그래서 나는 가려고 한다.

Into the unknown.

미지의 세계로.

많이는 못 벌겠지만, 많이 쓰고 살지 않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줄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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