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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릴 때

by 마테호른

지난 주 토요일, 집사람과 집 앞을 천천히 걸었다.

특별한 약속도 없이, 그저 날이 좋아 나선 산책이었다.


걷다 보니 출출해졌고, 별 생각 없이 동네 중국집에 들어가 짬뽕을 주문했다.

매콤한 국물에 땀이 맺히고,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점심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짬뽕 속에 들어 있던 미더덕을 아무 생각 없이 씹는 순간,

왼쪽 아래 어금니가 시큰거렸다.

순간 멈칫했다. 잘못 씹었나 싶어 다시 입을 다물어 보았지만, 꽤 아팠다.

단단히 박혀 있어야 할 것이,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치아가 그렇게 약해져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늘 제 역할을 해왔고, 당연히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었다.

그런데 미더덕 하나에 흔들렸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예고 없이 흔들릴 때.

건강이 그렇고, 관계가 그렇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그렇다.

아무 일 없던 일상 속에서, 사소한 계기로 균열이 드러난다.


어쩌면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치아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늘 괜찮다고 생각하며 밀어두던 작은 신호들이 어느 날 한 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 나는 짬뽕을 끝까지 먹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괜찮아?” 하고 묻는데, 대답은 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복잡했다.

아프다는 감각보다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우리는 단단함을 믿고 산다.

내가 세운 계획도, 내가 쌓아온 경력도, 내 몸도, 내 의지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가끔 아주 작은 것으로 그것을 시험한다.

거창한 위기가 아니라, 미더덕 하나 같은 사소한 사건으로.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흔들린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무엇을 돌보지 않았는지, 무엇을 다시 살펴야 하는지.


단단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릴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한다.

불안에 매달리거나, 점검을 시작하거나.


나는 후자를 택하려 한다.

치과 예약을 하고, 몸을 돌아보고, 마음의 속도도 조금 늦춰볼 생각이다.


삶은 완벽하게 고정된 상태로 흘러가지 않는다.

조금씩 느슨해지고, 다시 조이고, 또다시 균형을 맞추며 이어진다.

어쩌면 흔들림은 무너짐의 신호가 아니라, 조정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음식을 씹을 때마다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한다.

지금 내 삶에서 흔들리고 있는 또 다른 뭔가가 있는지.


어쩌면 단단함을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흔들릴 때 미리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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