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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준 Jun 07. 2020

축구협회 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잉글랜드에서 탄생한 근대 축구. 초기에는 축구 방식이 다양했다.

저마다 다른 규칙을 통합하기 위해 잉글랜드 축구협회(1863년)가 탄생했다.

협회가 운영한 대회 FA컵(1871년)은 풋볼 규칙을 하나로 묶는 데 크게 기여한 대회다.


근대 축구 초기는 '규칙을 통일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건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규칙, 심판, 규정'은 초기 스포츠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협회가 감독'하지만 분리되고 독립적인 프로리그를 도입한다.



1888년 잉글랜드 12개 프로팀이 모여 세계 최초 축구리그 ‘풋볼리그’를 창설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협회가 감독하지만 분리되고 독립적인 프로리그를 도입한다”는 합의하에 풋볼리그를 인정한다. 풋볼리그를 만든 프로팀도 협회 규칙으로 프로리그를 운영했다.


지금이야 당연해 보이지만 축구 운명을 바꿀뻔한 순간이었다.

규칙을 통합하지 못했다면 종목이 갈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축구와 럭비가 같은 풋볼(Football)에서 다른 종목으로 갈라진 상황이었다.

축구와 럭비는 '손을 사용한다'는 경기 방식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회가 감독한다'는 조건은 새로운 축구가 생길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고, 축구를 같은 규칙 안에 묶어두었다.



초창기 '축구 규칙'은 어느 사안보다 중요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도 축구 규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심판 관리는 각국 협회가 독점적 권한을 갖고 행사해야 한다’는 1국 1협회 1심판위원회 규정을 두고 있다. FIFA 규정 역시 '규칙, 규정, 심판'이 축구협회를 이해하는 중요 가치임을 보여준다.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A). 축구 규칙을 통합하기 위해 1863년 창립됐다.



대한민국 FA컵 뿌리 1921년 1회 전조선축구대회는 판정시비로 우승팀이 없다. 규칙 강령 등을 정비한 후 2회 대회는 우승팀을 배출한다. '규칙'이 초창기 축구를 이해하는 중요 기준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FA컵 천황배 원년을 1921년 ‘아식축구전국우승경기회’에서 찾고 있다. 아식(Association式)은 잉글랜드 축구협회 규칙을 따르는 경기를 뜻한다. 대회 이름부터 협회 규칙을 따르는 경기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른 방식을 따르는 축구가 존재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아식축구전국우승경기회 역시 축구 규칙 정립에 기여하는 대회라는 초기 FA컵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전조선축구대회가 자리 잡으며 축구 저변이 확대됐다.

당시 축구계는 심판 경기운영 등을 맡을 조직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필요성은 1928년 5월 22일 종로 청년회관에서 창립된 조선심판협회로 이어진다.

축구 저변은 더욱 확대됐고 조선심판협회는 1933년 9월 조선축구협회로 발전한다.

일제는 체육단체를 와해하려 했고 축구협회는 이에 대응해 1942년 2월 22일 자진 해산했다.

1945년 해방 후 재건, 1948년 '대한축구협회'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조선축구협회가 바로 생기지 않고 조선심판협회를 거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규칙을 다루는 조직'이 축구협회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전조선축구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축구 규칙을 정비할 수 있었다.

이후 이를 관장하기 위해 '조선심판협회'가 생겼다.

축구 저변이 더욱 확대되면서 '조선축구협회(대한축구협회)'가 있을 수 있었다.


"한국 축구는 전조선축구대회 - 조선심판협회 - 조선축구협회(대한축구협회)를 계보로 오늘에 이른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비전 해트트릭 2033'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33년은 1933년 기준(조선축구협회 창립)으로 100년 되는 해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협회는 자기 뿌리를 1933년 조선축구협회로 보고 있다.


협회가 발간한 책 '한국 축구 100년사'는 아니다.

여기서는 1928년 조선심판협회를 뿌리로 보고 있다.

100년사는 조선축구협회 박승빈 1대 회장에 앞서 조선심판협회 회장 신기준을 기념하고 있다.


협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조선축구협회'를 뿌리로 

협회가 발간한 책자는 '조선심판협회'를 뿌리로

각각 다르게 보고 있는 셈이다.


1928년 조선심판협회를 뿌리로 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발간 '한국축구 100년사'
축구협회가 만든 '상암풋볼팬타지움' 어린이 대상 미션카드. 1933년 조선축구협회를 기원으로 보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탄생 배경과 FIFA 독점 감독권한 규정을 근거로,

축구협회 뿌리는 규칙, 심판, 규정을 기준으로 찾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100주년은 조선축구협회(1933년) 기준 2033년이 아니다.

조선심판협회(1928년) 기준 2028년으로 보는 게 맞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100주년은 2028년이다.


축구계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75주년 축하 FIFA 페넌트. 2008년 75주년은 1933년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창립기념 FIFA 선물. 선물 뒤로 FIFA 페넌트 설명문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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