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과 황당 사이 - 해외사업하면서 겪은 상식 밖의 재미난 일들
나는 해외사업을 10년 이상 하였고, 태국과 베트남에서 약 8년간 홈쇼핑 사업을 하였다.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약 20여개국의 시장을 조사하러 다니기도 하였다.
해외에 다니다 보면 당혹스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면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방식,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한국 사람으로서 감히 상상도 못할 일들을 많이 보고 겪었다.
예를 들면,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에 갔을때 그 곳 편의점은 아침9시에 문열고 저녁6시 문을 닫았다. 심지어 토요일-일요일에는 문을 열지않았다. 한국사람 상식으로 편의점이 24시간 오픈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 손톱깍이와 면도기가 필요했던 나는 결국 출장 기간 내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편의점이 문열고 닫는 시간까지 출장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귀국하는 길에 공항에 들어가서야 필요한 것들은 구입할 수 있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단골고객에게 더 많은 가격을 받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 오는 손님에게 가격을 깍아준다. 인도에 있는 미용실이 그랬다. 자기 가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드니까 고객이 계속 찾아오는 것이라서 단골에게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 문화에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이다. 새로 온 손님은 신규고객 유치 차원에서 할인을 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또 어떤 나라는 자동차를 살때 백미러가 옵션인 경우도 있었다. 2009년-2010년의 인도가 그랬다. 백미러 없는 많은 차들이 길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백미러가 있는 차도 접고 다녔다. 앞차에게 경고하기 위해 클락숀을 울려대는 것이 오히려 매너로 여겨진다. 인도의 트럭들은 차량 뒷편에 ‘Horn please (크락션을 울려주세요)”라고 친절하게 적어놓는다.
해외출장 중에 하루는 동료와 출장지 도시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었다. 동료는 나라별 기념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나는 구경삼아 따라갔었다. 동료는 꽤 마음에드는 독특한 물건을 발견했다. 몇차례 흥정이 이어지고 처음에 한 개 만원 부르던 것을 오랜 흥정끝에 마침내 개당 1000원에 3개를 구입하였다. 개당 1000원이니 처음 가격대비 무려 90%를 깍은 것이다.
그런데, 동료가 돈을 지불하고 그 물건을 받아든 순간, 그 상인은 나에게 새로운 가격 제안을 했다. 똑같은 물건을 나에게는 개당 500원에 주겠다고 했다. 그 풍경에 동료는 아연실색했다. 상도의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상인의 논리는 이랬다. 내 동료와의 거래는 이미 끝났다. 내 동료는 가격에 만족하고 물건을 구매했다. 상인은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 옆에 있던 나는 그 기념품에 관심이 없다. 그 상인은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흥정을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의 상식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그것이 상식이고 상도덕이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은 그 후에도 수없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