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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파리인생 Dec 19. 2019

좌충우돌 태국홈쇼핑2

사왓디 크랍, 태국은 어떤 나라인가? by 돌파리인생

  가깝고도 먼 나라

  태국은 한국에서 가까운 나라이다. 비행기로 5시간 남짓 하면 갈 수 있다. 저럼한 비용으로 관광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안전한 나라이기도 하다. 유명 관광지는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찾고 있다. 연간 3천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태국을 찾는다고 한다. 그중 170여 만명의 한국사람이 매년 태국을 찾고 있다. 

  그러나, 태국에는 우리 기업들이나 교민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교민수는 2만명으로 옆나라인 베트남의 20만-30만명에 비하면 꽤나 적은 숫자이다. 태국에 정착해서 사시는 교민보다도 한국 회사의 주재원이나 정부나 공기업에서 UN등 국제기구에 파견된 직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 태국의 경제환경과 법제도가 외국인의 비즈니스에 호의적이지가 못하다.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다소 폐쇄적인 영향이 크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어의 문제도 크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태국어 글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로마자 근간의 영문알파벳을 차용해서 쓴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그러나 태국은 독자적인 태국 글자체계를 가지고 있다. 말을 배우기는 어렵지 않지만 인도의 힌디계열 산스크리트 글자를 변형하여 만든 자음 44개 모음 33개인 태국 글자를 배우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일상 생활의 예를 들어보면 방콕에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도로 표지판에 태국어로만 적혀있어서 길 찾기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관광으로 태국을 찾고 있지만, 태국 현지에서 정착하여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한국사람들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으로는 아직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가깝지 않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국왕과 불교의 나라

  태국은 국왕과 불교의 나라이다.  왕의 존재와 불교사상은 모든 태국사람들의 삶의 근간이 되는 가장 큰 두 가지 기준이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이다. 태국의 정식 국가 명칭은 Royal kingdom of Thailand이다. 2016년까지 태국의 국왕은 라마 9세 푸미폰 국왕이었다. 그러나 2016년 10월13일 서거하면서, 현재는 푸미폰 국왕의 아들인 라마10세 와찔라롱콘 국왕이 이어받았다.

온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푸미폰 국왕

  태국에서 국왕의 존재는 태국인들의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서거하신 전 국왕인 푸미폰 국왕을 존경한다.

  국왕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도 대단하지만, 법적 제도적으로 국왕에 대해 지켜야 할 것도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극장에 가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국왕 찬가가 울려퍼진다. 모든 극장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왕가를 대표하는 깃발은 노란색이다.  태국 전역 어디를 가든지 정부기관 건물이나 공공장소에는 태국 국기와 함께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깃발이 같이 걸려 있다. 

 서거하신 前국왕 푸미폰왕의 탄신일(12월5일)이나, 前국왕이 즉위하신 날(5월5일)은 국경일이자 휴일이었다. 국왕 서거후 앞의 휴일은 폐지되고, 현 국왕의 생일인 7월28일과 전 국왕 서거일인 10월13일을 새로운 휴일로 지정되었다.

  푸미폰 국왕 탄신일은 아버지의 날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푸미폰 국왕의 부인인 여왕의 생일 8월12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이 아버지의 날에 태국 사람들은 푸미폰 국왕의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입는다. 노란색 티셔츠나 노란색 와이셔츠를 입거나, 아니면 노란색 넥타이를 맨다. 요즘들어 젊은 계층들은 약간 참여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이 날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또는 도심에서 보면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의 물결을 볼수 있다.

  태국 국왕의 왕권은 유럽의 전형적인 입헌군주제보다도 영향력이 더 강력하다고 한다. 쿠테타가 일어나거나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었을때 마지막 보루로 국왕이 나서서 중재를 하거나 소요를 종료시키곤 한다. 이 것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 법을 개정하거나 중대한 국가적인 일을 결정할 때에도 국왕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2012년 태국 생활 초기에 한 교민분의 초청으로 현 국왕의 둘째 따님이신 시링톤 공주님의 54세 생신 기념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을 대표해서 나와 함께 교민 몇 분이 같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이 시링톤 공주님 또한 전 국왕 못지 않게 태국 국민들의 신임과 사랑을 받고 계신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의 대표 색은 보라색이라고 했다. 태어나신 생일이 보라색이라는 것이다. 생신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보라색 상의를 입거나 보라색 넥타이를 매라는 부탁이 있었다. 

  선물을 전달하는 식장 안에서는 오직 왕실 전용 사진사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축하객들은 선물 이외에 다른 것은 소지할 수가 없었다. 식이 끝나고 연락처를 남겨두면 왕실에서 내가 공주님을 접견했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와찔라롱콘 국왕의 동생이신 시링톤 공주님의 탄신일 접견(가운데가 필자)

  태국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에 따라 자기를 상징하는 색이 있다. 월요일은 노랑, 화요일은 핑크, 수요일은 초록, 목요일은 오렌지, 금요일은 파랑, 토요일은 보라, 일요일은 빨강이다. 국왕의 상징 색이 노랑색 인것은 국왕이 태어난 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왕비(현 국왕의 어머니)는 금요일에 태어나서 파랑색이 대표색이다. 한편 왕비 탄신일인 8월12일은 역시 국경일이며 어머니의 날로 태국에서는 큰 휴일의 하나이다.


불교는 생활의 일부분

  한국은 절이 대개 산에 있지만, 태국은 도심 여기 저기에 있다. 방콕만 해도 여기 저기 크고 작은 절들이 많다. 

태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전국민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라고 한다. 태국에도 이슬람교도가 7% 정도라고 하는데 방콕 일부 지역과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댄 남부지역에 거주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거의 전국민이 불교신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태국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부처상

요즘 젊은 태국사람들은 절에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불교를 믿는다고 얘기한다. 태어날때부터 모태신앙인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이다. 시골의 경우 마을 한 가운데에 절이 있다. 마을의 절 안에는 큰 공터가 있는데 장이 열리기도 하고 장례식이 치뤄지기도 하며, 마을의 온갖 행사가 열린다. 모든 크고 작은 행사에는 스님들이 중심에 앉는다. 그리고 스님들의 리드에 따라 불교식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태어나자마자 절에 가서 탄생식을 하고 매월 불교와 관련 행사를 치르며, 죽어서도 절에서 생을 마감하는게 태국 사람들의 생애다. 때문에 태국사람들에게 불교는 삶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개국 몇 주년 기념식을 하면 항상 스님들을 9분 모시고 기념행사를 진행하였다. 시작과 중간 끝에 10여분씩 불경을 외는데, 전 직원들이 스님들이 읊는 불경을 같이 암송한다. 

태국에는 불교와 관련한 공휴일이 많이 있다. 부처님 오신날과 부처님 출가한 날 등 총 3개의 공휴일이 불교와 관련된 휴일이다. 


왕실과 불교 모독은 금물


태국에서 왕실 모독죄는 꽤 큰 중범죄이다. 이것은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왕실모독으로 유죄를 받는다면 최소 2년의 실형을 살아야 한다. 

어쩌다 퇴역 장성인 군인 한 분과 친하게 되었는데, 편한 저녁 자리에서 이 분이 우스개소리로 태국에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부탁하라고 한 적이 있다. 왠만한 일이라면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힘으로도 해결 못하는 3가지가 있다고 했다. 살인과 마약, 그리고 왕실모독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왕실 모독은 엄한 죄이다. 태국에 관광을 가거나 주재하게 되는 분들은 각별히 이점 유의하여 태국 왕실과 관련하여 함부로 말하거나 태국내 정치상황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저는 태국 왕자에게 청혼 받았어요 호호홍...


 언젠가 한국 TV의 오락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태국 왕자에게 청혼받았다는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정말 위험 천만한 소리이다. 자칫하면 그 연예인은 태국 왕실 모독죄로 태국 입국이 금지되거나 입국하면 입건될 소지가 있다. 그리고, 현재 태국 왕실 내에 청혼을 할 만한 연령대의 왕자는 없다. 10년 전이라 해도 현 국왕이 왕자일 때의 나이가 50대 중 후반이었으니, 청혼을 했다면 현 국왕이 했다는 소리인데, 만약 태국 왕실이 이 일을 안다면 해당 연예인은 경을 칠 일일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웃자고 만든 말일 수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그게 농담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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