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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Mar 21. 2023

폰 사달라는 아이


8세 초등입학을 앞두고 친구들이 하나둘 폰을 사기 시작하자 며칠 전부터 자신도 폰을 사달라 조르기 시작한 팔땡.


나: 음.. 엄마도 어렸을때 폰이 너무 갖고 싶었어서 갖고 싶은 그 마음은 너무 잘 알것 같아. 엄마도 너무 이해가 가.

그런데 아직 팔땡이가 어린이이기 때문에 폰을 사주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뇌가 아직 자라고 있는 단계고, 어른들만큼 뇌가 성숙하지 못해서 일찍부터 폰을 접하면 좋지 않대. 폰 속에는 빠르고 화려한 자극들이 휙휙 지나 다니는데 그거에 길들여진 뇌는 더이상 빠르거나 화려하지 않은 자극들은 시시해지는거지.

엄만 네가 폰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만화책 읽기, 보드게임, 놀이터에서 놀기, 친구들과 놀기 같은 것들을 시시해질까봐 아직은 폰을 사주고 싶지 않아.

세상에 즐거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을 못느끼고 폰에 빠지는건... 좀 별로지 않아?

네가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많이 경험해보고서 조금 더 뇌가 자라서 단단해 졌을때 폰을 경험하는게 좋을 것 같다 생각해.

물론 니가 폰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 올거야. 그땐 엄마도 기꺼이 폰을 사줄건데, 아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다 갖기 때문에 사는건 아닌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일 때문에 폰을 쓰기도 하고, 팔땡이가 유치원에서 다치거나 위험한 순간이 올까봐 선생님과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해서 꼭 필요해서 갖고 있지만 팔땡이는 아직 폰으로 중요한 통화를 하거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없어서 꼭 필요한게 아니라 생각하거든.

그래서 폰을 왜 갖고 싶은지, 정말 필요한 것인지 네가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퇴근한 아빠에게 팔땡은 이야기했다.

아빠! 나 폰 안사려고!

아직 뇌가 덜 자라서 폰을 일찍 보면 다른 것들이 시시해질 수 있어서 뇌가 더 자란 후에 필요할 때 사는게 좋을 것 같아.




팔땡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폰 구매를 지연시키기로 결정을 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할 때

왜, 무엇때문에 라는 본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참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스스로가 폰이 왜 필요하지 않은지를 충분히 납득하고, 엄마가 왜 아직 폰을 제공하고 싶지 않아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를 해서 더이상 조르지 않고 스스로 폰을 사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폰을 아직 안 사주고 싶은거지? 나를 사랑해서 내 뇌를 지켜주고 싶은거지?


엄마가 폰을 반대하는 것의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있었다.

진심이 통했나보다.



물론 폰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면

아이가 수도없이 흔들릴 순간이 오겠지만

그 마음을 알아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어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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