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빈 Mar 22. 2023

엄마는 네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팔땡의 친구 엄마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고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어디까지가 과잉 충족이고 어디까지 제한을 해야 하는지 기준을 모르겠다는 것.

언니는 아이를 위해 늘 무엇이 먹고 싶은지 저녁 식사 메뉴를 아이에게 질문하고,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음식을 차리곤 한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하려고 재료를 다 사왔는데, 그것이 먹기 싫다는 아이.

그래서 언니는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 줄테니 그것과 함께 먹자고 타일렀고, 그것을 들은 남편은 아이에게 무조건 맞추어 메뉴를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 그냥 있는 음식 먹어라 고 하며 부부간의 사소한 마찰이 있던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언니의 질문은 나는 아이를 존중해서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늘 반영하여 차려냈는데 어디까지가 과잉 충족이고 어디까지 제한을 해야 하는지, 남편의 의견이 맞는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육아를 하며 이러한 순간을 정말 많이 마주한다.

어떠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들이밀며 통계적으로 수량화해서 이만큼, 이렇게 해라 라는 기준이 없으니 육아를 하며 과연 적정기준이 무엇인지, 내가 과잉 충족을 하고 있진 않은지, 제한을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이 있다.


팔땡은 오늘 내게 말을 하면서 종종 짜증내듯, 명령하듯, 지시하듯 이야기를 했다.

사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아이는 내게 자주 짜증스런 말투와 무시하듯 말을 하는 날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저거 좀 가지고 오라고" 당연하다는듯 지시를 하거나, "이렇게 하는 거라고. 그거도 몰라?!" 와 같이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말투를 보이거나 몇시에 집에 갈지 묻는 말에 "아 몰라!!!" 다짜고짜 짜증을 내는 식이다.


짜증이 나는 상황이 없었고, 중립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내게 짜증이나 무시, 지시와 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할 때에면 나는 아이를 불러 세워놓고 아이에게 분명히 이야기하곤 한다.


"팔땡아, 엄마는 너를 굉장히 존중해서 너한테도 예의 바르게, 상냥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해. 그런데 엄마는 네가 엄마한테 너무 무례하게 이야기한다고 느껴졌어.

엄마는 네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널 존중하는만큼 나도 너에게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내게 무례하게 이야기 하지마."


그러면 팔땡은 순간 자신의 짜증을 금방 인식하고는 순한 양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를 갖추기 시작한다.


물론 아이인지라, 사람인지라 늘 언제나 예의바르게 이야기할 순 없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실수할 수도 있고 조절이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럴때마다 아이를 불러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난 네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널 존중하는만큼 너도 날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줘."


아이는 돌아서면 잊고 또 돌아서면 잊는다.

그만큼 편안한 존재이고 안전한 대상이기에 다른 누구에게보다 더 쉽게 막말과 감정과 행동들이 튀어 나온다.

그럼 아이에게 다짜고짜 나무라거나 같은 수준의 짜증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계속해서 알려준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임을.



그리고 언니에게 나는 대답했다.

언니가 아이를 존중하는 것은 엄마로서 매우 좋은 태도이고, 아주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아이에게 '나만 존중받는'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존중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메뉴를 선택할때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니즈에 따르기보단 한번은 네가 원하는 메뉴를 선택했다면, 다른 날은 아이도 엄마와 아빠의 니즈에 맞춰줄 줄도 알아야 하고,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존중'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나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엄마부터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아이 역시 자신과 타인 모두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엄마는 네가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엄마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야.

엄마에게 예의를 갖춰줘.

라고 스스로가 말할 수 있어야

아이 역시 진정한 존중을 배우고 타인에게 존중을 실천할 뿐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했을때 당당히 자신의 존중받을 권리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탐 크루즈가 전와이프와 이혼 후 어떤 인터뷰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전와이프였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맞받아쳤던 말이 기억이 난다.

"지금 당신은 지켜야 할 선을 넘었어요.

확실히 말하는데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세요."


이때 탐 크루즈는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상대방을 향해 정중하고도 단호히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중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또 타인의 대한 존중.


육아에서 중요한 것이 아이를 향한 존중이라고 해서 많은 부모들이 착각을 하고 아이에게만 포커스맞춰 자신과 주변은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너도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타인 역시 너만큼 소중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타인 역시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야.

라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엄마에게 예의를 갖춰 말해줘.

나 역시 너처럼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향한 존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