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섭 Nov 09. 2019

마을을 읽는 수업

김기훈-충북 추풍령중-wkwn21@cbe.go.kr

마을을 담다보니, 마을을 닮은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도시 문명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보람도 느낀다. 그래서 은근 자존감이 높아졌다. ‘촌에 산다.’는 말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충남 금산에서 온 청년 활동가들의 말처럼, 시골에 산다는 건 엄청 힙한 일이 되고 있다. 마을을 공부하면 할수록 점점 그렇게 느껴진다. 촌놈에서 힙스터로 바뀌는 수업, 그게 마을을 담은 수업이다, 고 생각하면 학생들이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수업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을을 담은 수업은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서울 중앙중의 이한솔 선생님이 했던 마을 수업은, 과거보다는 현재 학생들의 경험에 주목했다. 우리 동네 사랑방 지도를 만들면서 학생들의 사연을 글쓰기와 연결했는데, 마을의 구체적인 장소들이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마법처럼 생명을 얻었다. 마을 그림책 그리기, 어르신 자서전 쓰기, 문학제, 마을 소개하기, 시/소설 쓰기, 마을 여행 기획하기, 체인지메이커 활동(건의하기), 공익 광고 제작하기, 영상 콘텐츠 제작하기... 이런 다양한 조각들을 연결하면 엄청난 가짓수로 확장될 수 있다. 학생들의 삶과 앎을 연결하는 수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본문 중에서...



1. 추풍령에서, ‘마을’을 고민하다

2014년, 추풍령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오랜 기간제 교사 생활을 청산하려고 했었는데 운명처럼 아무런 연고도 없던 추풍령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눈이 소복하게 내려 않은 학교가 아름다웠고, 늦은 밤 퇴근길에 만났던 별무더기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농촌 소규모 학교생활은 무엇이든 해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력이 있었으며, 손을 잡아끌고 마을 곳곳을 안내해주는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학생들의 학교 밖 삶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학교’에 상처받고 실망하여 꽤나 확고한 마음으로 떠나려고 했었는데,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런 욕심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3월 출근을 하게 되었다. 첫 학기, 교과서와 CD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민망하다. 3개 학년을 모두 가르쳐야 했기 때문에 교육과정과 교과서 파악이 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고 위안을 삼았다. 여전히 학생들의 3년을 고스란히 책임지는 일은 부담스럽고 힘들다. 그래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맛은 중독성이 강해서, 물꼬방 선생님들의 훌륭한 실천 사례들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수업을 재구성하는 2월이 기다려진다. 

다시, 손을 잡아끌고 마을 곳곳을 안내해주는 학생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학교와 교과서를 매개로 만난 학생들과 마을에서 만난 학생들의 모습은 달랐다. 마을에서 만난 학생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생생했다. 추풍령 작은 마을은 학생들에게 많은 추억들을 숨겨놓은 보물창고이면서, 앞으로 불편과 차별을 감내하고 살아내야 할 현실이기도 했다. 점차 왜소해져가는 마을의 모습과,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을 모두 수업으로 연결하고 싶어졌다. 그래야 내 손을 잡아끌던 학생들이,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 왜 ‘마을’을 담아야 할까?            

근대는 ‘마을을 버린 사람들’로 시작해서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로 끝이 날 것이다. 


조한혜정마을 학교(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에서



그즈음 성미산 마을 등 마을교육을 꿈꾸며 실천하는 ‘몽상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마을회관에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동아리에서, 거리에서 작은 관계망들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일 터인데, 여기에 좋은 삶과 좋은 사회를 희망하는 일을 더하는 실천들에 마음을 뺏겼다.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로 근대를 끝내버리자는 선언은 얼마나 멋진가. 

교육의 총체적 위기는 근대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근대는 효율적으로 기획된 상자에 학생들을 넣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삶과 분리시켰다. 그래서 잘 교육된 학생들은,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 ‘큰 물’로 가는 걸 일종의 명예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줄 세우고 경쟁하게 만든 덕분에 모든 인생이 훌륭하다는 걸 잊어버린다. 보편 교육을 꿈꾸던 근대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다. 이반 일리히는 이를 ‘현대화된 빈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학교화’가 되면 선진사회가 된 것처럼 착각하면서 인간으로서의 본래적 자율성 자체를 상실하는 세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고속도로망은 자동차의 수요만을 만들어내지만 학교는 스펙트럼의 오른쪽 끝에 몰려 있는 현대 제도 전체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장 교활하고 잘못된 공익사업이라고 호통을 친다. 

6년 전의 추풍령만 하더라도, 추풍령에서 난 아이들은 중학교 이상은 인근 도시(김천)로 가서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곳에서 사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배울 일이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 경쟁의 최전선에 뛰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 가면 깨닫는다. 다른 더 큰 도시와 경쟁이 되질 않아, 더 큰 도시로 가야겠어. 교육의 본질도 자기 삶의 자율성도 이미 사라지고 없다.   

‘마을’을 수업에 담는 일은, 학생을 근대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조금 구출해내는 일이며, 학생들이 존재를 배반하지 않고 본래적인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실천이다. 자기 주변의 사는 모습으로 공부를 하면서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고 자존감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학생들이 본래적인 자율성을 회복하면서 더 행복해진다, 더욱 다양한 삶들이 섞이면서 좋은 삶과 좋은 사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디가 기계화, 산업화된 문명에 맞서 물레를 돌린 것처럼, 학교는 ‘마을’을 수업에 담아 학생들의 삶과 교육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나. ‘마을을 담은 수업’의 단서를 얻고

‘마을’을 어떻게 학교와 연결할까 고민을 시작할 무렵,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동아리를 만들어 마을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충북 인문독서 책 쓰기 동아리 공모 사업에 선정(2014)되었고, ‘뚜벅뚜벅 내 두 발로 만난 추풍령 이야기(2014)’, ‘여드름 필 무렵(2016)’을 펴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학생들이 마을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6년 물꼬방 여름 연수에서 구본희 선생님의 ‘책과 함께 자유학기제를’ 강연을 듣고 무릎을 쳤다. 마을을 공부의 재료로 삼는 건 동아리 활동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다른 교과와 협업을 하면 정규 수업 시간에도 마을을 공부의 재료로 삼을 수 있구나! 그래서 2학기 자유학기제 수업부터 바로 바꿔보기로 했다. 그게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의 첫 출발이었다.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관악구에 15년 가까이 살아 온 아이들도 많은데 자기가 살아온 동네가 어떤지 잘 몰랐고 그 장소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은 듯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공간인 동네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동네와 관련된 여러 수업을 기획했고 다른 과와 함께할 방법들을 모색했다. 우리 동네 이야기 쓰기 수업에서는 ‘나의 사직동’을 읽어 주고 이처럼 동네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았던 곳과 어린 시절의 경험을 풀어 놓았으며 친구들의 글을 돌려 읽으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도둑질을 했던 이야기나 위험했던 사고 등 솔직하게 풀어 놓은 아이들의 글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렇게 동네 이야기를 쓴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시간에는 우리 동네 뉴스를 게시물로 만들어 전시했다. 장소성에 대한 관심으로 ‘동네 이야기 쓰기’에 이어 도덕과와 융합 수업으로 동네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인천 배다리 마을 입구에 있던 지도를 보면서 이야기가 있는 지도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곳곳에 나만의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있을 터였다. 지도를 만들기 전에 도덕과에서 인권 관련 수업을 했고, 국어과에서는 그 동안 동네 이야기 쓰기 수업을 했다. 이후 모둠을 만들어 지역을 정하고 인권과 관련된 도덕과 주제, 스토리가 있는 국어과 주제를 정한 후, 국어와 도덕 두 시간을 엮어 두 반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현장 답사를 갔다. 답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척이나 열심히 자료를 작성하였고 나 스스로도 학교 근처를 돌아다닐 때 하수구나 벽화, 미장원 등등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낙성대가 근처에 있음에도 아이들은 놀러는 갔어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국어에서는 지붕의 종류, 탑, 비 등에 대한 읽기 자료를 미리 읽힌 후 내용 요약을 하고, 역사에서는 고려 시대를 미리 배웠다. 두 시간을 묶고, 두 반을 묶어 낙성대로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 나가서 국어에서는 묘사하는 글쓰기, 역사에서는 유적지, 유물을 그리고 설명을 쓰는 활동을 했다. 동네 어르신 인터뷰를 기획하며 우리 아이들이 내가 발 딛고 사는 이 동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지나치던 골목길이 다르게 보이고 매번 만났던 가게 주인 아주머가 다르게 보이며, 그들에게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다. 길가다가 갑자기 휴지가 필요하거 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선뜻 도움을 요청할 동네 어르신을 한 분 더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학교 밖에서도 나이를 떠나 얼마든지 따뜻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런 경험과 깨달음이 살면서 자산으로 남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도덕과와 인터뷰할 내용들을 협의하여 국어과 내용으로 동네에 대한 이야기 듣기, 도덕과 내용으로 어르신들의 가치관, 배울 점을 인터뷰에서 알아내도록 했다. 국어 시간에 면담하기 수업을 진행한 후, 학생들은 한 달 여 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을 섭외했고, 인터뷰를 마쳤다. 국어 시간에 녹취한 것을 풀어 인터뷰 글로 만드는 일을 했다. 커뮤니티 매핑 이용하여 인터뷰한 장소를 지도로 나타내 보게 하였다. 그 동안 썼던 동네 이야기를 바탕으로 모둠을 만들어 국어과에서 그림책의 대본을 썼다. 미술과에서는 그림을 그려 우리 동네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다.


삶의 공간수업과 만나다구본희, 2016 물꼬방 자료집 24-25




2. 마을을 담은 국어 수업의 시작

가. 국어 수업에 담아낸 ‘마을’            

2014-2015 학생인문독서책쓰기 동아리 ‘도담도담’ : 우리 마을 역사, 문화 등


2016-2017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 season1-2 


2017 학생인문독서책쓰기 동아리 ‘도담도담’ : 우리 마을 소설 쓰기


2018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 season3 : 사람 책 읽기 개선


2019 크라우드 펀딩 



2014년-2015년까지는 동아리에서 우리 마을 역사, 문화 등을 조사하여 책으로 펴냈다. 다음과 같은 지침(?)에 따라 움직였다. 우리 마을의 역사, 문화적 이야깃거리를 찾을 것, 마을의 큰 어른(이야기꾼)을 수소문하여 깍듯하게 모실 것, 두 손 무겁게(?) 음료수라도 챙겨서 정중하게 이야기를 청할 것. 우리 마을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고 많이 배웠다. 그런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시 돌아보니, 마을의 큰 어른(이야기꾼)을 수소문하여 정중하게 이야기를 청할 것, 이게 미처 생각지 못한 복병이었다. 요즘 마을에는 큰 어른들이 잘 안 계시고, 그 분들이 이야기를 쉽게 해주시는 것도 아니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기 때문에 그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니 결과물은 나왔으나 들인 품에 비해서 성과가 크진 않았다. 

2016년부터는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마을의 어르신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조사하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을 솔직담백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학생들도, 마을의 역사 중의 하나로, 마을에 얽힌 자신의 기억들을 풀어냈다. 그러면서 누적되는 기록들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평면에 표현된 마을 위에,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 소박하게 담기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조금 변화를 주었다. 사회과와 함께 마을 여행을 기획했는데, 진짜 여행을 하듯 진행되었다. 최근 2-3년 동안 마을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마을 구석구석을 다녔다. 한편으로는 사람 책 읽기를 개선하여 질적 수준을 높였다. 다양한 사람 책들이 섭외되거나 스스로 무대에 섰다. 마을과 사람 책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어쩔 수 없이, 우리 마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에는, 크라우드 펀딩 수업을 ‘마을’과 엮어서 진행했다. 마을을 학생들의 삶, 혹은 미래 진로와 어떻게 엮어 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오마이컴퍼○나 텀블○과 같은 플랫폼에서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 펀딩을 보고선 수업에 담아 보기로 했다. 엄청난 기대로 시작은 했는데, 엄청난 어려움들을 마주해야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토의토론을 통해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구성하였으며 직접 시제품을 제작하였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방학 전에 올릴 예정.      

관련 성취 기준            

[9국01-03]목적에 맞게 질문을 준비하여 면담한다.


[9국03-08]영상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 특성을 고려하여 생각이나 느낌, 경험을 표현한다.


[2934-2] 의견의 차이가 드러나는 문제를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글을 쓸 수 있다.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는 면담,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기와 관련한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차이가 드러나는 문제를 분석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성취기준과 관련을 지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반영하여 분석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 가장 가까운 성취기준을 넣었다.(3학년)      

다른 교과와의 협력

마을을 소재로 하는 수업은 국어과에서만 감당하기에는 꽤 큰  프로젝트다. 다른 교과와의 협력이 필수다. 우리 학교는 사회과, 영어과와 함께 우리 마을 인물지도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2019년 새로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도, 일단은 국어과에서 단촐하게 시작은 했지만, 진로, 사회, 역사, 기술·가정, 도덕 등 다른 교과와 협력할 수 있는 확장성이 뛰어나다. 참여하는 교과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은 훨씬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실제로는 이렇게 운영 되었습니다

가.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            

사람책 읽기,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를 시작하며


추풍령 어르신들만이 알고 있는 우리 마을의 이야기들과 삶의 지혜들이 그냥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마을 어르신들은 아주 훌륭한 사람책입니다이 사람책을 읽으며 지금 여기를 이해하고사랑하고아름답게 가꿀 수 있습니다.(김기훈)‘




이런 고민에서 ‘우리 마을 인물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가치를 잃고 점점 힘을 잃어가는 마을을 수업의 배경으로 삼아, 국어 시간에는 면담, 자료 조사, 인터뷰 및 기록, 지도제작을, 사회 시간에는 추풍령의 역사, 생활문화 등을, 영어 시간에는 앞서 생산한 자료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수업을 통해 우리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삶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마을 학교라면 마을의 이야기로 교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첫 걸음마를 내딛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는 계속됩니다. 




규모의 경제효율성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여기에 있다아직 추풍령에는 시원한 바람산새소리푸른 숲쏟아질 듯한 별빛마을과 학교의 이야기 등 잊히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어리바리 김 선생의 시골 작은 학교 생존기김기훈 중)’



1) 기본 얼개

3년 동안, 우리 마을의 삶을 반영한 장기 프로젝트로 모두 연결되도록 기본틀을 짰다. 특히 3학년 ‘체인지메이커_우리 마을 개선 프로젝트’는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운영하였다. 2018년에는 1학년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 팀과 3학년 우리 마을 개선 프로젝트 팀이 함께 추풍령면 면장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추풍령중학교 학생들이 국어 교과에서 경험하는 3년의 마을 공부는 아래와 같다.             

▲ 1학년 : 우리 마을 인물 지도 그리기  


▲ 2학년 : 체인지메이커_우리 학교 개선 프로젝트


▲ 3학년 : 체인지메이커_우리 마을 개선 프로젝트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는 마을 주민들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 마을의 역사·문화 공부, 이를 지도로 표현하는 활동으로 나눠 운영하였다.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물로 남기며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프로젝트 흐름도 약 20차시>


우리 마을 읽기(‘여드름 필 무렵’ 읽기) - 우리 마을과 나, 스토리텔링 – 마을과 마을 지도 사례 분석 – 마을 나들이(플로깅) - 면담 준비하기 – 면담(2회) – 지도 제작하기


* 우리 마을 여행 : 사회과와 함께 마을 곳곳을 누비며 여행


* 사람 책 읽기 ‘추풍령을 바꾸는 15분’


* 사회과는 추풍령의 역사, 사회·문화, 지도 등


  영어과는, 우리 마을 인물지도를 번역하여 영어판 제작 




<마을 여행 코스>


장지현 사당 – 추풍령휴게소 – 추풍령역 일대(급수탑, 관사, 추풍령 제일교회) - 추풍령중학교 – 지봉리 일대(느티나무, 좌불상 터, 서낭당 터 등) - UHM 갤러리(전시회 참석) - 반고개 일대(반고개 마을비, 신안리 석불입상) - 웅북 은행나무 등




2) 사람 책 읽기 ‘추풍령을 바꾸는 시간 15분’

2018년에는 사람 책 읽기 프로그램을 보강하였다. 별도로 프로그램명을 붙였고, 마을 나들이를 할 때 홍보지를 나눠주며 마을 주민들의 신청을 받았다. 마을 주민 3분이 강연을 해주기로 하셨고, 추풍령중학교의 역사, 사람 책들의 인생 등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마을을 사는 일이 지닌 가치를 학생들이 알았으면 했다. 어떻게든 대탈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도시와 산업사회에서 탈출하는 젊은 청춘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농촌에서 생태적으로 마을을 만들며 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우연히 대전 책방 투어를 갔다가 금산의 게스트하우스 연하다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그 인연으로 충남 금산에서 활동하는 청년자립학교 활동가 마고 님과 연하다여관 대표 쌀 님을 사람 책으로 모시게 되었다. 2018 ‘우리 마을을 바꾸는 15분’의 대표 강연자로 초청한 셈이다.       

- ‘우리 마을을 바꾸는 15분’ 강태영 이사님, 김경순 님, 심상은 님

- 충남 금산의 청년자립학교 아랑곳 활동가 마고 님(답은 도시가 아닌 시골에도 있다), 연하다여관 대표 쌀 님(지구에는 연하게, 지역에는 진하게)     

3) 수업 성장 일기   

이런 수업이 자기 삶의 터전을 재료로,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맛있는 레시피’를 만들어보는 수업, 삶을 닮은-담은 수업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을’을 키워드로 하여, 젊은 감각의 새로운 사람 책을 만났다.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도전을 하면서 행복한 젊은 사람 책을 발굴해 소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 금산과 추풍령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면담에 응해주는 주민들의 표정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왜 학교 밖에 나와 있나 당황한 표정이지만 이내 따뜻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셨다. 간단한 다과를 챙겨 학생들의 두 손에 꼭 쥐여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마을이,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잘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마을을 알게 된 ‘처음’이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하나의 평생 숙제겠지만, 마을의 계속해서 ‘마지막들’을 기록해나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_염호운




마을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고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 마을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_손민창




추풍령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새로운 정보를 알아냈다. 그리고 나는 멋지다. -김여진




추풍령에 살아도 추풍령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_김슬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추풍령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게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_염모은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내가 잘 모르는 건물, 가게들이 많았다. 마을 지도 그리기를 하면서 이야기도 듣고 우리 마을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_현은영




우리 마을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우리 마을에 신기한 게 많아서 신기했다. _이세완




인터뷰를 하면서 추풍령에 대해 모르던 것도 알게 되었다. _박상우




우리 마을에 차 타고 다녀서 기분이 좋았다. 고마웠고 재미있었다. _이수민




‘마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 학생들에게 마을은, 언젠가 떠나 돌아오지 않을 곳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우정, 희망 등이 녹아 있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추풍령 사람이 아닌 내가 발견한 우리 마을의 가치들을 우리 학생들도 함께 느끼길 바랐다. 추풍령은 ‘오래된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곳이다. 참 많이 ‘아픈’ 시대, 우리 마을에서 학생들이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일구어 가길 바란다. _김기훈(지도교사)  



나. 우리 마을 소설 쓰기            

감춰진 진실 – 왜 그랬을까 – 인물 묘사, 대화 – 대화로 인물 표현 – 배경이 왜 중요한가 – 우연에서 필연으로 – 체험과 발견 – 소설 착상 – 소설 쓰기 – 품평회 


_최용석정윤혜, ‘소설 쓰기 수업’, 나라말 적용



최용석, 정윤혜 선생님이 쓴 ‘소설 쓰기 수업’을 읽고 용기를 냈다. 그래서 그 책의 흐름에 따라 차근차근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상상해보기, 개연성 연습, 인물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법, 훌륭한 배경 설정하는 법, 일상의 경험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법 등 활동들을 해나가면서 학생들은 제법 소설가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2016년, 학생인문책쓰기동아리 마을 소설 쓰기


*2017년, 2학년 방과후학교 ‘나도 소설가’ 전원 참여, 국어 교과 수업에서는 품평회 등


*2018년, 2학기 기말고사 전_소설 착상, 기말고사 후 소설 쓰기 및 품평회



마을에서 소재를 찾아 소설을 쓰게 하였는데, 쉽지는 않았다. 소설도 처음인데 마을 소설을 쓰라니. 황당해하는 표정들 사이로 언뜻언뜻 기대감도 보였는데, 그런 아주 약간의 기대감 덕분인지 마을의 벽화, 마을의 오래된 나무, 마을의 전설 등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작업이 되었다. 학생들은, 소설 한 편을 쓴 작가가 되었다. 소설 쓰기를 할 때는, 작가님, 작가님이라고 부르면서 작가 대접까지 해주었다. 2017년 소설은 문집으로 펴냈는데, 2018년 소설은 아직 책으로 펴내지 못했다. 


다. 소셜펀딩, 특별한 시도            

디자인싱킹이란/ 크라우드 펀딩이 뭘까? - 크라우드 펀딩 뜯어보기(프로젝트 분석) - 디자인싱킹 방법에 따라 펀딩 계획 세우기(문제발견, 공감, 원인, 해결방법, 시제품 만들기, 펀딩 구체화하기)



크라우드 펀딩에서 종종 제품을 구매하는데, 자본금이 없어도 세상에 창작물을 내어놓을 수 있는 구조가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그 전에는 없던 개성적인 물건 등 창작물들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끌렸다. 게다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들이, 선한 시민들의 펀딩으로 실체화되는 일도 많았다. 농촌 작은 마을 학생들이 꼭 알아야할 시스템이다, 사회(마을)의 문제와 욕구를 발견하여 직접 해결해보자, 교실과 세상을, 앎과 삶을 연결해보자, 그런 거창한(?) 생각으로 거칠게 수업을 디자인하고 바로 적용해보았다. 

텀블○이나 오마이컴퍼○와 같은 사이트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리워드형 프로젝트와 후원형 프로젝트가 많이 실시된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들을 분석했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해결 방법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 문제 해결 이후에는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보며 분석했다. 그리고는,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냥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야 해서 더욱 어려웠다.      

 [환경지구를 위한 소중한 발걸음팔찌

 [환경멸종위기동물을 구하는 작은 실천팔찌

 [마을기억의 벽 조성 사업사람 책 작은 책+석고 방향제     

‘기억의 벽’ 조성 사업은, 마을 회관에 지금 추풍령의 풍경의 일부이자 전부인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우리 마을 인물지도 그리기와 내용적으로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지도나 책자보다는 ‘벽’으로 표현되면서 구체적인 실현 형태에서는 차이가 있다. 일단 추풍령 1구 마을 회관에 첫 프로젝트를 실시해보고, 이후 추풍령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펀딩에 참여하는 분들에게는 추풍령의 향기(?)를 담은 석고 방향제와, 사람 책 작은 책자를 리워드로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 오마이컴퍼○에 올리기로 미리 이야기를 해뒀다. 성공이든 실패든, 좋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라. 평가는 이렇게

우리 학교는 2018년부터 수행평가 비중을 확 늘렸다. 2018년에는 수행평가 80%, 지필평가 20%로 운영을 했는데, 올해는 수행평가 100%로 평가를 하고 있다. 학년별 평가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1학년(자유학년제)            

2, 3학년은 수행평가를, 매 활동을 통과했나(1), 통과하지 못했나(0)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기본평가 점수와, 프로젝트 참여와 결과물로 평가하는 프로젝트별 평가, 독서활동 평가로 나눠서 평가했다. 아직 1학기 평가가 진행 중이어서 이게 잘 되고 있는 건지 잘 안 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게 잘 하는 일이라는 확신은 들었다. 지필고사를 치지 않으니, 1학기 전체를 고스란히 활동, 배움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성장에 바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더욱 세밀하게 평가를 개선해가는 노력을 해나가야겠다.      

4. 고민거리

하나, 학교, 혹은 한 교과의 고민만으로는 프로젝트 확장에 한계가 있다.

다른 교과들과 고민을 나누는 ‘마음 맞추기’가 반드시 필요하며,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9월부터 2020년 마을 교육과정 준비를 하고 내년 1-2월에 교과 통합 프로젝트를 준비하면 딱 좋겠는데,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도덕, 역사, 사회과와 가장 협업하기 좋으며, 영어, 기술가정과도 충분히 협업할 수 있다. 2주 정도 시간을 내어, 집중적으로 마을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 시간을 확보하기가 가장 좋을 것 같다. 

마을 수업을 준비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때 효과가 크다. 

마을을 수업에 담을 준비를 하면서 마을의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좋겠다. 수업을 기획하면서 마을에 든든한 협력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데, 추풍령에는 그런 협력자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협력자를 적극 찾지 않아서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마을 이야기를 맛깔나게 해주셨던 정도웅 할아버지가 있으셔서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마을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마을 청년들과 독서모임을 하나 하고 있는데, 그 구성원들은 앞으로 든든한 협력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얼마 전 학교협동조합(추풍령 쿱, 피스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쳤는데,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분 중에도 마을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다. 앞으로 학교협동조합이 마을교육공동체의 바탕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일반화가 가능할까?

농촌 작은 학교는 특수한 면이 많다. 특히 추풍령중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다른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학생 수, 학급 수도 적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들을 다른 학교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혁신 교육을 나누는 행복씨앗학교(충북형 혁신학교)에게 기대치가 있을 텐데, 우리 학교는 그 기대치에 맞는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건가? 그런데 모든 학교는 모두 특수하다. 다른 학교의 성공 사례가 우리 학교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일반화란, 바탕이 되는 철학이나, 호기심, 기대감, 성취감과 같이 그 프로젝트를 할 때의 마음 같은 것들을 나누어 좀 더 용기를 내는 일인 것이다. 용기를 내면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 학생들에게는 어떤 배움과 성장이 있었을까?

마을로 돌아와서 마을에서 신나는 일을 해보자, 는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학생들은, 마을을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마을에 청년들이 돌아오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하여 면장과 면담을 했다. 마을을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해, 라는 교사의 은근한 메시지대로 모두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우리 마을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아, 정도는 생각하는 학생이 늘었다. 자신의 추억을 담아 소설을 창작하거나 수필을 쓰면서, 현재 추풍령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줄도 알까? 어르신들의 삶과 지금 우리들의 삶이 만나 가까운 미래에는 멋진 일이 일어날 것 같다.      

6. 꼭 마을을 담는 수업을 해야 할까?

마을을 담다보니, 마을을 닮은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도시 문명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보람도 느낀다. 그래서 은근 자존감이 높아졌다. ‘촌에 산다.’는 말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충남 금산에서 온 청년 활동가들의 말처럼, 시골에 산다는 건 엄청 힙한 일이 되고 있다. 마을을 공부하면 할수록 점점 그렇게 느껴진다. 촌놈에서 힙스터로 바뀌는 수업, 그게 마을을 담은 수업이다, 고 생각하면 학생들이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수업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을을 담은 수업은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서울 중앙중의 이한솔 선생님이 했던 마을 수업은, 과거보다는 현재 학생들의 경험에 주목했다. 우리 동네 사랑방 지도를 만들면서 학생들의 사연을 글쓰기와 연결했는데, 마을의 구체적인 장소들이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마법처럼 생명을 얻었다. 마을 그림책 그리기, 어르신 자서전 쓰기, 문학제, 마을 소개하기, 시/소설 쓰기, 마을 여행 기획하기, 체인지메이커 활동(건의하기), 공익 광고 제작하기, 영상 콘텐츠 제작하기... 이런 다양한 조각들을 연결하면 엄청난 가짓수로 확장될 수 있다. 학생들의 삶과 앎을 연결하는 수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거칠고 소박하게(?), 마을을 담아 수업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글을 쓰면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직 못 해 본 일이 더 많다. 추풍령에는 학교협동조합이 생기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학교 안 학교인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마을 수업이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마을’을 담은 수업을 고안하고 실천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꿈꾸는 바보가 되어야 새로운 색깔을 볼 수 있다면 그리하겠다는 선생님들을 위하여.             

비록 바보 같은 그들이지만/ 아파하는 가슴들을 위하여/ 망가진 삶들을 위하여


조금은 미쳐도 좋아/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색깔을 보려면


그게 우리를 어디로 이끌진 아무도 몰라/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야/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_’라라랜드‘ 중에서




참고문헌

추풍령중학교 책쓰기 동아리(2016), 『여드름 필 무렵』, 한티재

서용선 외,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살림터

성미산학교, 『마을학교(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교육공동체 벗

물꼬방(2016), 「책과 함께 자유학기제를」, 『교사가 지치지 않는 독서교육』, 물꼬방     




이전 15화 인생수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