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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여행가 안젤라 Mar 31. 2022

나를 발견한 시간

나는 나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한  얼마  되었을 ,  사진 찍기는 그저 심드렁한   하나였다.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나오는지도 몰랐고, 기껏 찍은 사진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동안 사진을  찍을 일이 거의 없었기에 감각이 무뎌져 있었나 보다.


결혼 ,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는 노력은 별로 필요치 않았다. 주로 찍는 사진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았고 대충 찍어도 아이 사진은 만족스러웠다. 아이 사진은 어떤 설정 없이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진을 찍으며 슬슬 욕심이 겨났다. 이왕이면  예쁘게 찍고 싶었다. 우연히  사진이 예쁘게 나오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평소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카페를 가곤 했는데, 오늘은 혼자 걸어서 카페를 찾아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을 기회 삼아  걸어볼 참이었다.


책 몇 권을 챙겨 무작정 걷기 시작했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엔 싱그러운 꽃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완연한 봄이었다.

아침 일찍 갔더니 카페에 손님은  혼자였다. 카페에는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 음악은 이블 위에 놓여 있는 초와 꽃과 함께 무척  어울렸다.  순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고, 왠지 모르게 갑자기 울컥해지기도 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걸어가던 중, 잊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아! 나 원래 이런 걸 좋아했었지!’


생각해보니 나는 20 전에도 똑같이 이런  즐겼었다. 그때는 핸드폰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카메라였다. 친구들과 예쁜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 찍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찍은 우리들의 사진은 서로의 미니홈피에 담겼고, 댓글로 또다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게 우리 젊음의 한 부분이었다. 


사진을 찍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책으로 바뀌었고, 그때의 나이에서 곱하기 2가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것을 즐기는 ‘나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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