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민 Apr 20. 2024

AI : 현대 사회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광고와 AI, 그 불편한 간극







데우스엑스마키나와 AI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원래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하던 극적 장치로, 예기치 않게 등장한 신이나 초자연적 힘이 문제를 해결하며 극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용어는 라틴어로 ‘기계에서 나온 신'이라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신을 연기하는 배우가 기계장치를 이용해 무대 위에서 나타나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습니다.’


NVIDIA의 CEO ‘젠슨 황’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AI를 다루는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걷고 있다. 글자 몇 개만 적으면 언제는 뛰어난 전략을 작성하는 마케터가 될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엔 역사적 화가가 되기도 어느 순간엔 데이터 분석가, 또 어느 순간엔 아름다운 시인이자 스토리텔러에서 개발자까지. 단 한순간만에 AI를 써서 상상한 직업을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이다.

하지만 정말로 AI는 나에게 있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줄 새로운 솔루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나의 그때


퇴근길,  겨울바람이 눅눅했다.

눅눅한 바람은 나를 헐게 만들었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는데 괴팍한 기분 따위만이 나를 응시한다.

창가에 머무는 불편한 소리, 누군가의 시원함, 탁탁거리는 엇나간 맞물림, 까칠한 이불결, 짓눌린 베개, 맡기 싫은 숨소리, 깔아뭉개는 새벽빛, 걸쭉한 공기, 속삭이는 치찰음, 포개져있는 불편함.



물러서라!

나의 외로움은 장전되어 있다.

하하, 그러나 필경은 아무도

오지 않을 길목에서

녹슨 내 외로움의 총구는

끝끝내 나의 뇌리를 겨누고 있다.  


        - 시인 최승자의 ‘외로움의 폭력’ 중 발췌  


갑작스레 바뀐 직무. 프로듀서에서 AI 디렉터(?)로 환승당하였다. 단 한순간에.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나 자신을 부여잡고 내 일을 할 수 있게끔 새로운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야만 했다. 스스로에게 이유를 주기 위해 하던 것과 예전의 것. 그리고 지금을 빗대어 생각하다 보니 오늘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거 같다.








끝, 그리고 시작


선 환승 후 고민 이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AI로 내가 상상하던 것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이건 내가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차세대 기술에도 해박하고 기존의 업무도 능히 잘 해내는 인간이길 원했던 것이었는데

갑작스레 바뀌게 되어 연말동안 정말 깊고 진한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작년 한 해, 광고판 그리고 우리 회사는 너무 힘들었다. 재작년도 너무 힘들었다.

한 명이 10명 분의 퍼포먼스를 내도 모자랐고 그 이상을 내기 위해 달려왔지만 그 끝에 남은 건 외로움과 고립감이었다. 열심히 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단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무도 간 적 없는 길을 혼자 가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정신줄을 부여잡고 이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AI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반겼지만 그만큼 반대로 걱정이 늘어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광고계와 영화계가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나 최근 공개됐던 Open AI ‘Sora’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보여줬는데 이를 본 사람들 대부분, 영상을 주업으로 삼는 프로덕션들은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Sora - Tokyo walk

Prompt: A stylish woman walks down a Tokyo street filled with warm glowing neon and animated city signage. She wears a black leather jacket, a long red dress, and black boots, and carries a black purse. She wears sunglasses and red lipstick. She walks confidently and casually. The street is damp and reflective, creating a mirror effect of the colorful lights. Many pedestrians walk about. 


Comment - Open AI의 것이라 자연어로 구성된 프롬프트를 확인할 수 있다. 몇 줄 안 되는 Text만으로 영상을 만들어 낸 것이 가히 놀랍다


흑인 B급 영화 계의 보증수표라 불리는 타일러 페리(Tyler Perry)는 소라를 본 후 8억 달러(한화 약 1조 1천억 원) 규모의 스튜디오 확장을 중단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B급 코미디 시리즈 <마디아>로 유명하신 분...(800억은 번역기의 오류)








근데 이 충격과 공포라는 사람들이 나는 사실은 좀 웃겼다.


왜냐면 영화계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광고 쪽의 경우엔 Covid-19 시기를 기점으로 제작비와 매체비가 많이 줄었다. 그 이유인즉슨 초기엔 광고를 해도 퍼포먼스를 낼 수가 없었고 제작 자체도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Covid-19가 남긴 영향 중 하나인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타겟층이 자주 접하는 플랫폼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광고 효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에 타겟팅의 세그먼트는 점점 세밀하고 정밀해졌고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해외로 촬영을 하는 것보다 버츄얼 스튜디오나 매트페인팅 등 다양한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비는 점점 더 줄어만 갔다. 이미 비용은 감축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AI의 직업 도장 깨기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정말 반복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업무들의 우선이었고 창의성을 우선으로 하던 직업들은 오히려 더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곡소리만 들려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La Laitière de Nestlé X Ogilvy Paris X DALL.E 2

22년 9월에 업로드된 네슬레의 광고를 보자. 네슬레는 프랑스 요거트 브랜드인 ‘La Laitière’를 홍보하기 위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The Milkmaid’를 활용했는데, 원본 그림에 새로운 인물과 환경적 요소를 DALL-2의 “아웃페인팅" 기능을 활용하여 풍성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생각에 생각 더하기.


‘La Laitière’의 해리티지와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예술적 가치와 현대 기술을 결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한 이 광고 사례는 AI를 활용해 고전 예술과 현대 기술을 결합한 창의적인 광고라 볼 수 있을 것이다.(팩트 자료나 관련 기사는 없는지라 아닐 시 모질게 질타받겠음) 이듬해 공개된 헤인즈와 코카콜라 역시 같은 고전과 현대의 결합이자 전통성과 예술적 가치, 현대 기술을 더한 혁신적 브랜드 강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Coca-Cola® Masterpiece
Heinz A.I. Ketchup


이쯤에서 이 사례들을 보여준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아니 Sora가 나오면 프로덕션이 망하는 거랑 갑자기 잘 만든 케이스랑 무슨 상관?”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극에서 잔잔히 등장할 듯 말 듯 알듯 말 듯 굴다가 절정에 다다를 때 해결사처럼 등장을 하며 신적이고 초월적인 해결을 이뤄내는


‘인간이 만든 연출 장치이다'


내가 본 AI 역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이 만들었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능을 하며 응용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인 존재이다. 거기에 우리 대다수는 이 AI의 이름은 알고 있으나 제대로 된 사용법이나 원리, 응용 방법, 잘 쓰는 방법 등에 문외한이다. 이 또한 극 중에서 다뤄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특성이다. 이 둘은 예측불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극적 변화의 주체이며 때로는 두려움, 인간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플롯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는 예상치 못한 요소이며 관객에게는 뜻밖의 해결책이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인 데우스엑스마키나와 전통적 접근 방식을 뛰어넘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는 AI. 문학적으로 작가의 의도에 설정되고 프롬프트에 의해 유저의 의도에 설정되지만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벗어난 사고나 추론,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힘, 작업 속도 등 이런 점들에 있어 공통점이 있다 생각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2개의 공통점은 사용자에게 있다.


극적 장치를 엉뚱하게 사용하면 비판받기 쉬운 삼류작이 될 수 있으며 심심이 챗봇으로 쓴다면 그냥 AI 역시 심심이일 뿐이다. (이루다… ㅈ간이 미안해…)


영화 인터스텔라 속 '가르강튀아'

인터스텔라에서의 블랙홀 사용 용도로 비교해 보자. 블랙홀 ‘가르강튀아'를 쿠퍼가 딸 머피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 기존의 과학적 이해를 넘어선 시공간을 초월한 초자연적 요소로 사용했다.

나라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나 들으며 “사꺼느의 치평성 넘허로~~~” 나 외치며 빨려 들어가 죽었거나 유튜브 쇼츠로 “헤헤 이쁘다”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실제로 블랙홀을 데우스엑스마키나로 보는 시점과 아니라는 비판적 시선이 많긴 하나 여기선 예시로써만 쓴 것이니 봐주셈)


영화 속 ‘블랙홀’이든 극적장치인 ‘데우스엑스마키나’이든 ‘AI’이든 사용자가 얼마나 이해를 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냐에 따라 사용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쓰는 동물


80년대, 퍼스널컴퓨터 즉, PC가 처음 등장했다.
90년대, 일반 가정에 윈도우 보급이 시작되었다.
2000년대, 어도비의 진화로 창의적 성장이 시작되었다.


AI는 Tool이나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것의 등장에 두렵기도 무섭기도 걱정되기도 하겠지만 결국 매번 새로운 변화의 시기엔 이해하고 잘 쓰는 사람이 앞서 갔다. 다만 너무 의존하거나 맹신하기만 해서도 안 되는 건 다들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 ‘이어즈&이어즈’에서 주인공 가족 중 회계사인 엄마는 기술의 발달로 고액연봉자에서 실업자로 전락한다. 그녀의 딸은 너무나 기술에 미쳐버린 탓에 나중엔 윤리적, 도덕적인 부분을 벗어나려다 큰 사고를 겪으며 트라우마가 생겨난다.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 초반부 새로운 기술을 엄마에게 자랑하는 딸의 모습


잊지 말자. 잘 쓰는 것은 미친 듯이 사용하고 배우는 게 아닌 ‘중용'을 지키며 필요한 만큼 활용도 있게 쓰는 것이라는 걸. 때때로 AI의 한 획 조차도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이 AI가 세상을 지배할 거라며 사용법은 모르면서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찬 분들이 제법 많은데 제발 그러지 마시길…


웹에 떠도는 AI의 현시점 밈


그리고 그냥 다 되는 줄 알고 빨리 영상으로 만들어주세요, 남들 다 그러던데 이런 말도 제발 그만 듣고 싶다. 그거 이미지 만들고 런웨이 돌리고 투디실에서 돈 내고 그린 건데 하이코 두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건데, 부정적인 시점인 사람들 만큼이나 마구잡이식으로 '딸깍'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이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추후 다음 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아무튼

AI는 인간이 만든 비상식적인 시간 내에 문제 해결해 주는 '데우스엑스마키나'라 봐도 되지 않을까?

이런 Deep고 진한 고민 끝에 이런 생각에 온점을 찍고 보니 내 생각의 끝은 우리 회사의 DX(디지털 전환) 첫 단추로 AI의 이해와 인지상승과 더불어 친해지길 바라의 독려가 우선이겠단 결론에 도달했다. 정체성 혼란과 갑작스러운 변화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고민 끝에 제법 괜찮은 방향으로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이와 같은 문제나 고민을 겪고 있다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주세요.

같이 얘기 좀 트며 떠들다 보면 괜찮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벚나무를 베라기에 나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