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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Apr 19. 2020

[영국 코로나] NHS가 우리 아이 목숨 살렸다.

아이가 천식과 아토피를 앓고 있어요.


영국 코로나 사망자 수 1만 5천 명을 넘어 2만 명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함이 커지자 다운 3주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가 3주 더 연장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봄의 외출이 쉽지 않을 것 같. 봄날 집에만 있기  아쉽지만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길 바랄 뿐이다.


Clap for Carers


[보살피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캠페인으로  어제저녁(매주 목요일 저녁 8시) NHS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다. 의료 시설과 의료 장비 부족으로  의료진마저 목숨을 잃어 가니 의료 후진국, 영국의 민낯을 봤다는 등의 영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얘기들로 떠들썩한 요즘, 박수 세리머니 마저 비난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NHS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를 때 일이다. 출산 2개월을 앞둔 만삭 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누워서 자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만삭 때 누구나 겪는 증세인 줄 알고 일주일을 끙끙 앓다가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산모들에게 흔히 걸린다는 신우신염(요로 감염 일종)으로 3일 동안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고, 신우신염은 단순 염증보다 심각한 염증이라서 태아에게도 나에게도 위험한 상태라서 임신 중이라도 항생제를 맞아야 했다. 3일 동안 1인실에서 간병이 필요 없을 정도로 케어를 완벽하게 받았고, 심지어 나의 상태를 수시로 알려주며 현재 어떠한 처치를 할 것인지도 쉽게 설명해 주었다. 퇴원 약 처방과 함께 의사가 직접 예방책을 알려주며 아이의 건강을 염려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NHS 모든 치료비가 무료였던 서비스를 받고 한국에서 제왕절개로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영국 NHS 산부인과 케어


또 한번은 2018년 크리스마스이브를 NHS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부터 숨을 가쁘게 쉬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 같아 응급실로 문의했고, 아이의 상태를 묻고는 응급실로 서둘러 오라는 것이었다. 허겁지겁 짐을 챙겨 응급실 도착 후 간단한 절차만 거치고 바로 접수시켜 주었다. 청진기로 폐소리를 들어본 후 아이가 호흡 부족 상태로 쌕쌕거림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루 입원을 해서 흡입기를 통해 아이가 숨을 편히 쉴 수 있도록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밤새 4시간 간격으로 천식 흡입기( Inhaler)를 하고, 폐소리를 들어보고 아이의 호흡 상태를 체크했고, 자정을 넘기고서야 호흡이 정상으로 잡히면서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보통 천식 증세는 호흡곤란과 기침 증세로 나타나는데 우리 아이는 두 가지 증세가 동시에 나타나서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약 처방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는 NHS에서 크리스마스 맞이 했고, 그날 의료진들이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NHS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천식과 비염은 흔한 증세라고 하지만 잠깐 외출에도 천식 호흡기를 들고 다녀야 하고, 잦은 마른기침으로  코로나 확진자로 의심받을까 싶어 아이에게 기침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마스크로 입을 막으며 살아야 하는 아이가 안쓰럽다. 아토피와 천식 걱정 없이 건강하게 키우고자 영국 생활을 결정했는데 천식 환자(기저질환자:천식, 고혈압, 당뇨) 들에게 코로나가 치명적이란 얘기에 불안한 것을 넘어 아프면 병원도 못 가는데 어쩌나 싶은 요즘, 봄 환절기 탓인지 유독 콜록콜록 쌕쌕 소리가 잦다. 매일 아이의 기침 소리에 민감해지니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피해서 운동을 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아토피와 천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라며



영국 국민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이방인까지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재정란은 당연한 일이겠다 싶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 NHS도 낙후된 의료시설과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건 영국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의료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영국 시민들을 향해 마스크도 쓰지 않는 미계한 국가 시민들이라고 말하기보다 정부의 늦장 대응은 질책하되 나라마다 국민성과 그들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마스크를 지원할 수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마스크를 2개월 기다려 겨우 가족들이 보내주는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영국 사는 사람들을 이해했으면 한다. 이방인에게도 임산부에게도 아이에게 취약 계층을 향해 배려해주는 NHS의료진들의 환자를 대하는 진료 의식 수준은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을 향한 영국인들의 박수인 것이다.


의료장비 지원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의료진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매일매일 보내고 싶다. 우리 아이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이들을 위해 브런치에도 한번 감사의 글을 남겨 본다


코로나 시대에도 봄은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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