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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Oct 21. 2023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길을 잃은 엄마 V/S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


“엄마! 저 달라졌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뜬금없는 아이의 직구다. 

“그래? 뭐가 달라졌는데?”

    “달라졌잖아요. 엄마가 말하면 바로 ”네“라고 대답도 하고, 신발도 엄마가 말안해도 정리했다구요.”

아이가 정리해 놓은 신발

    함께 차를 타고 오던 언니들 포탄 투하.

“야, 그럼 우리 텔레비전에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신청해야 겠다.”

“그러다 다시 옛날처럼 소리 지르고 물건 내던지면 어쩌라고?”

“하하하, 그럼 다시 오은영 선생님 프로에 보내야지. 뭐야? 그거 [금쪽같은 내새끼] 거기 보내자.”

“야, 안돼. 안돼. 거기는 돈 엄청 많이 들어. 아마 백만원도 더 들걸?”

“오은영 선생님 엄청 유명하잖아. 몇 달 줄서서 기다려야 만날 수 있대.”

“언니, 그냥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에 나가야겠다.”

막내의 순발력에 모두 웃음포탄이 터진다.     

엄마는 네모난 규칙을 좋아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규칙이 힘들고 때론 버겁기도 할 터이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름은 당연한 것인데 엄마는 그저 네모나게만 붙잡아 키우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엄마도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유명 강사의 강의 내용이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아이들을 가두지 마세요. 그렇다고 방치는 안됩니다. 방치와 방목은 다르지요. 방목하세요.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 주세요.]

그렇다면 방목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가? 지금의 양육방식에 엄마는 길을 잃었는데 아이들은 길을 찾은 모양이다. 엄마의 틀을 뚫고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이 엄마의 틀을 벗어나려고 꿈틀댄다.

“엄마는 왜 엄마 맘대로만 해요? 하기 싫은데 왜 강요하냐구요?”

“빨리 스무살이 되고 싶어.”

        (아이들과 다툼이 있고나면 찾는 물무산 둘레길, 남편과 함께 산책하며 아이들 문제를 차분히 나누며 소통하는 장소로 고마운 길이다. 때때로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행복을 뿌려놓고 가는 행복숲이기도 하다 = 진짜 이름 물무산 행복숲)          

“야! 스무살 되면 뭐 별것 있는줄 알지? 오히려 책임질 일만 더 많아지거든. 어른이라고 다  맘대로 할수 있을 것 같냐? 더 힘들어 더!!!”

아이의 불만보다 더 크게 질러놓았지만 맘이 무겁다.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반항이라는 생각과 어쩌면 엄마의 답답한 틀을 못견디는 자유로운 자아의 현상일이라는 생각 사이에서 괴롭기만 하다.

초딩때만 해도 엄마가 최고였고 엄마면 다 되었던 아이들이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엄마는 받아드리기가 힘들다. 방목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지조차 모르겠다.

“여보! 그냥 놔둬. 일일이 다 신경쓰다 싸움만 되고 그러니까 뛰쳐나가려고 하는거 아냐?”

항상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속편한 소리를 격려인지 야단인지도 모를 말로 쏟아놓는다. 

‘뭐야? 저 인간.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또 편을 들어?’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참았다.

너도 니 인생이 처음이고, 엄마도 엄마 인생이 처음이라 답이 쉽게 ◯☓ 문제 풀 듯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한바탕의 회오리가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집안 분위기에 아이들은 편안히 초원의 양처럼 풀을 뜯는다. 오은영 선생님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해냈구나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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