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잃은 엄마 V/S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
“엄마! 저 달라졌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뜬금없는 아이의 직구다.
“그래? 뭐가 달라졌는데?”
“달라졌잖아요. 엄마가 말하면 바로 ”네“라고 대답도 하고, 신발도 엄마가 말안해도 정리했다구요.”
함께 차를 타고 오던 언니들 포탄 투하.
“야, 그럼 우리 텔레비전에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신청해야 겠다.”
“그러다 다시 옛날처럼 소리 지르고 물건 내던지면 어쩌라고?”
“하하하, 그럼 다시 오은영 선생님 프로에 보내야지. 뭐야? 그거 [금쪽같은 내새끼] 거기 보내자.”
“야, 안돼. 안돼. 거기는 돈 엄청 많이 들어. 아마 백만원도 더 들걸?”
“오은영 선생님 엄청 유명하잖아. 몇 달 줄서서 기다려야 만날 수 있대.”
“언니, 그냥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에 나가야겠다.”
막내의 순발력에 모두 웃음포탄이 터진다.
엄마는 네모난 규칙을 좋아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규칙이 힘들고 때론 버겁기도 할 터이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름은 당연한 것인데 엄마는 그저 네모나게만 붙잡아 키우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엄마도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유명 강사의 강의 내용이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아이들을 가두지 마세요. 그렇다고 방치는 안됩니다. 방치와 방목은 다르지요. 방목하세요.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 주세요.]
그렇다면 방목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가? 지금의 양육방식에 엄마는 길을 잃었는데 아이들은 길을 찾은 모양이다. 엄마의 틀을 뚫고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이 엄마의 틀을 벗어나려고 꿈틀댄다.
“엄마는 왜 엄마 맘대로만 해요? 하기 싫은데 왜 강요하냐구요?”
“빨리 스무살이 되고 싶어.”
(아이들과 다툼이 있고나면 찾는 물무산 둘레길, 남편과 함께 산책하며 아이들 문제를 차분히 나누며 소통하는 장소로 고마운 길이다. 때때로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행복을 뿌려놓고 가는 행복숲이기도 하다 = 진짜 이름 물무산 행복숲)
“야! 스무살 되면 뭐 별것 있는줄 알지? 오히려 책임질 일만 더 많아지거든. 어른이라고 다 맘대로 할수 있을 것 같냐? 더 힘들어 더!!!”
아이의 불만보다 더 크게 질러놓았지만 맘이 무겁다.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반항이라는 생각과 어쩌면 엄마의 답답한 틀을 못견디는 자유로운 자아의 현상일이라는 생각 사이에서 괴롭기만 하다.
초딩때만 해도 엄마가 최고였고 엄마면 다 되었던 아이들이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엄마는 받아드리기가 힘들다. 방목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지조차 모르겠다.
“여보! 그냥 놔둬. 일일이 다 신경쓰다 싸움만 되고 그러니까 뛰쳐나가려고 하는거 아냐?”
항상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속편한 소리를 격려인지 야단인지도 모를 말로 쏟아놓는다.
‘뭐야? 저 인간.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또 편을 들어?’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참았다.
너도 니 인생이 처음이고, 엄마도 엄마 인생이 처음이라 답이 쉽게 ◯☓ 문제 풀 듯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한바탕의 회오리가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집안 분위기에 아이들은 편안히 초원의 양처럼 풀을 뜯는다. 오은영 선생님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해냈구나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