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의사 송태호 Jun 30. 2022

Coolday의 대중음악 이야기

라이벌 그 오묘한 관계

역사상 많은 분야에서 서로 라이벌이라 불렸던 이들이 많았다.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는 법이지만 그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그 분야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였으며 수많은 이들에게 그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였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스타들이 자천, 타천으로 라이벌이라 불렸고 그들은 대개 동시대를 풍미하는 수퍼 스타급으로 성장하곤 하여 스스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어 매스컴플레이를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일어나곤 하였다. 국내에서도 나훈아, 남진 이후로 수많은 라이벌들이 존재하여 왔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스타들의 팬클럽들에 의해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에까지 도달하였다.


하지만 본인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3쌍의 라이벌들은 특이하게도 한 팀내에서 활동하면서 각자의 영역에 대하여 다른 멤버들과의 치열한 라이벌로서 활동하였던 사람들, 즉 한 산에 살았던 두 호랑이들이다. 그 두마리의 호랑이들은 결국 한 산에서 살지 못하고 갈라서고야 만 것도 공통점이다.


첫번째로는 위대한 팝의 제왕 비틀즈의 존레넌과 폴 매카트니다.

이들 둘은 아마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중음악계의 아이로니컬한 라이벌이었을 것이다. 직접 쓴 곡을 발표하는 효시가 되기도 한 비틀즈는 이 두 사람의 경쟁적인 창조력으로 오늘날의 영광을 얻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결국은 이 둘의 불화로 말미암아 비틀즈가 해체되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 둘은 데뷔 초 불화의 실마리를 없애고자 모든 곡을 존과 폴의 공동 창작물로 하기로 하였지만, 스탠다드한 폴의 음악과 사회 지향적인 존의 음악이 결국 충돌하게 되고 그 충돌이 가장 잘 나타난 음반은 역설적으로 평론가들에게 최대의 찬사를 얻는 'white album'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비틀즈 해체 후에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되는데 이는 견제대상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각자 원래의 특성대로 폴 매카트니는 스탠다드한 음악을 발표하여 윙스와 함께 수많은 히트곡들을 양산해 내었고, 존 레넌은 그의 부인 오노 요코와 함께 사회성 짙은 음악들을 발표하였던 것이다.


두번째로는 영국 하드락의 두 기둥 중 하나였던 딥 퍼플의 리치 블랙모어와 존 로드다.

기타리스트인 리치와 키보디스트인 존은 그룹의 기둥이었으며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았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룹의 초기에는 존 로드가 좀 더 우세하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그는 하몬드 올갠의 웅장한 사운드를 하드락에 도입하기 시작한 사람이며 역시 클래식에 정통하였던 리치와 함께 'April'같은 명곡을 만들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리치의 카리스마 섞인 기타 연주가 대중들에게 어필하면서 그룹내의 저울추도 리치 블랙모어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서로가 그룹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것은 라이브 연주 때에 여실히 증명되어 두 사람 간의 불꽃 튀는 연주가 서로 반복되곤 하였다.

이 둘의 대결이 딥 퍼플의 잦은 멤버 교체와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반목은 결국 리치 블랙모어가 팀을 떠나는 것으로 결판났고 이후 존은 클래식에 가까운 음반을 내다가 리치 없는 딥퍼플을 만들어 연주하다가 영면에 들었으며 리치는 고대 유럽 캘틱 포크 음악을 하고 있는 중이니 그 둘이 만나서 으르렁 거릴 때 가장 좋은 음악이 나온 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레시브 락의 영원한 별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와 데이빗 길무어를 들 수 있다.

물론 데이빗 길무어가 핑크 플로이드에 들어오기 전 또 한 명의 천재인 시드 배럿이 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1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우리에게서 멀어져간 사람이므로 라이벌이 주제인 이 글에서 언급하긴 어색하고 그 이후에 핑크 플로이드의 두 기둥인 로저와 데이빗을 들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져는 좀 더 프로그레시브적이었고 데이빗은 좀 더  블루스적이었다. 흔히 핑크플로이드를 로저의 밴드라고 착각하는 평론가나 일반인들이 있는데 본인의 관점에서는 데이빗이 없었다면 핑크 플로이드의 블루지한 음악적 근본 또한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의 음악적 견해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므로 무어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였기 때문에 핑크 플로이드의 여러 명반이 나왔음은 사실인 것이다.

십수년 전 live8에서 해체 되었던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들이 모여 재공연 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를 위해 핑크플로이드가 재결합을 했다는 외신을 보고 반신반의 했는데 내용을 보니 역시 로저 워터스가 빠진 상태였다. 이미 나이 많아 예전의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재결합하는 것을 보고 싶다.


클래식에 있어서도 라이벌의 존재는 소중하다.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순 있지만, 라이벌이 존재함으로서 훨씬 활동의 폭이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가만 보면 정치, 경제, 대중문화 모두 의도적으로 라이벌을 언급함으로써 자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려는 시도가 많이 보인다.


혼자 노력하는 것보다 서로 경쟁해야 발전이 빠를 것이다. 라이벌이란 말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느낀다. 올 한해도 누군가를 나의 라이벌로 삼고 그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알찬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Coolday의 대중음악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