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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쓰다 Feb 02. 2020

문학 독자의 시작

소설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으로부터.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아서 성인이 되면 사회가 싫을 줄 알았다. 예상과는 달리 호기심이 늘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회를 해석하고 싶었다.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 사이를 맴돌며 비문학을 읽었다. 자아 도취감이 최고조였던 당시, 문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소설을 읽는 건 단지 쾌락을 얻기 위함이므로 효율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십 대 중반을 갓 넘겼을 때 소설가 김금희의 작품 『경애의 마음』을 접했다. 독후감 대회 주최기관의 선택 도서 중 한 권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연애소설이면서 그 이상이라고 했다. 선택 도서 중 가장 만만해 보여서 김금희를 읽기 시작했다. 그 길로 문학 독자계에 발을 담갔다. 그의 소설은 거친 질감과 묵직한 무게로 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재독을 거듭하며 '경애의 마음'을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았다. 만만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경험이었다. 김금희 소설에는 반가운 클리셰가 있다.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히 기록한 마음들, 강인하고 대담한 여성 캐릭터 등이 그것이다. 앞 문장을 부연하기 위해 '그러니까, '와 같은 접속부사를 사용하는 것 역시 그만의 개성이다. 글을 쓸 때 '그러니까'를 활용할 때마다 김금희가 된 것 같아 들뜬 마음이 든다. 연애 소설이 본진이지만 달달한 연인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거나 이루어질 듯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연인 관계가 대다수다. 그런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결말이지만 예상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절대 예측 불허하다. 그런 서사의 흐름이 김금희 소설에 재미를 더한다.  


 김금희 소설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문학 독자가 되었다. 비문학 도서에서 얻기 힘들었던 입체적 인간군상과 그들의 감정이 내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여전히 비문학과 문학 중 한 분야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비문학만큼 문학을 온통 사랑하게 되었다. 감정에도 혈관이 있다면 문학을 읽을 때 혈액이 도는 기분이 든다. 타자를 온전히 수긍하는 데 문학이 일조했다. 문학 애착을 문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문학을 사랑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특히 문학을 사랑할 수 있게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존엄을 지키는 문단이 우선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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