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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영 Jun 17. 2020

닭가슴살 세 조각 먹고 버틸 수 있는 삶.

여유를 전시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엘라이입니다. 이제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겨울에 시작했던 이 매거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글 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다이어트를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주제를 다룰 예정이에요:) 다 읽으신 후, 소소한 감상평을 댓글에 남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일기 같은 글입니다:)

나는 다이어트가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식료품을 조달하고 적당한 운동과 보람을 투자하면, (인풋) 감량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웃풋) 그렇지만 이렇게 쉽게 나의 다이어트 여정을 설명하기에는 나는 환경적으로 가진 것이 많았다.

다이어트를 할 때, 최소로 필요한 자원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나에게는 멘탈 트레이너가 있었다. 당시 나는 휴학생 신분이었고, 만나는 사람이 드물었다. 즉,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무척이나 적었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했으며, 동생은 나의 다이어트를 도와주었다.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 않고 부모님도 어느 정도는 나의 생활을 방임했다. 내가 스스로 옳은 방향을 찾아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글로 적고 보니, 실로 대단한 행운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산책.

다음으로, 스트레스받을 요인이 없어야 한다. 당시의 나는 입시에서도 벗어났고, 당장 학기가 시작하려면 반년이나 남았으니 스트레스 받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가진 스트레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이에 나는 두 가지 태도를 보였다. 어떤 날은, 정말 무기력하게 휴대폰만 하면서 지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말이다. 어떤 날은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 의욕적인 하루를 보냈다. 운동도, 영상 편집도, 영상 번역도 이러한 취미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나는 실패한 입시로부터 자기 치유를 해나갔다. 적어도, 나는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실에 떳떳하기 때문에, 과거를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간 떨어진 신체적, 정신적 체력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이 외에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갈등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나에게 돈과 시간이 있었다. 나는 체크카드로만 생활하기 때문에 있는 돈으로만 생활하면 되었고, 다이어트를 위한 돈을 따로 쓴 것이 아니라 식단을 위한 식비만 사용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나는 우울할 때, 휴학 생활 반년을 “버린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렇게 한 인간으로서 자기 치유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인생은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우울감에 긍정적 마음먹기가 안 되어도 괜찮다.)


요즘 워라밸이라는 말이 뉴스에도 소개될 만큼 사회적 이슈이다. 워라밸은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인데,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직장과 나와의 관계로서 나의 삶의 질을 보장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워라밸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 이외에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아, 휴식 대신에 다이어트를 할 경우 우려스럽다.

나는 노동이 다이어트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과 건강한 다이어트, 둘 다 진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인인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지금, 비만이라도 개인에게 "살 뺄 필요성"을 강요하는 것 역시 폭력적이다.(돈이나 주고 말하지. 쳇.) 왜냐하면, 다이어트는 생각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한다면, 이미 일 인분의 삶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니, 정말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면, 꼭 건강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길 바란다.


닭가슴살 세 조각 먹고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삶.

"그래도, 우리는 SNS의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 굳이 잘 날 필요가 없지만, 잘 나고 싶다. 선천적으로 잘 날 수 없다면, 노력으로 잘 나고 싶다."

"닭가슴살 세 조각 먹고 버틸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나조차도 가능하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좀 있다. 근육을 쓰지 않고 침대 밖을 나가지 않아야 하며 말 그대로 잘못된 시간을 버텨야 한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다이어트는 절식을 동반한다.(키토 제닉도 어느 정도 수준의 감량을 원하면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그 무엇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SNS를 안 할 필요가 있다. SNS 친구들과 다이어트를 함께하면서 즐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SNS를 하면서 사람들은 원치 않는 정보를 얻고 아름다운 사람의 사진에 끊임없는 갈망감을 느낀다. 이런 갈증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SNS 인플루언서 잘못도 아니다. 그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일도 하면서 여유 있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에도 잘못이 없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인플루언서의 전시를 "굳이" 당신에게 전달해서 욕망을 느끼게 한 플랫폼의 역할이다. 인플루언서는 그 상업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고 있음으로 딱히 불만이 없다.(인격적 모독이 없는 한.) 그렇다면, 당신이 그 앱을 지워야 한다.


다이어트는 심리적,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며 누군가는 다이어트 과정을 전 과정을 전시한다. 반면에, 일에 지친 당신이 다이어트를 못한다고 해서, 삶을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의 시간을 헛되게 쓴 것이 아니다. SNS의 스포트라이트가 만연한 사회에서, 강직하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사회생활, 마지막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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