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습을 해야 하는 이유는 휴학으로 생긴 학점이수 일정 꼬임이었다. 이미 휴학을 해서, 나는 밑 학번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일정으로 학점을 이수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으로, 실습이 다른 강의로 대체되면서 고민이 생겼다. 다른 강의가 언제 개설될지도 모르며, 다음 학기가 아니라면, 다다음 학기에 이수해야 하는데, 나는 이번 해에 졸업 예정이다. 물론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과목 균형을 잘 잡아주시겠지만, 나는 두 번이나 꼬이는 학사일정으로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실습을 하게 되었다.
실습 신청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반 대표가 실습처 목록을 배부하고, 신청자에 한해서 1 지망부터 3 지망까지 제출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1 지망인 도서관에 배정받았다. 문제는 내가 통근 거리 신경 안 쓰고, 편도 1시간 30분 걸리는 곳에 1 지망을 넣어서 그렇지. 떼잉, 쯧. 과거의 나는 통근 거리를 감수할 자신이 있었다. 통근에 허덕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종강 후, 바로 실습 조장을 뽑았다. 근데, 뽑기 운이 정말 없던 나는 조장을 하게 되었다. 미리 일정을 확인하거나 서류를 등기로 보내는 일 외에는 딱히 어려움은 없을 것이지만, 왜인지 나는 책임감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실습 조원은 나 포함 두 명인데, 나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심적으로 의지가 되었다. 같은 일을 겪는 동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나는 아싸 기질이 다분한 사람인데, 이제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도 인싸가 되려는 노력 좀 해봐야겠다. 그렇다고 아싸가 바로 인싸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적어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을 길러보겠다는 이야기이다.
6월 30일, 첫 실습 날이다. 나는 "네이버 지도"가 찾아준 최적의 루트를 거부한 채, 환승 버스를 탄 것이 화근이었다. 무 환승 이긴 한데, 버스 시간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 길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환승이 없으니 편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음, 앞으로는 빅-데이터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실습 초기부터 진 빼고 싶지 않다.(울음)
도서관은 강남의 빌딩에 위치했다. 알고 보니 삼성생명 건물이라더라. 음, 자본주의의 향기. 하나부터 열까지 안 고급진 게 없었다. 이를 둘러볼 새도 없이, 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은 도서관을 관찰하고 보조 업무를 해야 했다. 일단 실습 첫날부터 어리바리 실습생을 받아주신 사서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공을 이론으로 공부할 때는 정말 재미가 없고 능률도 비교적 떨어졌는데, 실무는 훨씬 배울 점이 많았다. 나는 이 차이를 좀 더 생각해보고 진로를 결정할 때, 참고 헤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7월 26일까지는 도서관에서 많이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할 것이다. 성장...했으면 좋겠다. 일단, 지금은 자야겠다. 벌써 새벽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