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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영 Feb 21. 2023

4. 달콤한 나의 첫 여행

사랑해요, 셜록. 언제나.

안 그렇게 생겨서 나는, 혼자 여행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엄마 몰래 여행 해보고 싶은 도시가 생겼다. 그곳은 바로 너무 사랑하는 그대가 있는 곳. 나는 A 도시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기로 했다. 물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 혼자 다녀왔다. 앞으로 나의 첫 사랑 상대를 셜록이라고 부르겠습니다.(복선)

나는 공포영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셜록과 같이 붙어있으려고, "꺄악~" 이거 하고 싶어서 카톡으로 미리 그 당시 상영 중이던 에나벨 보자고 했었됴..

저는 처음 가본 남쪽지방이었고 셜록은 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요. 아마 어느 여름날의 일요일이었을 거예요. 그 때가. 지하철로 갈 수 있던 위치라 저는 지하철을 타고 놀러갔답니다. 빌딩숲을 지나 공장지대를 지나 논과 밭이 보이는 풍경으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이 보이자 제 심장이 두근대었어요. A 도시에 도착하자 일단 셜록을 찾는 게 우선이었지요. 그렇게 우리는 A 도시에서 만났어요.

저의 의상은 촌스러운 반팔 원색 핑크색 티셔츠에 꽉 조이는 5부 청바지를 입고 갔었더랬죠...안돼!! 심지어 가방은 빨간색 백팩..! 어떻게 그 의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갈 생각을 했지? 21살의 패기는 정말 이상합니다... 무슨 자신감이야?반면에 셜록은 깔끔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어요. 아직도 그 때가, 그 사람이 입은 옷이 눈에 선해요.(회상)

우리는 영화관까지 도보로 걸어갔어요. 자전거도로가 같이 있던 도로라 자전거가 지나가자 제 어깨를 감싸며 셜록 본인 쪽으로 저를 끌어당기더라고요. 앗 매너가 좋은 사람이군요. 우리는 그가 좋아하는 하천을 끼고 걸었어요. 웃긴 이야기도 해주고요. 셜록을 사랑했나봐요.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우리는 걷다가 영화관에 도착했어요. 영화가 너무 늦게 상영해서 에나벨을 보지는 못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왔쟈나요?ㅋㅋㅋ 21살다운 발상이네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기나 하냐구욬ㅋㅋ(음흉) 각설하고, 기존의 데이트 코스가 어그러진 걸 불편하게 여긴 셜록을 달래주러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어요. 저는 셜록에게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냐고 묻고는 결제한 후에 셜록에게 줬어요. 무슨 패기여 진짜...그래도 그 사람이 나의 몸짓을 따라한 게 기억이 나네요..볼이 빨개진 나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저 사랑은 아이스크림을 주고 싶고 상대방의 몸짓을 따라하고 싶은 거잖아요. 우리는 얌전히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을까요? 아뇨 콘 아이스크림을 마주 보면서 먹고 눈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답니다. 아이스크림을 아주 핥아먹으면서 말이죠. 후훗.

"Where you wanna go? I mean next..."

-이 다음에 어디 가고 싶어?

그가 물어왔지만 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A도시는 제가 처음 온 곳이고 사실 영화관 외에는 시간 보낼 곳을 생각하진 못했거든요. 이 이후의 제 대답이 더 가관입니다만.

"Ummm...your house?"

-너네 집?

이게 음란마귀가 아니라 정말 어디가야할지 모르겠단 의미였지만 오히려 좋아(밖에 굉장히 더웠어서 셜록도 합리적이라 생각했을겁니다..?) 반면에 셜록은 이 말을 컴퓨터처럼 입력값으로 생각합니다. 음 내 집! 알겠다!삐용삐용!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데타워 이야기를 하면서 룰루랄라 외간 남자 집으로 갑니다.

셜록은 저에게 영화 보여주는 게 입력값이었는지, 넷플릭스를 켜서 어떤 영화 볼건지 물어봅니다. 그 때 저였나 셜록이었나 누가 셜록 시리즈를 보자고 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셜록이야기가 나옵니다.

"I'd like to hang out with Sherlock"

제가 이렇게 말했는데 셜록이 제 "셜록" 발음에 대해 고쳐줍니다. 영어 원어민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데 저는 친구가 영어를 고쳐줬다는 자괴감에 표정을 찡그립니다.(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뭔데,,,걍 감사합니다 하지...) 셜록은 약간 당황하며 Sherlock을 자판에 입력합니다. 그리고는 셜록 1-1화를 틀어줍니다.

첨언 1. 셜록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있던 시절이라니 얼마나 오래 전 일인가 실감이 납니다.

첨언 2. 저희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넷플릭스 앤 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습니다. ("나랑 넷플릭스 보면서 있을래"라고 말하는 게 신호처럼 여겨진다고 하네요.)요즘 영미권에서는 그렇게 말한다더라~였지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셜록은 제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얹고 제게 키스를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급전개에 놀랐지만 저는 나쁘지 않았죠.


저희는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제게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빨리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21살은 그걸 무시할 재간이 없었던거죠. 저는 집으로 향합니다. 셜록은 당황했지만 알겠다고 합니다. 아마 저와 하룻밤을 쭉 계속 보낼거라고 예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집에 갈 채비를 서둘렀어요.

저희는 역에 도착했고 셜록은 무려 KTX 좌석표를 끊어서 제게 줬어요.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임... 배가 고프다는 셜록을 데리고 역사 안에 빵집에 들어가서 빵을 고르고는 먹을 수 있는 테이블 속 좌석에 앉아서 식사를 간단히 해결했어요. 그 때 <Take me home, country road>가 흘러 나왔는데 제가 이 노래 좋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긴장하고 있던 셜록이 웃더라고요. 저도 따라 웃었어요. 셜록, 당신은 참 예쁜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플랫폼에서 한 번 진하게 껴안고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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