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가기 위해 택한 길
질병은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나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몸이 회복되어갈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어딘가 공허했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내 안의 이야기를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픈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 순간 내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비슷한 고통한 결핍이 있는 사람,
비슷한 환경에 있었던 사람,
비슷한 질문을 품고 살아온 사람.
그런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서로의 시간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것도,
결국 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질병은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다시 삶을 이해하게 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천천히 깨달아 갔다.
몸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는 일,
그 마음을 돌보는 일이 더 근본적인 일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사극 드라마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의의병, 중의의인.”
하급의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급의 의사는 사람을 고친다.
의사가 아무리 병을 잘 치료해도,
환자가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회복은 어렵다.
결국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사회복지는 나에게 그런 길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 길의 초입에 서 있다.
뿌리가 제 자리를 찾아가듯,
내 마음도 조용히 방향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