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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Feb 10. 2023

AI 시대,  자녀의 미래를 확실히 망치는 교육법

학원 1번가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님들께,

무통각증


산업혁명은 누구에게는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불행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자동차의 발명으로 이어져 마차 업자는 망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애플은 흥하고 제왕으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흔적도 없어졌다. 곧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택시 기사와 주유소는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으로 3차 산업혁명이 정점을 찍고 익숙해질 무렵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그때부터 학부모 대상의 강연마다 아래 그래프를 보여주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현재를 보지 말고 당신 자녀가 살아갈 AI 시대에 맞춰 교육관을 전환해야 한다고. 대학이 인생의 종착지인양 달려가지 말고 자녀의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대학 졸업 후의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바라봐야 한다고. 그러나 학부모들은 인공지능이고 뭐고 간에 내 아이 성적이나 올려주고 좋은 대학 가는 방법이나 알려달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 답답해. 집단 무통각증이다. (무통각증: 통점·냉점·온점 등의 감각을 뇌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질환)     

2017년 초등 입학한 아이는 2032년 이후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여태까지의 산업 혁명은 이미 이루어진 역사를 평가하여 산업 혁명이라 불리었지만, 4차 산업 혁명의 경우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리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체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각, 화들짝 놀라다


2023년 1월 12일 124회 차 학부모 (온라인) 세미나. 몇 년 만에 또다시 위 그래프를 끄집어냈다. 이번엔 가로축의 숫자를 2017에서 2023으로 그리고 2032에서 2038로 바꿨을 뿐이다. 영어교육 세미나에 위 그래프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현재까지의 세계공인 엉터리 영어교육법은 시험 점수는 나오게 해 줬을지 몰라도 이젠 점수도 안 나오고 영어도 안 되는 폭망의 길이니까 멀리 보고 생각을 바꾸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이번엔 반응이 달랐다. AI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달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무통각증에서 갑자기 '앗 뜨거워!' 하며 감각이 살아난 모양새다.


뭐에 데었는가? 세미나 두 달 전인 2022년 11월에 Open AI라는 회사에서 ChatGPT를 공개한 것이다. ChatGPT에 대해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매체(신문, TV, Youtube, 기타 등등)가 다루고 있고,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도 있을 테니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하겠다. ChatGPT는 2022년도 수능 영어에서 2등급을 맞았다. 그리고 미국 의사 면허 시험과 미국 로스쿨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지식과 지능을 지녔다. 몇 개월만 학습시키면 만점을 받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학습시킨다는 표현보다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해 나간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생성 AI' 기술은 OpenAI라는 회사에서만 연구하고 있는 기술도 아니고 이들의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하기도 아직 이르다.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네이버 등 거대 테크 회사들 모두가 달려들고 있는 기술이다. 다만 각자 본인들이 전개하고 있는 사업과 충돌이 날 수 있기도 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를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ChatGPT와 같은 서비스를 공개한다면 지금의 검색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어들고 곧 매출이 곤두박질 칠 것이다. 정보를 찾아서 수많은 링크를 전달해 주는 서비스와 아예 답을 찾아서 사람이 얘기해 주듯이 설명해 주거나 비서처럼 번역, 작문, 코딩 등을 해 주는 서비스 중에 무엇을 이용하겠는가? 강의안도 써주고 시험 문제도 대신 내줄 수 있으니 선생님들은 매일 접속을 할 테고, 숙제를 대신해 줄 뿐 아니라 논문도 써 준다고 하니 학생들도 매일 접속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GPT로 작성된 답안과 에세이를 걸러내기 위해 고양이-쥐 싸움을 벌일 것이다.   


아직 불완전하지만 ChatGPT의 공개는 바로 이 AI 경쟁에 불을 질렀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인 것이다. 개발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비영리를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손을 벌리면서 아직 문제가 많은 기술을 공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도록 건너온 다리에 불을 질러버린 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구글에서 챗GPT 대항마 'Bard'를 발표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를 10년 정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에 ChatGPT 머리(또는 어느 회사의 AI 머리든)를 탑재한 것을 상상해 보라.


자녀를 확실히 망하게 하는 길

이 글의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건물주의 승리?


저명한 미래 학자 엘빈 토플러의 말에 답이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내용을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엘빈 토플러 -
 

2007년도 방한했을 때 한 얘기인데 그동안 약발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좀 약효를 보려나? 


가장 빠르고 확실히 자녀 교육을 망치는 길은 그동안 우리가 배운 방법대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학원가에서는 크래밍(머리에 욱여넣는 것)을 한다. 라떼에는 단순 주입식 교육이었지만 이젠 첨단 AI 기술과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매우 정교한 하이테크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앞으로 지금의 초딩생이 사회에 진출할 2030년대가 되면 AI를 지배하는 사람과, 그 아래에서 양극화의 쓴 맛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 구분이 될 것이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그럼 뭣이 중헌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I 시대에는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해. 사고력 수학도 중요해.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자면 바로 '이것'이다.


첫째, 영어를 아~~주 잘해야 한다.

 

영어능력의 중요성은 지금 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엥? 이젠 인공지능이 다 통역을 해 주는 시대가 될 텐데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렇다. 이젠 시험 영어로 엉렁뚱땅 대학 가봐야 대학 졸업과 동시에 양극화의 골짜기 밑에서 사경을 헤매게 될 것이다.


AI는 어떻게 자신의 지능을 계속 고도화하는가? 바로 인터넷에 있는 정보와 지식을 자양분으로 머신러닝을 한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60%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다. 2위인 러시아어가 8.4%, 일본어 2.1%, 중국어 1.4%, 한국어 0.6%. 학술 정보는 영어가 90% 이상이다. 당신이 AI의 도움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한다. AI에게 지시를 내릴 때 - prompt를 한다고 한다 - AI를 가장 잘 제어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해야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ChatGPT는 영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어는 10번째 정도 하는 외국어에 해당한다. 지금도 영어로 원하는 내용을 promt를 하면 한국어로 할 때보다 더 자세하고 풍부한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AI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인류가 최상위층에 있다면 그 인류는 영어를 하고 있을 것이다. AI 덕에 지식 노동자들은 그냥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아니, 여러분 자녀가 사회에 진출했을 즈음에는 아예 그런 직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60% 이상이다. 지금까지의 양극화는 잊어라. 오죽하면 OpenAI의 설립자 샘 알트만은 AI로 인해 자본주의가 붕괴될 수 있으니 빨리 규제에 나서라고 경고하고 나섰겠는가?       


영어를 해도 아주 잘해야 한다.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가 한국어를 한다고 모두가 다 한국어를 잘하는 건 아니다. 100분 토론을 보면 정말 한국어 잘하는 사람들 나온다.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남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내고, 간혹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논리적인 사고와 독서로 쌓은 풍부한 어휘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즉 관점 획득력이 언어 능력의 절반이다. 이것은 AI가 습득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둘째,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 닦아야 한다.

     

ChatGPT가 수능 영어는 2등급을 맞았지만 수학은 9등급을 맞았다. ChatGPT에게 무엇이 어려울까?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현상을 묘사하는 영어, 한국어 같은 언어와, 자연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수학이라는 언어. 전자는 속성 자체가 모호함이고 후자는 아주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언어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어려운 것은 인간의 언어이다. 지금도 ChatGPT는 초거대 언어 모델에 기초하여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다. 반면, ChatGPT가 수학을 못하는 것은 아직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미분 방정식도 쉽게 풀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나온 지 이미 수 십 년 된 기술이다. ChatGPT가 수학이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AI에게 어려운 것은 세상에 깔린 지식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AI를 지배하는 인재는 세상의 지식을 몽땅 외워버리는 고시형 인재가 아니라 인문학적 이해가 깊은 사람이다. 파고들수록 AI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AI는 Why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What과 How로 AI와 겨뤄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후 앞으로 인류는 영원히 바둑에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전 세계 바둑 9단들을 다 모아 놓아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알파고가 답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너 왜 바둑 두니?"


ChatGPT에게도 물어봤다. "Have you ever wondered where mankind came from? (인류의 기원이 무엇인지 궁금해 본 적 있니?)". 여러분도 한 번 물어보기 바란다. 인류의 기원이 무엇인지 아니?라고 물으면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지식을 쏟아내지만, AI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한 적은 없다. ChatGPT 스스로 '나는 개인적 의견(personal thoughts), 감정(feelings) 또는 동기(motivation)가 없다'라고 답했다. Motivation이 없다는 것이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가?


세계적 빅 테크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발표하기에 앞서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바로 인류학자 또는 언어학자 같은 인문학자들이다.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언론이 누구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는지 아는가? 바로 노엄 촘스키조던 피터슨 같은 인문학자들이다.


두 마리 토끼, 한 방에


영어 이중언어자가 되고, 동시에 인문학적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독서는 영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다.
- 스티븐 크라센 -  


언어는 생각(추론, 추측, 감상, 평가, 공감 등)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깨달아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다. 


독서가 바로 이 과정 전부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해리포터 책을 읽을 때와 해리포터 영화를 볼 때를 생각해 보자. 영화의 경우 누가 생각을 가장 많이 했을까? 바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다. 완성도 높은 영화 뒤에는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배경음악은 어떤 것을 깔고 배우들은 어떤 표정 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수백수천 시간의 '생각'이 녹아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저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다. 반면, 책을 읽을 때에는 누가 생각을 하는가? 그렇다, 조엔 롤링이 이번엔 독자에게 연출을 맡긴다. 머릿속에 장면 장면을 그려가며, 다음 스토리 전개를 상상하고 추측하며 읽어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독자이다.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이 과정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AI는 이런 걸 재밌어하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재미라는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유튭으로 영어를 배웠는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책도 읽고 유튭도 보는 사람보다 영어를 '잘' 할 수 없다. 생각의 축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든 모든 문화의 뿌리에는 책이 있다. 기독교는 성경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 콘텐츠 대부분이 책에서 기인한다. 요즘은 많은 영화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조차도 극본의 일종인 Screen Play에 해당한다.


1타 강사의 아이러니  


학생 A, B 두 그룹에 같은 강사가 A 반에는 멋진 일타 강의를, B 반에는 조금 어눌하지만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 가며 강의를 했다. 시험을 봤다. 두 반이 비슷한 성적이 나왔다. 한 달 후, 같은 시험을 다시 봤다. 어느 반의 점수가 높았을까? 그렇다 바로 B 반이다. A 반은 한 번에 정리가 된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들었겠지만 교실 문 밖에 나가자마자 머리에서 쑥쑥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B 반은 질문을 해대는 재미없는 강의 덕택에 '무슨 소리 하는 거지?' 하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A 반 강의에서는 일타 강사가 생각을 했고, B반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생각을 한 것이다. 일타 강의를 한 강사는 아마 강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한 노트가 있을 것이다. 학습이라는 것은 그 노트를 받아서 외우는 행위가 아니라 그렇게 일목요연하게 스스로 정리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이다.


연봉이 수 백억 한다는 모 수학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들어봤다. 문제를 기가 막히게 풀어준다. 누구 수학 실력이 계속 늘어갈까? 그렇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그 강사 실력이 늘어난다. 앉아서 받아 적고 있는 학생은 강사의 연봉에 돈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어학원의 경우 보통 한 반에 12명의 학생이 있다. 2명은 실력이 늘고, 나머지 10명은 셔틀비, 학원 임대료, 그리고 강사 월급을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에는 어폐가 있다. 학습에는 타인주도학습과 자기주도학습이 있는 게 아니다. 학습이란 게 자기 주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기가 주도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 독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보다 더 쉬울 수 없다


갈수록 한국인들의 독서량은 줄고 유튭, 인스타량은 늘고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 앞서가기가 쉬운 것이다. 남들이 갈수록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책 몇 권 읽기만 해도 AI 시대를 앞서 갈 수 있다.     


PS.

아 참 그리고, 제목의 배경 화면에 넣은 그림은 내가 Midjourney라는 AI에게 "illustrate a children's classroom with an AI robot teacher"라고 promt를 해서 그려낸 것이다. 그리는 데 20초 걸렸다. 수정 없이 그대로 붙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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