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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Aug 02. 2023

사는 게 재미없는 엄마들을 위하여

맹모라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갔을까?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는 게 재미없는 엄마들 때문이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선생이 강연 중 한 말이다. 물론 엄마들을 한국 교육 문제의 원흉으로 몰아가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고 자식을 통해 자아 성취를 하려는 일부(?) 부모들 때문에 부모와 자식 모두 불행해지는 것에 대한 자성이었다.


최근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때문에 교권 추락, 학부모 갑질 등이 화두가 되어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간의 갈등 구도가 생기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웹툰 작가 주호민이 선생님을 고소한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재조명 되면서 발 빠른 방송사들은 주호민 손절에 들어갔다. 10년도 넘은 김정운 선생의 말이 떠오른 건 나 또한 이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74%  

한국의 74%는 자아정체감 폐쇄군. 자신의 적성, 흥미 등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나 고민 없이 환경에 순응하는 유형.


86%

한국 성인의 86%는 꿈 없이 산다.

(이상 출처: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 연구소)


이 통계를 해석하자면, 우리나라 성인의 2/3 이상은 시험에 목매면서 진학을 하고, 남자는 군대 가고, 취업하기 위해 또 시험에 매달리고 그러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살아간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나의 재능은 무엇인지, 내가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지에 대한 고찰과 발견의 과정은 없었다. 대한민국 학교와 사회는 줄 세우기 바빴고 나는 그 줄에 서느라 정신없었다. 그 결과 지금의 나는 꿈이 없다. 꿈 없이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꿈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물론 어느 부모나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아정체감 폐쇄군에 꿈 없이 사는 대한민국 엄빠들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행복의 매개체가 된다. 갑자기 꿈이 생긴다. 자식이 꿈이 된다.


너는 나 같이 살면 안 된다. 대출 이자 갚느라 허덕이지 않아야 하고, 학벌이란 꼬리표에 차별당하면서 살면 안 되고, 어차피 똑같이 생긴 시멘트 덩어리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넓은 평수에 살아야 한다. 차도 3,000cc 이상은 몰고 다녀야 하느니라.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할 필요 없다. 네 꿈이 뭔지 궁금하지 않다. 엄빠 말 듣고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가거라.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고 엄마 아빠 그리고 네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아님 최소한 인서울은 가야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 누가 너 건드리면 선생이고 나발이고 엄빠가 가만히 안 둔다.


우리만 유난한 걸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을까?


아니다. 우리만 유난을 떨면서 산다.


일본 36.7%

중국 43.2%

대만 54.2%

한국...  

80%


일본 베네세 차세대육성연구소가 2010년 조사한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다.


아이에 대한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의 증거일 수 있다. 나를 희생하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은 이미 첫 단추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행복한 나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초 공사이다. 인생은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비교에서 오는 자존심과 다르다.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확신이 쌓일수록 강해지는 절대적 개념이다. 나에 대한 확신이 약하면 상대를 생각해야 할 때 나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해야 할 때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된다.


자식의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교 교육이나 주변 환경이 아니라 바로 부모의 자존감이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식도 행복해질 수 있다. 자식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행복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다. 꿈꾸는 부모, 그 꿈을 향해 하루하루 전진하는 부모,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 부모, 그런 부모를 보고 자라는 아이는 자신도 꿈을 찾아 행복한 인생을 걷게 될 것이다. 잠시 쉬어갈 겸, 우리 BTS의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라는 가사가 돋보이는 뮤비 하나 보고 옵시다. 그들의 앨범 이름이 Love Yourself다.


꿈이란 것은 나의 재능(지능) 중에 강점 지능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중지능에 대한 3분 요약은 여기).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걸 좋아하게 되어 있다. 관심이 생겨도 잘하지 못하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자기가 잘하는 걸 찾는 건 우리 교육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재능이 발견되고 자존감과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가 바로 '열정(Passion)'이다.


재능 x 자존감 = 열정


이런 아이들이 우리 부모들이 그토록 바라는 소위 '자기 주도적'인 아이가 된다. 효자 효녀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하고 싶은게 있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율주행을 한다. 오토매틱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다른 점은 내비게이션에 행선지를 부모가 입력해 줄 필요 없이 자신이 목적지를 정한다는 것이다. 뭘 하라 마라 할 필요가 없다. 공부 좀 해라, 학원 안 갈 거야?, 너는 커서 뭐 되려고 하니, 그래서 대학은 가겠니... 이 집에서는 이런 류의 대화를 들어 볼 수가 없다.

 

강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점은 바로 이 '열정'을 아주 효율적이고 가끔은 영구적으로 제거한다는 데에 있다. 초등의대반이 존재하는 이 동네에서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동네에서 자란 나로서는, 서이초에서 일어난 일,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나는 이 동네를 떠났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는 절대로 그 동네에서 키울 자신이 없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사는 게 재미없는 엄마들을 몰아세워 교육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사회 문제의 원인은 늘 구조적이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학교(정부), 입시를 상술로 수익만을 쫓는 학원, 그리고 정체감 폐쇄군에 속하는 대한민국 학부모. 이렇게 학교(정부), 학원, 학부모 연합군이 체계적으로 협력하여 대한민국 학생들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정부, 그리고 사교육을 당장 어찌할 수는 없으니 우리부터 변화했으면 한다.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


학부모 강연회에 수 백 명이 모인다. 그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머니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제자리 잡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귀중한 오전 시간, 이런데 오시지 말고 그 시간에 엄마들끼리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애들 학원비 아껴서 본인 취미 생활 하세요."  


학원비 아껴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이 동영상에서 함 제안해 봤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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