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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Dec 12. 2023

한국에선 직원을 어떻게 해고해요?

직원들에게 쓴 글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영국 기업의 CEO S와 CFO C가 방한했을 때 저녁 접대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까지 셋이서 양대창과 몇 잔 마시면 다 친구가 된다는 친친주(소주:맥주:사이다=1:1:1)를 실컷 먹고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S: 한국에서는 직원 해고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김사장은 어떻게 직원을 내보내나?   


한국 지사에 내보내고 싶은 직원이 있는 모양이었다. (누군지 알겠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노동법 상 서양처럼 'You're Fired!'를 지를 수 없다. "빨리 해고하세요...(중략) 회사 문화는 누구를 고용하고, 해고하고, 승진시키는지에 따라 정의됩니다"라고 했던 Chat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은 참 경영 쉽게 한 것이다. 설립 이래 12년 간 직원을 해고한 경험이 없는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한 사람은 스페인, 다른 한 사람은 영국 국적인 이들은 모두 축구 광이었다.  


나: 우리 회사는 축구팀처럼 운영된다. 훈련에 소홀하고, 경기 중에 패스도 안 하고, 독자 플레이를 하거나 열심히 뛰지도 않으면 Peer Pressure (동료 압박) 때문에 자기가 못 견디고 나간다. 팀워크에 저해되는 직원은 자연 도태된다. 다만 모두가 닥공(닥치고 공격)하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서만 통하는 방법이다. 다수가 놀고먹는 조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게 전부 내 입에서 영어로 나오다니!)   


<영국 Sky sports 2023년 12월 11일 홈페이지 캡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절반만 맞고 절반은 나의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이다. 우리 회사가 손흥민이 주장으로 있는 EPL (English Premier League)의 토트넘 핫스퍼스처럼 운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뇌리에 늘 머물고 있었던 생각 때문에 즉답이 나온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각기 매력이 있겠지만 인생과 데칼코마니인 스포츠는 골프와 축구다. 골프는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스포츠다. 자신 스스로 양심을 걸고 룰을 지켜야 하며 스코어 카드도 본인이 기록하고 제출한다. 레전드 골퍼 바비 존스가 아무도 보지 않았는데도 실수로 공을 건드렸다고 스스로 1 벌타를 매긴 일화는 유명하다.


Play as it lies.


골프 규정집 1조 1항이다. 자기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 18홀을 플레이하는 동안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을 경험하게 된다. 망하는 홀이 있는 반면, 운 좋은 홀도 경험하게 된다. 홀인원의 대박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반 주말 골퍼는 60년 간 골프를 쳐야 한 번 경험할 정도의 확률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대박은 정말 드물다. 자기 맘먹은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게 딱 우리 인생과 같다.


티샷을 한국말로 뭐라 하는지 아는가? 정답은 "어? 이상하다"이다. (공은 이미 저 멀리 숲으로~)


아이언 샷은 한국말로 "왜 이러지?"이다. (왜 이러긴 연습을 안 해서 그렇지).


공이 물에 빠지거나 벙커에 들어가면 입에서 영어로 방언이 터진다. "Shxt! Fxxk!" (이럴 땐 영어가 술술).


퍼팅이 안 들어가면 온갖 핑곗거리를 찾는다. "퍼터를 바꿔야 하나?" (자기 스트로크나 바꾸길)


골프처럼 인생은 결국 자신과의 멘털 싸움이다.


한편 축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 생활에 빗댈 수 있다. 야구는 투수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농구도 5명이라는 소수가 팀을 이루기 때문에 마이클 조던 같은 슈퍼스타가 있는 팀이 수년간 연승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는 티키타카 하며 빌드업을 통해 적진의 골대 근처까지 밀고 올라가는 팀워크가 필수다. 팀워크 없이는 천하의 메시나 네이마르의 개인기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설령 혼자서 골을 많이 넣는다 쳐도 수비가 허술해 계속 골을 먹으면 이길 방법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구멍이 나면 팀워크가 깨진다.


어떤 개인기도 팀워크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마르세유 턴? 라보나 킥? 아니다, 체력과 달리기다. 히딩크가 우리 국가 대표팀을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비결은 체력과 스피드 보강이었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흥민이가 기본기 연습을 2년 더 해서 15년을 채웠어야 하는데 ... 아쉽다"라고 말한 건 축구에서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낸다.


스타트업은 수비 축구를 하지 않는다. 


우린 스타트업이다. 지금의 앙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처럼 수비라인 올리고 일관된 공격 축구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닥공하는 팀에서는 한 명이라도 뛰지 않고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잔기술 부리지 말고 열심히 기본기를 길러야 한다. 리딩앤에서 부르짖는 Reading is Fundamental, 축구에서도 Physical is Fundamental이다.


축구처럼 멋진 팀워크를 발휘해 보자.


골프처럼 남이 보든 안 보든 멘털 꽉 잡고 묵묵히 인생을 살아가자. 그리고 축구처럼 멋진 팀워크를 발휘해 보자. 결과는 내 맘처럼 안될 수 있다. 잘 날아갔다고 생각한 골프공이 물에 빠질 수도 있고, 골대 앞까지 빌드업 잘해서 올라왔는데 상대방의 반칙으로 기회가 날아갈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바운스 백이다. 골프에서 전 홀을 망치고도 다음 홀을 버디로 만회하는 것을 바운스 백(Bounce Back)이라 한다. 타이거 우즈가 레전드인 이유는 바운스 백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 해 농사 결과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내년에 바운스 백 하면 된다.  


바운스 백 하고 나면 더 큰 숙제가 남는다. 


오늘 한국 시간 2023년 12월 11일 새벽, EPL 16라운드 경기 토트넘 vs 뉴캐슬. 다섯 경기 연패를 당한 토트넘이 뉴캐슬을 4:1로 격파를 하고 바운스 백 했다. 거기에 손흥민 선수는 1골 2 도움으로 EPL의 역사를 썼다. 8 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한 7명 안에 드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밑에 댓글이 달렸다.








        

<MBC 스포츠 유튜브 캡처>

바운스 백 후의 숙제는 그 어렵다는 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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