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탈 관리법
요즘 나의 최애 유튜브 채널 <월급쟁이부자들TV>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너는 ‘너나위의 나긋나긋’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해주는 투자 조언(이라기보다는 인생 조언)이다. 20~30분 정도 되는 길이의 영상이라 잠자기 전에 한 편씩 보기 딱 좋았다. 처음엔 눈을 감고 ASMR처럼 듣기만 했다. 내용이 괜찮았다. 아무래도 흘려 듣기엔 아까워서 핸드폰을 뒤집고 화면을 보았다. 어떤 영상에선 투자를 시작하는 데 늦은 나이는 없다고 했다.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배워나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땐 소리 내어 “아니야”라고 말하라고 했다. 반복해서 “아니야”라고 말하고 떨쳐내다 보면 나의 생각을 이루는 ‘밭’이 바뀐다고 했다.
어제는 제주도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공항에 바로 잘 내리는 항공기도 있었지만 몇번을 시도하다 겨우 내리는 편도 있었다. 제주공항은 남풍이 불면 위험하다고들 한다. 활주로가 자북을 기준으로 250도 방향과 70도 방향으로 놓여있는데, 바람이 한라산을 끼고 돌면 활주로 양 끝에서 배풍이 불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착륙할 땐 항공기 머리 쪽으로 부는 바람이 제일 좋다. 옆이나 뒤에서 불면 바람을 이겨내고 내려야 한다(고 했다). 기상이 안 좋은 날 항공기가 무사히 들어와 멈추면 우리는 조종사에게 내릴 때 바람이 어땠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일정하던 바람은 이내 이상하고 세차게 변해서 내리기 어려웠단다. 청주에서 뜬 비행기는 결국 제주에 내리지 못하고 다시 청주로 갔다.
근무 내내 예민해져 있었다. 우리 회사만 해도 하루에 수십 대가 제주로 내려간다. 좀 쉴 만하면 제주에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다른 항공사는 잘 내리는지, 행여나 우리 게 복행하진 않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속는 셈 치고 ‘아니야’라고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소리 내어 말하기는 조금 창피했다.) 아니야, 이 정도는 처리할 수 있어. 아니야, 회항은 했지만 안전하게 돌아왔으니 됐어. 아니야, 그래도 한 대면 선방한 거야. 신기하게도 이마 위가 가벼워졌다. 나는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가끔은 몸도 들썩거렸다. 어쩌면 뒤에서 내가 스트레스로 돌아버린 걸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며칠 동안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일단 ‘아니야’라고 던지고 보았다. 신기하게도 매번 따르는 말이 생각났다. 아니야, 몸무게는 숫자에 불과해. 건강하면 됐지. 아니야, 저 사람이 말을 짜증나게 하더라도 그걸로 내 기분까지 망칠 필요는 없어. 아니야, 피곤하지만 일이 있어 다행인 거야. 이렇게 사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편했다. 정신건강의 측면에서도 썩 나쁜 것 같지 않다. 계속해서 “아니야”라고 말해야겠다. 내 생각의 밭을 나도 한번 가꿔보고 싶다.
즐거운 일은 도처에 있다. 대신 두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관용구처럼 하는 말을 덩달아 쉽게 쓰고 싶진 않지만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출근길에 비가 그쳤다. 행복했다. 동생이 쓰던 책상을 거실로 옮겨왔다. 이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도 엄마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침에 퇴근할 때 지하철이 붐비지 않았다. 행복했다. 큰 품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벌써 글이 완성되어 간다. 행복하다. 모은 돈을 잘 굴리고 싶어서 본 유튜브로 이렇게 큰 수확을 얻었다. 완전 럭키 소희잖아!
“아니야”라고 말한다. 미간이 팽팽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