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또 쟀다. 공복 몸무게. 작년 이맘때보다 5킬로가 쪘다. 작년엔 재작년보다 10킬로가 불어서 분노했었다. 뭘 엄청나게 먹어댄 것도 아닌데 왜……. 이젠 과체중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명백한 고도비만. 숫자는 단지 숫자일 뿐, 집착하지 말자고 되뇌면서도 체중계에 몸을 달고 있다. 언제쯤 그만할 수 있을까?
인생을 다이어트에 허비하는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그 에너지를 다른 데 쏟아부었다면 난 뭐가 돼도 됐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별안간 나는 ‘탈 다이어트’ 선언을 했다.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회사 사람들에게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죄책감 없이 먹으면서 움직이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움직이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나 좀 기특한데? 싶었다. 아주 잠깐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얼마 되지 않아 무섭게 살이 붙었다. 차라리 강박적으로 운동하던 때가 나았다 싶을 정도였다. 정신없이 먹고 눕기를 반복.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몸은 쫓아갈 수 없는 속도로 망가졌다. 지난 특수 건강검진 때는 공복혈당이며 간 수치도 높게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50보다 100에 가까운 숫자가 되었다. 8월에 다시 건강검진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한 지 3주차. 어이가 없게도 나는 지금의 이 삶을 즐기고 있다.
나는 초보 러너다. 한 달도 안 된 햇병아리.
어제는 집에서 염창동까지 뛰어갔다 뛰어왔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 보니 5.1km가 나왔다. 왕복으로 치면 10km가 넘는 거리다. 걷는 것보다 느리게 뛰면서 ‘러너스 하이’를 운운하고 싶진 않지만 어제는 다 뛰고 나서도 기운이 넘쳤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러닝은 괄목할 만한 효과를 증명하는 중이다. 매일 달린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3킬로가 빠졌으니 말이다. 보는 사람마다 혈색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러닝에 관한 것으로 도배되었다. 결국엔 러닝화를 하나 장만했다. 달리면서 자세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 나는 꾸준히 달릴 수 있을까? 몸이 따라주는 한 끝까지 이 루틴을 지속할 수 있을까?
엄마는 내가 끈기가 없다고 한다. 뭘 해도 찔끔. 순식간에 빠졌다가 금세 질려버리지 않냐는 것이다. 엄마 말이 맞다. 엄마는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나는 온갖 운동에 발만 담그고 빠져나왔다.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섭렵했지만 꾸준히 한 적은 별로 없다. 뭘 해도 계속하는 사람, 결과가 나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한편으로는 망해도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도 멋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금방 마음을 정리하더라도 다시 집중할 거리를 찾는 것. 충분히 근사하지 않나? 나는 내가 후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팔딱대더라도 지금의 나로서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가 될 것이다. (진짜로.)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기분이 좋아질 만큼만 뛸 것이다. 휘둘리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러닝을 내 마음 가는 대로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