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슈탈트가 와버린 두 번째 메모어 회고글
데드라인을 3시간 20분 남겨둔 시점에 쓰는 회고란 이런 모습을 띤다. 거창하게 스타트를 끊은 지난주의 페이스를 이어갈 법도 한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쏟지 못했다. 파트너의 여름휴가 기간이니 괜찮아하며 심심한 변명을 떠올린다. 그렇다고 뭔가 거창한 걸 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삼스럽게 느낀 건 해외여행을 안 간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점. 아마 여권도 다시 만들어야 할 거다. 직장인으로서 간간히 주어지는 삼박 사일과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황금연휴 따위로는 어려웠다. 일에 몰두한 것도 있겠지만, 하나의 나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틈이었으니까.
무기한 연차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지금이 바로 적기임을 안다. 그렇지만 어디부터? 언제? 왜? 막연한 여유는 이처럼 때로 자유의 물을 흐린다. 여행조차 왜인지 해결하지 못한 투두리스트로 느껴져서일까, 즐겁거나 두근거리는 설렘보다는 현실의 부담감이 크다. 그냥 차편과 잘 곳만 정하면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이전과는 뭔가 다르다. 전 세계 방방곡곡 신세 진 인연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스쳐가면 죄책감이 앞선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낯선 사람에게 가공하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최근 눈에 띈 키워드다. 이건 나중에 다시 깊게 고민해 볼 부분.
어쨌든 제목처럼 오늘은 가볍게 가려고 한다. 그래도 적은 게 어디냐! 필수 충족 요건을 제한 시간 안에 완수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완성, 완료, 완수, 완벽… 완완 완자로 시작하는 말은… 일단 그중에 마지막 완벽은 우선 앞의 것들을 “완전히” 끝낸 후에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추구해야지. 빙글빙글 선데 아이스크림 위 뿌려진 초코 시럽과 통조림 체리 같은 토핑을 얹는 것은 나중 일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오늘은 오늘의 목표 지점만 넘기자. 하루 자고 나면 또 새로운 시작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