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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Dec 01. 2022

낯선 이의 죽음에서 눈물이 나는 이유

자신의 합창단의 배웅을 받으며 먼 길 떠나는 영혼

 며칠 전 지역뉴스에 또 강도 살인사건이 보도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게 사고가 나는 소식에, 이제 감각도 무뎌져 그러려니 하는 시간이  지 꽤 오래다.


또야!!!


그뿐이었다. 이제 감각마저도 억울한 죽음 앞에서 무뎌질 정도로 총기사건은 우리 일상에 아무런 해결책 없이 스며들어있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슬프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자, 그 비극 속 주인공이 한인이었다. 같은 사건일지라도 한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가슴이 콱 막혀버린다.

같은 이민자의  고단한 삶이 스쳐가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나의 처지에 감정이  이입이 되어  피해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안타깝다.

설마 일어나겠어 하던 엄청난 비극적인 일들이 점점 가까이 얼마든지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육십 대 후반의  이름 모를 한인 여자라는 사실에 잠시 나의 몸이 멈칫했다.

그러나, 이 이름 모를 여인의 이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고, 나의 몸이 멈칫한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와 잠깐의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사건이 한창 입에 오르내릴 동안에 성당에서 장례미사 일정이 갑자기 잡혔단다. 그런데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리 어수선했다.

성당 사무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자매님! 혹시 장례 관련 소식 들으셨어요?


아니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 사건....


무슨 사건이요?


혹시 그 강도사건이요?


맞아요.


성당분이셨어요?


 자매님도 아실 거예요. 사진 보시면...


네?


고인이 안나 합창단 멤버셨어요.


아!!!!


평소 안나 합창단 단장님과 친분이 있어 금요일마다 가끔 식사를 같이 종종 하곤 했었다.

안나 합창단, 노년의 합창단으로 장례식에서 가는 길을  위로해 주는 봉사를 하는 성가대이다.


그날의 점심 메뉴는 돼지갈비 비지찌개였다.

길게 늘어선 친교실 식탁에서 나란히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빈자리를 찾아 한자리를 채우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나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키우는 차들에 대한 설명으로 나의 입이 바쁘게 움직이자 , 모르는 얼굴의 자매님이 나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혹시 자매님 결명자 씨도 필요하세요?

필요하면 가져다줄 수 있어요.


하고 많은 씨중에 결명자차는 나의 관심 밖이라 고맙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관심거리가 나와 비슷했는지, 나의 에 귀 기울이며

대화에 끼어들던 그녀는 하얀 백발의 단이하고 세련된 여인이었다. 고생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하늘하늘 노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날 그 련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비지찌개 속의 갈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왠지 그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습에 내 마음이 그녀에게 가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본 처음이자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세간의 떠들썩한 사건의 주인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평화롭게 치러진 그녀의 장례식.

자신의 장례식을 향해 누워있는 관속의 그녀.

먼저 간 형제 자매들을 위로하던 그녀 자신이 속해있던 합창단의 배웅을 받으며 이제 그녀가 먼 길을 떠나려하고 있었다. 


나는  발치에서 조용히 그녀가 누워 있는 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여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자매님, 결명자차의 선심을 잊지 않을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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