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이주 Sep 30. 2023

콩치노 콘크리트 | 공간탐구

빛과 소리가 넘치는 공간

콩치노 콘크리트 | 파주


1. 빛과 소리가 주인이다. 서쪽으로 넘어 간 빛이 소리를 느끼기 위해 최소한으로 놓인 구조물을 만나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눈을 감아도 좋고 창 밖을 응시해도 충분하지만, 바닥을 응시하면 콘크리트에 스며든 빛을 즐길 수 있다. 오후 두시에 문을 여는 이유가 아닐까.


2. 레코드판의 윤슬. 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이 레코드판 위로 어른거린다. 3층 높이를 채우는 미세한 진동처럼 자글거리는 은빛


3. 커피가 없다. 체험을 위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낯설다. 습관처럼 홀짝거릴 마실거리를 찾게 되는데 허락된 음료는 '물'뿐이다. 향과 맛이 강한 커피가 아닌 물을 삼킬 때마다 귀가 선명해지고 눈은 느슨해진다. 미각에 쓰일 에너지가 공간을 즐길 감각으로 집중되는 과정은 꽤 새롭다.


4. 드디어 해가 저문다. 창틀로 만든 프레임 속에 새, 들판, 자유로를 달리는 차가 채워진다. 단조롭지만 클래식한 무성영화 한 편


5. 해가 어둠 속에 완전히 먹혔다. 무성영화에서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들 밑으로 라이트를 켠 차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나도 그 차에 몸을 싣는다. 우아한 영화를 보던 관객에서 영화 속 치열한 일상의 일부분이 된다. 콩치노콘크리트는 잠시 내가 존재하는 영화 속에서 날 꺼내주었다. 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거리를 두고 나의 삶을 보게 하는 영화관이다. 빛과 소리가 주인인 우아한 영화관


#콩치노콩크리트 #파주 #이주의공간탐구
instagram.com/gonggan_tamgo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