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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주 Oct 18. 2023

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 | 공간탐구

시월의 여유

순천만국가정원 | 순천

엄마와 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을 걸으며 나눈 조각들


1.

나 “세계정원 중에서 영국정원이 제일 좋네. 안 가봤지만 진짜 유럽같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꽃이라 그런가? 나무, 꽃, 잔디 모양새가 뭔가 달라. 엄마는 어떤 꽃이 제일 예뻐?"


엄마 "나는 우리 딸이 제일 예뻐"



2.

나 "엄마, 왜 사람들은 물이 있으면 멍 때릴까? 삼촌도 멍 때릴려고 낚시 가잖아. 캠핑가서도 꼭 불을 피우고. 사람들은 생각없이 쳐다보고 있을 무언가가 필요한 거 같아. 그래서 물이나 불 앞에 모여드는 거지. 자연에서 생존하며 살았던 유전자가 몸에 흐르는 거야.


엄마 "저기 눕는 의자 있다! 배부르고 바람이 솔솔 불면 눕고 싶은 것도 유전자에 새겨졌나봐“


3.

나 "자글자글거리는 물 위에 엄마랑 새끼들 나란히 가고있어. 너무 낭만적이다.. 엄마, 코끼리도 이웃 코끼리가 죽으면 가족이 다같이 애도를 하러간대. 같이 슬퍼하고 위로하면서 장례를 치르는거야. 동물도 우리랑 다를 게 없어. 어쩜 우리보다 더 잘 느낄 지도 몰라"


엄마 "그만 얘기하고 너도 여기 누워 눈을 감아봐. 새소리가 들려”


4.

나 "왜 플라밍고가 분홍색인지 알아? 플라밍고 먹이가 갑각류래. 새우, 게 이런걸 많이 먹어서 아스타잔틴이란 색소가 플라밍고를 분홍색으로 점점 변하게 만드는 거래. 신기하지? 우리도 많이 먹는 음식에 따라 색이 변화면 재밌을텐데"


엄마 "너는 빨간색이 되겠네. 떡볶이만 먹잖아“


5.

나 "이렇게 빙글빙글 올라가니까 좋다. 360도로 풍경을 다 볼 수 있잖아. 직선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덜 힘들어. 계단도 이렇게 둥글게 만들면 어떨까? 중세시대 성처럼 말이야"


엄마 "딸! 우리 내려가서 스크류바 사먹을까?"

엄마와 나는 스크류바를 하나씩 들고 다시 순천역으로 걸었다. 정원의 어원은 둘러싸다(gar)와 에덴(oden)를 합쳤다고 한다. 엄마와 나는 '정원'이라는 공간에 걸맞게 두런두런 이야기 나눴다. 주워 들은 지식을 전하기도 하고 쓸데 없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일상에서 촘촘히 묻은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냈다. 순천이 만든 자연을 걷는 것만으로도 엄마와 공유하는 시간은 낙원이 되었다. 모두들 남은 시월! 소중한 이와 손잡고 순천으로 가보자. 무겁지 않아 더 좋은 소소함을 나눌 여유를 느꼈으면.



#순천만 #두루미 #플라밍고 #순천만국가정원 #이주의공간탐구


instagram.com/gonggan_tam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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