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퇴사

나만의 책 읽기 교실을 만들기로 했다.

by 최이주

대학입시, 고등논술, 중학교 내신까지.

십 년간 아이들이 '글'을 잘 읽고 '글'을 잘 쓰게 하는 일로 돈을 벌었다.

그 시간 중 가장 즐겁고 성취로 가득 찬 시간이 약 2년 정도 된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문학을 읽고 진짜 대화를 나누던 시간들.


책을 읽고 감상을 한다는 건 개인의 변화와 아주 밀접하다. 특히 초등학생 아이들은 1년, 아니 계절이 다르게 성장한다. 사회성이 커지고, 눈치가 빨라지고, 주된 감정의 영역도 변한다. 같은 10살이라도 책을 읽어내는 힘이 다르고, 같은 아이도 봄과 겨울의 모습이 다르다.


때문에 매주 한 권씩, 무조건 빨리 읽고, 확인 문제를 푸는 것이 책을 감상하는 것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되려 역효과가 나는 아이들이 많다.


여러 학원에서 일을 하며 느낀 점은 많다. 그중에서도 반복하며 쌓인 나의 독서 수업 철학은 ‘좋은 글을 쓰려면 아이들이 책을 읽고 충분히 생각을 키울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배경지식을 늘리겠다고 개념을 주입하느라 아이들이 질문하고 충분히 이야기 나눌 시간을 줄여 버린다면, 있어 보이는 글을 쓸 수 있지만 진짜 이야기는 써지지 않는다.


그런 수업을 계속하면서 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는, 아이들의 감상을 듣는 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보이는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하며 아이들을 안타까워할 시간에 내가 옳다고 믿는 수업을 만들기로 했다. 진짜로 아이들이 책 읽기의 주인공이 되는 수업. 진짜 감상자가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