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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Mar 08. 2024

9옥순이 나솔 사계에 나와야 하는 이유

성질 머리 더러운 여자들이 연애 예능에 나오는 이유

나는 솔로 9기 옥순

나솔 사계의 9기 옥순은 방송 회차가 지날 때마다 욕 스택을 적립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단어 선택과 타 출연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언행, 자기가 제일 잘나간다는 듯 안하무인처럼 구는 태도로 논란거리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9기 옥순만이 아니다. 나는 솔로에는 매 기수마다 성격이 드센 여자들이 나왔다. 14기 골드미스/미스터 특집에서 영수(82년생, 금융공기업 근무)를 두고 현숙(82년생, 외국계 제약회사 근무)과 기싸움을 벌였던 옥순(86년생, 한국어강사)도 있었고, 16기 돌싱 특집 출연 이후에도 다른 출연진들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어그로를 양산해내던 영숙(90년생, 무용 강사)도 있었다.

16기 영숙(왼쪽)과 14기 옥순(오른쪽)


이쯤 되면 궁금할 것이다. 나라면 절대 저런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제작진은 왜 저런 여자들을 방송에 내보내는 건지. 제작진은 짝을 이어주는 것보다 어그로를 끄는데에 목적이 있는 건지. 아니면 혹시 저런 여자를 만나지 말라고 경각심을 주려는 건 아닌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축구에는 볼 점유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대로 공(Ball)을 어느 팀이 점유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수치는 양 팀을 합쳐서 무조건 100%가 나온다. 왜냐면 축구는 공을 골대에 집어 넣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공을 집어넣으려면 공을 가져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을 가진 팀은 공을 지키기 위해, 못 가진 팀은 빼앗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만약 이 수치가 100%가 안 된다면, 공이 운동장에 가만히 놓여 있는데 아무도 그 공을 차지하려 달려들지 않는다면 축구라는 게임은 성립이 될 수 없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합쳐서 100%가 나와야 한다. 한쪽이 시큰둥하면 다른 쪽이 더 들이대야 하고, 상대방이 너무 들이대면 나는 좀 여유를 부려도 된다. 만약 양쪽이 다 시큰둥하다면? 그냥 흐지부지되는 거다.




[나는 솔로] 3기에서 제작진이 남자 출연자들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켰던 적이 있다. 달리기 시합에 이긴 출연자에게 인기녀였던 정숙(94년생, 교통캐스터)과 데이트를 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진은 많은 욕을 먹었다. 남녀 평등 시대에 왜 남자들만 달리기를 시키냐, 여자들은 상전이라도 되냐,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지 않는 대신 데이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던 정수(83년생, 사업가)는 소신있고 남자답다며 칭찬을 받았다.

크휴쨩을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던 3기 영호와 영철


그런데 [나는 솔로]의 전신이었던 [짝]에서는 훨씬 매운 맛이었다. 그땐 한겨울에 꽝꽝 언 물에 입수를 시키고, 갯벌에서 깃발을 뽑아 오라고 시켰다. 달리기 시합 정도는 축에도 못 꼈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도 남녀 평등 정신에 위배된다, 왜 남자 출연자들만 고생시키냐, 하는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땐 남자들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짝을 만나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흙탕에 뛰어들어서라도 여자를 쟁취하는 게 진짜 남자답고 멋진 거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그게 안 통한다. 옛날처럼 남자들이 뒤 안보고 달려들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남녀 갈등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에게 가사 노동의 부담과 커리어의 단절을 강요하는 전통적 연애와 결혼을 보이콧하면서 남자들도 가정을 부양하는 전통적 남성의 역할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게 설거지론이다. 페미니스트들이 결혼해봤자 애 낳아주고 남편 밥차려 주면서 개고생만 할 뿐이라며 비연애, 비혼, 비섹스를 선언했듯, 남자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고 돈 모아봐야 젊고 탱탱하던 시절에 몸 함부로 굴리던 방탕한 여자들 설거지해주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연애와 결혼을 보이콧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들의 젠더 감수성이 발달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남자는 태생적으로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자는 여자에게 자기의 경쟁력과 진정성을 증명하고, 여자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평가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여자에게 이득이 된다. 새끼를 낳고 기르는 동안 자기를 안정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수컷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반칙을 쓰는 수컷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자행되는 성적 접근, 즉 성폭행을 하는 남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남자들은 그것을 안다. 내 입장에서는 가슴 저미는 로맨스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소름끼치는 집착 내지는 스토킹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많이 배운 남자일수록 잘 안다. 그래서 세련되고 지적인 도시 남자일수록 포기가 빠르다. 아닌 것 같으면 빨리 접는다.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여자에게 불쾌감을 끼치지 않기 위해.




성질 머리가 더러운 여자들이 연애 예능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예전에는 남자들이 적극적이었다. 갯벌에 맨발로 뛰어들어 깃발을 뽑아오라고 해도,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뛰어들라고 해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다.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서 수줍은 웃음만 짓고 있어도 다 알아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여자들이 뒤로 빼는 만큼 남자들이 앞으로 달려들어서 볼 점유율 100%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남자들이 예전처럼 달려들질 않는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달려들어야 한다. 그래야 합쳐서 100%가 나온다. 그런데 남자들이 결혼 상대자로 흔히 원하는 조신하고, 여리여리한 여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면,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여자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지레 겁먹고 포기해 버린다. 그러면 100%가 안 된다. 짝을 찾기 위해 6명의 남자와 6명의 여자가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하는 나는 솔로라는 게임이 성립이 안 된다.


그러니까 드센 여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내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다른 여자 출연자와 기싸움을 벌여서라도, 방송에서 욕 먹을 걸 각오하고서라도 내가 원하는 건 갖고야 말겠다는 독한 결기를 가진 여자들이 아니고서는 이 프로그램 자체가 성립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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