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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n 15. 2024

나는 솔로 전체기수 모임, 그렇게 궁금해?

쭉정이 출연자가 말하는 전체 기수 모임

내가 나는 솔로 전 출연자인 걸 알게 되면 십중팔구는 전체기수 모임에 대해 물어본다. 


"나는 솔로 전체 기수 모임도 있지 않아요?"

"새로운 기수 나오면 다들 참석하는 거에요?"

"거기서 다른 기수랑 연애하는 경우도 있지 않아요?"

"모임 나가면 4기 707베이비 영철도 나와요?"


뭐 이런 거 물어본다.




처음에는 그런 걸 왜 물어보나 했다. 그다지 영양가있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나갈 때는 나도 재미있었다. TV에 나온 사람들 보는 게 신기했다. 연예인보는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좋았다. 방송 비하인드를 물어보는 것도 좋았고, 나를 응원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매 기수 새로운 출연자들이 나오지만 어차피 하는 얘기는 똑같다. '그 기수에도 빌런 있었어요?', '그 사람 실제로도 그래요?', '거기는 숙소 어땠어요?' 따위의 수박 겉핥기 식의 대화들 뿐이다. 술자리에서는 서로 친한 척 하지만 다음에 또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출연자가 있다면 차라리 DM을 보내보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물론 여자 출연자에게는 안 보낸다.)


나는 솔로의 팬들이 이 모임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나가기 싫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다. 모임에 나가면 출연자들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다.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품평을 한다. '방송 나간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나솔 모임 기웃거리고 있네', '잘나가는 출연자들은 없고 순 쭉정이들 밖에 없네', '성비가 ㅈ망이네.'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게 싫다. 그래서 모임에 나가더라도 되도록 사진은 찍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모임을 왜 그렇게 궁금해할까? 우선,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같다.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의 사자와 동아시아 산악지대의 포식자 호랑이, 중에 누가 셀까?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세계관 최강자 종건이나 준구와 [캐슬]에 나오는 전설적인 킬러인 김신이나 백도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람들은 이런 걸 궁금해한다. 


나는 솔로도 마찬가지다. '박수진 닮은 3기 정숙과 블랙핑크 지수 닮은 6기 옥순, 둘 중 누가 더 예쁠까?', '186cm의 훤칠한 훈남인 11기 영철과 강남에서 식당 4개를 운영한다는 2기 종수, 여자들은 둘 중 누구를 더 좋아할까?' 나는 솔로 출연진이라면, 전체 기수 모임에 나가봤다면 왠지 이런 걸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씁쓸하게도 내가 재미없는 인간이라서다. 만약 내가 위에 언급한 11기 영철이라면 여자들이 나한테 전체 기수 모임 따위를 물어볼까? 아닐 거다. 나 자체에 대해 물어볼 거다. '현민씨는 어떤 여자 좋아해요?', '연애할 때 어떤 스타일이에요?', '취미가 뭐에요?' 할 거다. 하지만 나는 그가 아니다. 세계관 최약체, 제일 뒷줄에 속하는 출연자다. 180cm 넘는 근육질 훈남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니고, 재력가도 아니다. 하다못해 빌런짓으로 유명해진 출연자도 아니다. 관심을 가질 요소가 없다. 그러니까 저딴 거나 물어보는 거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에게는 '취미는 뭐에요?', '주말에는 보통 뭐해요?', '없으면 나랑 한잔 할래요?' 하지만 못생긴 여자에게는 '주변에 소개해줄 여자 없어?'하는 거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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