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못생겨서 안되는 거라고 말을 해
못생긴 남자가 인기 없는 건 단순히 못생겨서가 아니라 못생기기까지 해서라는 말이 있다. 못생겼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매력이 있다면 충분히 연애도 하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끌 수 있는데 대다수의 못생긴 남자들은 못생긴데다가 매력까지 없어서 인기가 없는 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못생겨도 인기있는 남자들 많다. 개그맨 박휘순이나 오지헌은 평범한 남자들보다 훨씬 못생겼지만 예쁜 아내와 결혼하는데 성공했다. 유해진도 김혜수와 연애를 했었고, 양세형이나 이상준처럼 키가 크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위트있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 여자들도 많다. 인기가 없는 못생긴 남자들은 박휘순이나 오지헌처럼 유머러스하지도, 유해진처럼 끼가 넘치지도, 유재석처럼 배려심과 사교성이 좋지도 않으니까 인기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못생겼으면서 매력있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것이다. 첫번째로, 못생긴 남자가 매력을 가꾸기가 어렵다. 매력이란 대개는 인간 관계에서의 능숙함을 말한다. 남을 잘 웃기던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던지, 배려심이 있던지 하는 것이다. 농구를 잘한다거나,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하는 것도 물론 장점이 될 수는 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면 이러한 장점들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승화될 수 없다. 반대로 사회성이 좋으면 노래를 못 부르고 운동을 못 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 건 사회성이다. 그런데 못생긴 남자가 사회성을 갖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유머를 예로 들어보자. 유머러스하다는 건 단순히 만득이 시리즈 같은 우스개소리들을 외우고 다니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농담을 감칠맛나게 살릴 줄 알아야한다. 표정이나 톤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감이 필요하다. 내가 이 농담을 던지면 사람들이 웃어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못생긴 남자들은 평소 이성으로부터, 그리고 동성들로부터도 숱한 개무시를 당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이 깎인다. 그래서 재미있는 농담이 생각나도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혹은 삐질삐질 입은 열지만 그 감칠맛을 살리지 못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재미없는 남자가 된다.
배려심도 마찬가지다. 배려심은 단순히 호구같이 퍼주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배려로부터 추호의 구김살도 없는 순수한 선의가 느껴져야 한다. 무언가 대가를 원하는 티가 나거나, 배려를 해주면서도 오히려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느껴지면 배려는 가치를 잃는다. 그러니까 가진 게 많아야 한다. 조금 손해봐도, 자신의 호의를 타인에게 돌려받지 못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많아야 한다.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그러려면 칭찬과 애정에 익숙해야 한다. 그래야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못생긴 애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뭐 착한 일 하나 하면 얼른 인정해달라고, 칭찬해달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그러니 영 짜세가 나지 않는다. 배려를 해도 선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배려를 하지 않고서는 인간관계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번째로 매력을 가꾸더라도 그 매력을 제대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뇌는 신체에서 불과 2% 정도의 중량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에너지는 20% 이상을 소모한다고 한다. 즉, 뇌는 연비가 매우 안 좋은 기관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뇌를 쓰지 않도록,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 대한 생각을 여간해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처음 보고 3초만에 느낀 첫인상, 그게 그 사람을 보는 프레임이 된다. 못생긴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못생겼으니까 뭘 해도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낀다. 잘생긴 사람이 섹드립을 치면 쿨하고 유머러스한 남자가 되지만 못생긴 사람이 치면 더러운 변태새끼가 되고, 잘생긴 사람이 말수가 적으면 과묵하고 남자답다고 하지만 못생긴 사람이 말수가 적으면 사회성 떨어지는 찌질이가 된다. 그 첫인상을 뒤집는 건 쉬운 게 아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이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못생겼으니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사회성이 떨어진다. 사회성이 떨어져서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매력을 가꾸기도 어려워진다. 노력해서 무언가를 바꿔보려 해도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좋게 봐주질 않으니 금방 사그라든다. 그게 반복된다.
물론 될 놈은 다 되긴 한다. 유재석도, 양세형도, 오지헌이나 박휘순도 다 되지 않았나. 하지만 세상에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합리화하지 못할 논리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흙수저 출신이니까 이 나라에서는 노력만 하면 대통령이건 뭐건 다 될 수 있고, 베토벤이 청각 장애인이 되고서도 불후의 명곡을 남겼으니 장애는 인간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인가? 그건 아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