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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Jul 07. 2024

생각지옥에서 벗어나는 마음챙김

우리는 생각패턴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생각은 이 세상을 살기위한 생존의 도구이자 자기방어를 도와주고 사회생활을 잘 하게 해주는 무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이 많은 이유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크게 자각할 수 있었다. 생각은 우리를 지혜로운 인간이 되도록 도와주는 귀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생각지옥에 빠졌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기승전결 같은 생각의 패턴 속에서 돌기를 반복한다. 곱씹어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 해보아도 매번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아는 지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얼하고 살지?" 하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였다. 그 지인은 나와 만난 매번 이 주제로 진지한 대화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매번 힘을 주려고 애쓰고 나름의 실천방법을 함께 이야기 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나와 나눈 이야기들은 도루묵이 되어바렸고 반복해서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다. 반복되게 이야기를 할수록 나는 점점 강도가 세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자기 인생을 살으라며 살림하고 남편챙기는 걸 다 떼려치우라고 했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나하는 고민에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미래를 바라보며 글을 쓰라고 했다. 그리고 또다시 만난 자리에서 도돌이표를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와 같은 부분을 노래하는 그녀에게 나는 작작 좀 하라고 했다. 넌덜머리가 난다고.  끝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니 "그래?" 하면서 놀란다.


자기의 생각패턴을 알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A에서 B를 지나 C를 도출하는 패턴지옥에 빠져있다는 자각을 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답이 안 나오니 계속 생각을 하고 있지만 패턴 속에 있으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오지 못하고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최종 결론은 늘 절망적이거나 자기비하적이거나 무기력한 상태에 이른다. 그러니 지옥을 뱅글뱅글 도는 상태나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지인을 앞에 두고 여러 명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대 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만큼 다양한 해결책이나 답변들이 나왔다. 나는 생각은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 사건이라 생각하고 알고보면 진실도 아니니 그것과 거리두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분은 나에게 원하는 방향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분은 개인사를 잘 아는만큼 팩트를 말하며 직접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또 다른 분은 당신의 마음을 공감한다  그것 만으로도 애썼다 그러니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보자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이참에 내 행동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당사자인 지인은 공감과 시간적 여유를 선사한 답변을 최종 선택했다. 그리고 마음까지만 알아주고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마음을 원한다고 했다. 팩트체크는 너무 아팠고 밑바닥을 보라는 말은 트라우마를 상기시켜 두려웠노라고 했다.


나는 공감 이전에 답을 찾고 있었고 해결사의 역할을 맡고 싶어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과거의 그녀에게 화까지 났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똑같은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 완고함에 숨이 막혔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나 타인이 생각지옥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 우선 쉽사리 답을 내거나 해결책을 찾으려는 마음을 내려 놓는 게 어떨까 싶다. 일단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고 자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사고작용에 대한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나는 A가 있으면 반드시 B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런데 반드시 그럴까? A라는 생각 자체가 맞는 것일까? 진리가 아니라 내가 경험과 학습으로 신봉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또 A가 있다고 B가 일어나는 게 당연한 걸까? 무엇하나 자기논리의 맥을 끊지 않으면 모든 일이 바뀔 수 없는 진리가 되고 말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나 절대적인 일은 없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자유할 수 있음에도 고정관념을 붙잡고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에 그녀를 흔들어줄 말 한마디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순간 '성격분석 받아보세요. 과거의 트라우마를 뒤져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기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걸 믿고 자유하기를 원한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함을 나는 안다. 동안 마음챙김을 일상에서의 깨어있음과 자신과의 연결성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스승께서 마음챙김이 현재의 나와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를 알아차리고 치유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해주셨다. 단순한 평안과 안위의 수준이 아니라 마음챙김을 통해 내가 삶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면면을 알아차릴 수 있고 생각의 패턴을 알아차리면서 말이다. 심리치료나 분석을 통해 자칫 끼워맞추기나 재해석될 우려를 딛고  지금 현재의 나를 온전하게 만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자기고집을 부리고 생각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충분히 고통을 느껴봐야 다른 답을 찾으려 한다고 한다. 나의 그녀는 자신 스스로가 답을 찾기까지 아직 더 힘든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답을 섣불리 내주려 하지말고 닥달하지 말고 그녀가 자신을 잘 알아차리고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 주어야 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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