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아름다운 실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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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아름다운 실수>는 제목부터 이상했다. 나에게 실수라는 말의 어감은 뭔가 떠올리기 싫고 부끄러운 어떤 것처럼 여겨지는데 아름답다니 말이 되는 걸까하는 생각에서이다. 책표지는 노란 풍선을 안고 둥실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이렇니 무언가 더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사실 실수라는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은 저항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잘못한 일을 감추고 싶은 마음인 것도 같고, 실수한 일들을 제대로 정리했던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해서이다. 실수라면 너무도 많이 했다. 알고 한 실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실수인지도 모르고 한 많은 실수가 있을 것이기에.
유독 반성하게 되는 실수가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나를 방치한 일이다. 이제는 실수를 돌아보며 이유를 물어보고, 잘 살펴 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재빨리 실수한 나를 다독이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더 나아지면 된다고 말해주기엔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이다. 내가 인생의 변곡점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때는 분명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른 후 이건 실수였고 그렇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수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힘을 믿지 못해서였다. 나는 무엇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노력하지 못했기에 오랜 시간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아니 순리를 따르다보면 일은 저절로 해결되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는 생각으로 그 힘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어 버렸다.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 것처럼 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원하는 것을 쉽게 얻으려는 안이한 마음이 없지 않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림책<아름다운 실수>는 아이의 얼굴을 그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의 눈을 그리다 눈의 크기가 고르게 그려지지 않자 화가는 녹색 안경을 씌어준다. 목이 길어 이상하자 레이스달린 옷을 입혀주고, 다리가 땅에 닿지 않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겨준다. 팔이 꺾여져 이상했는데 거기에 어떤 줄을 들게 해주었는데 그건 노란 풍선의 무더기였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의 시간동안 아이는 점점 예뻐지더니 아이가 달려간 곳에는 그런 아이들이 잔뜩 모여있는 아지트가 알록달록 펼쳐져 있었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을 만회하려 노력하는 시간동안 작은 점이었던 그림은 여러 색깔의 풍선으로 잔뜩 꾸며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혼자였던 아이는 친구들을 만나 풍선을 타며 신나게 놀 수 있게 된다. 책의 말미에는 그 아지트가 한 아이의 머리에 만들어진 작은 공간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노란 에드벌룬과 풍선을 타고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에겐 아름다운 경험이 남았고 이제 그것은 밖을 향해, 다른 이들을 향해 확장되고 있었다.
그림책에서 만난 실수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으며, 창조하는 즐거운 것이었다. 실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고, 배움을 주고 성장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작은 점을 실수로 잘못 그렸다며 벌벌 떨고 멈추어 버렸다면 그토록 예쁜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러니 나는 실수를 수도 없이 할 수 밖에 없지만 해야만 하며, 그래도 괜찮고 잘한 거라고 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작정 기다리며 머물렀던 시간을 벗어나 점 하나를 찍었던 순간이 있었다.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관성을 벗어나 한 발을 내딛었던 순간말이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분명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했던 무수한 실수에 절망감을 느끼며 무너지지 않고, 그런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나의 한계를 인정해주고, 나를 연민으로 대해주었기에 다음 한 발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약하고 부족한 나를 인정해주고 계속 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으며 그런 과정을 계속하도록 허용해 준다면 내 안에 예쁜 공간을 만들어내고 확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내가 스스로에게 실수라고 말하며 엄격히 대했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내가 조금 성장하고 난 후에 보면 무수한 시작점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된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머물렀던 시간은 사실 퇴보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머물기만 했던 나를 돌아보면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저 꼼짝 못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그런 나를 안쓰러이 여기며 실수하기를 겁내지 않고 한 발을 내딛은 나에게 고생했노라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