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4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마당에 나가 시간을 보냈다.
봄이라서 날이 따뜻하다. 나는 무중력 의자에 앉아 책을 펴놓고 할머니와 엄마를 구경한다. 엄마는 식물 키우기에 관한 책을 읽고 계신다. 엄마가 꿈꾸시는 미래에 마당은 어떤 모습일까. 해리포터에 나오는 식물학 정원 같은, 무얼 심어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일까. 가끔 몰래 들어온 쥐나 벌레가 보이면 깜짝 놀라 아빠나 우리를 부르시겠지. (사실 우리도 무서운데...) 그 곳에서 잔뜩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가족 혹은 친한 사람들과 나눠먹는 상상도 하시면 좋겠다. 엄마의 행복한 정원을 상상해 본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적어 엄마가 마스크 안 쓰셔도 되는 날씨가 소중하다. 엄마가 아프시기 전에는 미세먼지가 몸에 안좋다는 말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엄마에게 미세먼지나 황사는 최악이다. 매일 대기상태를 살펴보게 된다. 할머니는 옆에서 파를 살펴보신다. 조금 잘라내어 먹고 다시 자라면 또 먹을 수 있는 파는 할머니의 즐거움이다. 생각해보니 파 입장에선 잔인하게 느껴지겠다. 파에겐 미안하지만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들려오는 소리까지 기분 좋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