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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imist Dec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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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7

 집에 가서 과제 먼저 끝내고 공부해야지, 생각했는데 과제를 끝내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잠에서 깨니 새벽 두시. M에게 연락이 닿아 잠깐 게임을 하고 왔다. 돌아와 시간을 보니 세시반이었고 할머니께서 안 주무시고 계셨다. 할머니는 잠이 안 온다 하시며 어딜 다녀왔냐 물으셨다.


 계속 잠이 안온다 하시던 할머니께서 바람쐬러 나가시는걸 보고 온실에 가서 쉬시라며 모시고 갔다. 할머니는 무중력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으시고는 "진작 온실에 올걸"  하고 말씀하셨다. 아까는 어딜가야할지 몰라 계단에 앉아 계셨다고 하셨다. 

 먼저 들어가 공부하라고 하시기에 혼자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와 공부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들어오셨다. 무슨 일인가 싶어 여쭤보니 잠이 안온다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잠이 안온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우셨다. 우는 할머니를 안아드리고 있으니, 아까는 작은아빠께 전화해서 울었는데 공감은 안해주고 운다고 타박을 들으셨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그걸 "작은아빠가 지랄했다" 라며 푸념하셨다. 아까 할머니는 바람을 쐬려하신게 아니라 울 곳을 찾고 계셨던 것이었다. 며느리 앞에서도 아들 앞에서도, 심지어 멀리 떨어진 전화기 건너의 막내아들 앞에서도 할머니가 울 곳은 없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양양에 혼자 계실 때에는 울고 싶을 때 우셨는데 여기선 그럴 수가 없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오래 전부터 아프셨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아프게 되신게 가엾다고 하셨다. 그러다 뜬금없이 너가 결혼 하는 것도 보고 증손주도 보고 가야 하는데... 라고 걱정하셨다. 할아버지 걱정하시다 갑자기 얘기가 왜 거기로 흘러갈까 싶었지만, 충분히 가능하니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다. 내 대답에 수긍하실 줄 알았던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 가시면 할머니도 따라가야지" 하셨다. 나는 놀라서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혼자 가시면 외로우니 당신이 따라가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하늘나라에 가면 왕할머니, 왕할아버지도 계시고 여기서 못 뵌지 오래된 분들도 많이 계실거라며 외롭지 않으실거라 말씀드렸다. 그러니 천천히 따라가시라고.


 다행히 할머니는 내 생각을 납득하셨다. 태연히 말했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슬픔에서 조금 벗어나신 할머니는 아침 준비하신다며 주방으로 가셨다.


 남들에게 말 못하는, 나만 들은 얘기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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