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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imist Jan 02. 2021

170616

201210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양양으로 가시기로 결정하셨다. 할아버지가 계시는 요양원 방을, 맹추 셋뿐인 방이라 표현하시면서 밤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된다 하셨다.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로 3급 장애 판정을 받으셨고, 그 결과 요양관리사나 휠체어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었고, 대신 할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면 꼭 알려달라고, 약속을 받았다. 할머니께서는 약속과 함께 "너가 사준 초밥을 잊지 못할거야" 라고 말씀하셨다. 마치 마지막에나 듣는 소리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얼마든지 더 사드릴 수 있는데... . 이제 간장 새우만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날 것 같다.

 할머니께서는 이제 가을이 되면 엄마도 툭툭 털고 일어날거고 할아버지도 괜찮아지셔서, 우리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거라고 말씀하셨다. 인생은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예전에 어머니가 학교에 보내주지 않으신걸 원망하셨는데, 돌아보니 당신께서 적극적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하셨다. 10살도 안된 아이가 학교를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대해야하는 시대가 슬프다. 문학소녀가 꿈이고, 창을 잘 하셨던, 부엌에서 연습하다 걸려서 꿈을 포기하게 된 소녀는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가시기 전에 할머니와 카메라 앞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를 쳐다보려 했는데, 슬퍼서 할머니는 못 보고 카메라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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